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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보며 나를본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이주윤 2021.11.07 PM 07:51
제목이 꽤 혹한다. 팔리는 작가가 되겠단다. 아마 아직은 그리 많이 팔지는 못한 모양이다. 계속 쓰는 삶을 살고 싶단다. 나도 언젠가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지금은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해서 그렇게는 살 수 없는 삶이지만 나도 언젠가 글을 쓰며 먹고 살고 싶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은퇴해서, 지금보다 많이 덜 벌게 되더라도 버는 규모, 쓸수 있는 규모에 맞춰 덜 쓰면서, 쓰고싶은 것은 내가 쓰고 싶은만큼 쓰며 살고 싶다. 이 작가는 나보다 많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 다소 부러운 마음이 든다. 누군가가 작가에게 출세욕에 관한 글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권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책을 쓰게 된 동기만큼이나 꽤 속물스러운 제목이다.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몰랐는데, 몇 년 전에 읽을까 말까 고민하며 꽤 오래 장바구니에 담겨있었던 ’오빠를위한 맞춤법’의 저자라고 한다. 그래도 나 정도면 마춤뻡훌늉하지? 하면서 읽지 않았었는데, 한번쯤 읽어볼걸 그랬나. 본인이 출세하지 못한 작가라며 자조적으로 언급할 때, 그 책을 자기가 쓴게 자랑할만한 업적 같은거라며 이야기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쯤은 읽어보기로.
내용은 뭐 특별할만한게 없다. 그냥저냥한 에세이. 어떤 특별한 감동이나 감흥은 없는 에세이. 그렇지만 뭐… 모든 이야기가 꼭 특별해야 하나? 때론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이야기도 즐겁다. 때론 마왕잡는 용사의 이야기보다, 천사와 악마의 거창한 싸움 이야기보다 그 세계의 평범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도 즐겁다. 한때 마블 만화를 모은 적이 있었는데(지금도 책장에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다른 책이 아니라 ‘마블스’다. 히어로물이지만 히어로들의 시선이 아닌, 일반 소시민의 시선에서 그려진 이야기. 마블 책이 적지 않게 있는데 이 책이 내 베스트.
이 책처럼 천박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솔직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하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때론 관음증적인 욕망을 채워주기도 한다. 누가 내가 쓴 글들을 보고 남의 일기 훔쳐보는 느낌이라 즐겁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들이 가끔 내 글을 칭찬하는데, 칭찬받는 글들은 그런 글들이었다. 나를 내려놓고, 체면을 내려놓고 부끄러울 수 있는 부분까지 가감없이 쓴 글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들. 잘 팔리지 않는 작가의 잘 팔리고 싶은 출세욕에 관한 몸부림. 에세이는 너무 가벼운 이야기들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 맛에 에세이 보는가 싶다. 읽는 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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