• [일상] 근래 있었던 일들 - 9월 첫째 주. 2021.09.03 AM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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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는 삶을 기록하는 의미에서, 글 쓰는것을 놓지 않는 의미에서 근황에 관련된 글을 일주일에 한번은 써보려 한다. 길게 써야 할 글들은 따로 쓰겠지만… 요즘 다른거 하느라 정신이 팔려 써야 할 소재는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데, 글을 쓰는 시간이 거의 없다. 매일 금토일 삼일중 하루엔 이런 글을 쓺으로써, 글 쓰는것에서도 손을 아예 놓지는 않으려 한다.


1. 아들의 컨닝

 재작년 즈음부터 그런 일이 있긴 했는데, 아들이 본격적으로 답안지 컨닝을 시도하고 있다. 집에서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도 하다가 들켜서 선생님께 혼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여튼 울었다고 한다. 집에서 엄마한테 몇 번 혼났을 때에야 내가 알게 됐는데, 엄마한테 들켜서 혼났을 때도 나는 별말을 안 했다. 내가 없을 때 일어난 일이었고, 이미 충분한 벌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벌이라고 해봐야 TV와 아이패드 일주일 금지 정도. 아들에겐 충분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와이프가 집에 없고 나와 아들 둘이 집에 있을 때엔 몰래몰래 30분 정도씩 시켜주기도 했다. 몇 년 전엔 내가 이러면 아들은 안돼 엄마가 하지 말랬어라고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패드를 찾곤 한다. 여튼, 엄마한테 혼난 건 별로 말을 하지 않았고, 학원에서 그랬던 건 얘기했다. 다음에 걸리면 이제 말로 안 할 거라고.


 이걸 혼내야 하나 싶다. 나는 이런 걸 보면 사실 대견하기도 하고, 내 어릴 때 생각이 나기도 한다. 몸이 커지는 성장… 신체적인 성장이 아니라 정신적인 성장 부분에서, 아들의 성장이 이만큼 체감되는 일도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는 것이 나는 그리 싫지 않다. 나는 초등학교 즈음에 부모님이 (그때의 내가 느끼기에) 과도하게 공부를 시켰던 기억이 있는데 하기 싫기도 하고, 시간도 부족해서 그때 당시 하던 구몬에 산수 문제 계산을 친구들에게 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른 친구들이 하면 필체를 대조할까 봐, 지우개로 지우고 내가 계산한 척 다시 쓰는 잔머리를 발휘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지우고 쓸 시간 정도면 그냥 풀 수 있었을 텐데. 그러다가 한 번은 그럴 시기도 놓쳐 그냥 아무 숫자나 다 써버렸던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다음에 오셔서 나에게 너무 실망했다는 말씀에 정신 퍼뜩 차렸던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여튼, 아들의 성장이 대견한 건 대견 한 것이고, 답안지를 컨닝하는건 잘못된 행동이라 아들에게 다음부턴 말로 안 할 거라고 이야기 하긴 했지만 그것을 멈출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들의 성격상 모르는 것을 적극적으로 물어보지는 않을 것이고, 실력 향상보다는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훨씬 앞서서 답안지를 베껴 쓰는것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턴 아마 숨바꼭질의 시작일 거다. 아들은 티 나지 않게 베껴 쓰고, 어른들은 그것을 찾아내는. 대부분의 경우 그 숨바꼭질에선 이미 그것을 경험해본 어른들이 이길 거고, 여러 가지 신체적 혹은 정신적 페널티를 감내하면서도 계속 시도하던가, 아니면 포기하겠지. 나는 어땠었지? 아들은 어떻게 할까.


 나는 성장의 반증인 이 상황이 그리 기분 나쁘지 않다. 사실 즐거운 것에 가깝다. 여튼, 다음에 걸리면 나부터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다.



2. 사무실 직원의 결혼.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막내였던(석 달 전에 막내 한 명 들어옴) 친구가 지난 주말에 결혼을 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내 밑에서 4년을 넘게 일 한 친구가 결혼하는데 안 가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다녀왔다. 아들과 둘이. 인천 문학경기장에 있는 결혼식장이었는데, 아들은 멀리서부터 보면서 이미 건물 크게에 놀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사실은 나도 놀랐는데 안 놀란 척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느라 힘들었다. 인간은 정말 대단하다. 이런 것까지 지을 수 있다니.


 고지서(청첩장)를 내가 싫어하는 향기가 나는 것으로 만들어서 펴보지도 않아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정보도 없어서 그냥 이리저리 들어가서 헤매다 보니 아들과 어디로 가야 하오… 하며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어떤 방(집기들 쌓아놓는 곳이었던 듯)에 들어갔는데, 그곳이 경기장 출입구와 연결되어 있길래 경기장 구경이나 한번 하러 들어가서 잠시 구경하고 나오려는데, 돌아가려고 하니 밖에서 문을 잠그려고 시도 중이라 굉장히 뻘쭘하게 죄송합니다는 말을 하며 나왔다. 아들과 다음에 언젠가 축구든, 야구든 보러 다시 오기로 했다. 내년엔 올 수 있겠지?


 일 년 반쯤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 같은데, 사랑하는데 굳이 결혼을 해야 하겠냐며 말리는 이야기를 했지만 여튼 했다. 남편이 감자 캐던 시골 청년처럼 생기긴 했지만, 키도 크고 인상도 서글서글한 게 성격은 좋아 보인다. (구) 막내 성격이 나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 맞추고 살기 쉬울 것 같진 않은데… 잠깐 봤을 뿐이지만, 이 친구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미 다른 글에서 많이 이야기해서 그것을 다시 반복하진 않겠지만, 결혼 한 사람들의 불행을 바라진 않는다. 큰 행운이 많은 횟수에 걸쳐 필요하겠지만, (구) 막내는 운 좋게 행복하길 바란다. 축의금 봉투에 이름과 함께 짧은 메세지를 써서 보낸다.


 너는 잘 살아라.



3. 건강검진

 최근 몸에 이상이라고 해야 할까. 한 달 전쯤부터 느껴지던 옆구리, 등 통증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없어지지도 않고 있다. 골프를 쳐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 봤지만 골프 때문에 아플만한 부위는 아닌 듯하다. 뭐 심한 건 아니고, 내장 쪽도 아니고 근육이 아픈 것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고 있었는데, 지난주부터 와이프가 갑자기 낯빛이 좋지 않다며, 이렇게 까만 적이 없었는데 까맣다며 이상하다고 빨리 건강검진을 받아보라며 난리다. 여름이라 그냥 햇빛을 받아 까매진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지만 하도 성화라 급히 (직장인) 건강검진을 예약하고 방문했다.


 몸이 딱히 나쁠 거라 생각은 하지 않고, 골프를 제외하고서라도 요즘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되려 예전에 했던 것보다 나아지면 나아졌지 나쁘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화요일에 다녀왔다. 피나 소변검사의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오겠지만 일단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혈압과 (안경을 쓴) 시력이 굉장히 놀랍게 나왔다. 혈압은 지금까지 항상 120~130에 70~80 정도에서 움직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잰 혈압은 105에 65. 인생 최저 혈압이 나왔다. 딱히 살이 빠진 것도 아닌데…


 시력은 안경을 쓴 상태지만 양쪽 다 2.0. 2.0쪽에 있는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아 확신이 없어서 음… 4요…? 7이요…? 나비인가…? 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다 맞았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인가 즈음 안경을 써도 1.2 이상 나온 적이 없던 것 같은데, 시력은 건강의 척도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여튼 만족스럽다.


다른 결과도 이렇게 잘 나오길.


 4. 스크린 

  지난주 금요일엔 스크린을 치다가 11홀쯤에서 아예 어깨가 나가서 같이 간 분이 나머지를 헥헥거리시면서 전부 치셨는데, 어제도 스크린을 치자 하는데 치는 분께 미리 (반)협박.

 “저 치다가 어꺠 나갈수도 있어요. 그럼 혼자 나머지 다 치셔야 돼요… ㅋㅋㅋㅋ” 

어깨가 나갈것 같은 느낌에 스크린 로그인을 안 하고 쳤는데… 스코어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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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이제 백돌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퍼팅만 잘 하면 90타도 나올수 있을것 같은데…. 

퍼팅이 제일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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