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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근래 있었던 일들 - 10월 1주(구인난, 007, 혼자만의 주말) 2021.10.03 PM 10:45
1. 구인난
내 밑에서 일할 직원을 뽑고 있다. 회사에 영업이 꽤 오래 나 혼자였다. 내 위로 이사님이 한 분 계시긴 한데, 일을 놓으신지 대략 3년 정도가 되신다. 최근엔 아예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해 사무실 안 나오겠다’를 선언. 원래도 일을 혼자 했으니 큰 불만은 없지만… 나에게 일이 너무 몰리는 것은 회사에도 좋지 않고, 최근 일도 꽤 바빠져서 외부 일정과 같이 소화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어 밑에 직원을 한 명 뽑기로 했다. 신입에서 대리급. 대략 과장 초년 정도까지…?
잡코리아에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를 기다린다. 무료 공고를 올리고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지원자가 지원하지 않는다. 지원자 자체가 많지 않기도 하나, 전혀 이쪽 계통의 지식이 없어 보이는 분들. 혹은 나이가 너무 많은 분들. 대체 신입~ 대리 모집하는데 왜 부장 이사님급 분들이 지원을 하시는 겁니까… 결국 지원자가 너무 없어서 추석 연휴 동안 유료 아이템을 써 보기로 했다.
잡코리아에 유료 공고를 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유료 아이템의 가격이 꽤 비싸다. 가장 저렴한 자리에 공고를 노출시키는 것도, 6일 기준으로 보면 5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잡코리아 들어가면 딱 보이는 메인 자리들은 하루 몇백만 원… 플랫폼의 힘을 실감한다.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유료 공고를 낸다. 추석 연휴 동안 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추석 연휴 동안에는 기존 유료 광고를 무상으로 연장해 준다고 한다. 그럼 일주일 말고 3일만 쓴다고 할 걸 그랬다. 추석 연휴에도, 주말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서 확인해 본다. 조회수는 얼마나 늘었는지, 지원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 그러나 지원자가 늘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조회수 자체도 쉬이 늘지 않는다. 기대한 만큼의 성과 없이 구인광고의 게재 기간이 끝났다. 총 지원자 13명.
한 명을 뽑는 자리에 13명… 이면 절대적인 숫자로는 적다고는 할 수 없겠다. 그러나 그중 6명은 50세 언저리의 지원자들. 연봉이나 나와의 호흡 등은 제쳐두고, 모든 분들이 우리 회사와 그리 큰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업계에 종사하셨던 분들이다. 그분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를 여기에 적용하긴 어렵다. 그 외 나머지 5명은 아예 경력 없는 신입. 심지어 전공이 이쪽도 아니다.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만이 이쪽에 경력이 있는 경력자. 한 명은 전혀 다른 필드의 경력자.
내가 입사할 때에도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이쪽으로 들어왔다. 내가 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제쳐두고 결과적으로 10년 넘게 지금 회사에 쭉 다니고 있으니 그런 케이스에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난 여튼 전공이 이쪽과 관련이 있는 학과. 이쪽에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부분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신입과 경력 중 네 명을 추려 면접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한 명에게 전화를 해본다. 받지 않는다. 회사 전화로 전화를 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모르는 02번호는 안 받을 수도 있으니까. 내 휴대폰으로 다시 전화를 해본다. 또 안 받는다. 흐음… 그래 뭐 바쁠 수 있지… 취직한 것도 아니고 백수일 땐 전화 안 받을 수도 있어. 한두 시간 안에 백콜을 하면 되지 문제없다. 다음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또 안 받는다.
뭐지…?
네 명 전부 전화를 안 받았다. 심지어 백콜을 하지도 않았다. 오후 시간이라 늦어서 그런가 하고 그중 마음에 든 두 명에겐 다음날 오전에 전화하고, 거기에도 응답이 없어 문자를 보내 놓았다. 한 명은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고, 한 명은 그날 오후에 느즈막히 답이 왔다.
전날 오후, 문자 보내기 직전에 전화하고 받지 않아 보낸 문자에 대한 답....
전화를 참 많이 받았나 보다. 내가 구인하는 입장이지만 갑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데, 이 친구는 본인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B2B영업, 영업지원 업무에 사람을 구하는데 이렇게 연락을 늦게 받는다… 면접 볼 필요도 없다. 연락을 받는 것, 백콜을 하는 것 자체가 면접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는 아니었지만, 다음 후보에게 연락을 하고 비대면 면접 일정을 잡았다. 굳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친구는 비대면 면접에 참가하지 않고 노 쇼를 했다. 면접 약속을 잡고 시간을 비워놓았는데 연락을 하지 않았다. 면접을 못 보겠다는 연락도 없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뭐가 문제인지 아무리 복기해 보아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우리 회사가 동종업계 다른업체들보다 돈을 덜 주는가? 아니요
우리 회사가 동종업계보다 일을 빡세게 시키는가? 아니요
우리 회사가 동종업계보다 복지가 좋지 않은가? 아니요
우리 회사가 미래가 없나? 그럴... 수도 있지만 입사지원자들은 모르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좋지 않은 것은 상사가 나라는 것뿐인데, 나란 인간은 깊게 접해보기 전에는 악질 꼰대인 것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것을 미리 알고 전화를 안 받거나 면접에 노 쇼를 한 것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 두 명의 문제가 아니고 여러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한 문제라면 그들이 아니라 나에게서 문제를 찾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구인 과정의 어디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굳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면 시기… 추석 연휴의 직후… 그 시기엔 전화를 안 받을 수…가 있나…? 굳이 라떼는 말이야…를 하지 않더라도 구직자가 회사 업무 시간의 전화를 잘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 아닌가…? 나로서는 이해할 방법이 없어 그냥 면접 절차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만, 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구직난이라는 말을 한다면 코웃음을 치기로 했다. 현실은 구직난이 아니라 구인난이다.
2. 007 - 노 타임 투 다이
오랫만에 혼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내 첫 007 영화다.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높겠지만서도… 007이라고는 예전에 코흘릴 시절에 주말의 명화에서 하던걸 잠깐잠깐 보던 게 전부이고 영화 보단 OST가 내겐 훨씬 친숙하다.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살짝 몽환적인 느낌의 스카이폴 OST는 굉장히 좋았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영화 중간에도 그런 비슷한 느낌의 음악이 한번 들어왔던 것 같기도 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상영시간 두 시간 반 넘는 시간 동안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게 봤다. 이번 작은 PC적인 요소가 굉장히 가미되었지만, 애초 007 자체가 굉장히 마초적인… 시리즈다 보니 보면서 불편해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왜 영화 즐겁게 보면서 내가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지……
예전 시리즈는 당연히 봤지?라고 말하는 듯한 불친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초반 부분을 지나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후에도 꽤 불친절한 전개가 이어진다. 자동차, 여자, 비밀, 모험… 마초적인 영화의 극치라고 할 수 있겠다. 보다 보니 미션 임파서블과 구성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중반부에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그 요원이 더 오래 등장했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 요원으로 프리퀄이 하나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 만큼 매력적인 조연도 나왔다. 이야기의 악역들도 낯익은, 매우 반가운 얼굴들이었고… 등장인물 각자가 느낄 굉장히 많은 감정들에 공감하게 되는 그런 영화였다.
어떤 이야기를 볼 때, 나는 자기 자신이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이야기의 주인공에게서 어느 정도 자신을 투영해가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되곤 한다. 나와는 비슷한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다를 007에게서 나와 같은 모습을, 혹은 내가 저랬으면 좋겠는 듯한 모습을 투영하며 캐릭터에게 이입을 하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였다.
3. 혼자만의 주말.
결혼하고 나서는 당연히 처음이고, 그전에도 거의 항상 붙어 다니느라 이런 날이 거의 없었을 게 분명하다. 오늘 와이프가 아침부터 애를 데리고 처제네 집에 놀러 갔다. 이렇게 주말에 아예 먼 곳으로 외출을 하는 것은 내 기억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원래 당일치기로 계획하고 출발했으나 차가 매우 막혀 거의 다섯 시간 정도 걸린 듯. 그걸 또 할 순 없다며 내일 오겠다고 한다. 아들이나 와이프나 생색을 어마어마하게 낸다. 본인들이 휴가를 준다며… 근데 님들이 없었으면 매일매일이 휴가 아니었겠니…?
평소엔 이렇게 혼자가 되는 몇 시간이 있으면 뭘 할지 몰라 어쩔 줄 모르면서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오늘은 꽤 계획적으로, 알차게 시간을 썼다. 오전엔 집에서 몸을 움직였고, 낮엔 혼자 영화를 보고 쇼핑을 했다. 또, 저녁엔 혼자 카페에 들러 책을 보고 글을 썼다. 점심은 영화를 보기 전에 회전 초밥으로 간단하게 해결했고, 저녁은 패스했다가 밤 시간이 되어서야 허기를 느껴 집에 있는 빵 몇 조각으로 해결했다. 최근에 읽는 책은… 책의 소재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해하는 것도 순서를 외우는 것도 불가능. 검은건 글자요 하얀 건 종이로구나… 하면서 읽고 있다. 책은 또 어찌나 두꺼운지… 허허허…
집에 들어와서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후에 왁싱을 했다. 왁싱은 하면 할수록 느는 것 같다. 방법을 이제 거의 깨우친 느낌. 일부러 왁싱의 기술 관련한 어떤 정보도 접하지 않고 경험에 의존하여 방법을 개선해 가고 있는데, 이제는 결과물만 매끄러운 것이 아니라 과정도 꽤 매끄러워지고 있다. 과정이 개선되어 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 반짝반짝작은별
- 2021/10/04 AM 01:04
- Vague Hope
- 2021/10/04 PM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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