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근래 있던 일들 - 11월 3주 2021.11.21 PM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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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싱
오랫만에 또 셀프 왁싱을 했다. 이번엔 좀 텀을 길게 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왠지 왁싱하는것이 꽤 귀찮았다. 사실 30분 가까이 바닥에 앉아서 낑낑대며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다는게… 꽤 번거로운 일이다. 점점 잘 되어가고는 있었으나 이번엔 정말 완전히 깔끔하게 잘 됐다. 셀프 왁싱한지 거의 일년만에, 나는 인제 거의 왁싱 마스터가 되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이런 저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떤 외부의 도움도 받지 않고 드디어 적절한 방법을 나 스스로 찾아냈다. 결과는 만족스럽고 과정은 즐겁다. 다음에도 이번처럼 깔끔하게 된다면 스스로 ‘거의’ 왁싱 마스터가 아니라 그냥 왁싱 마스터라 자신할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스타스포츠
나는 F1을 참 좋아한다. 본지 대략 10년 정도 돼 가는데 가능한 한 경기들을 챙겨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편이었다’ 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비인기 스포츠의 팬이 뭐 다 그렇겠지만, 정식 중계하는곳이 우리나라채널에서는 없다. 영암에서 경기가 있을 때엔 공중파에서도 가끔 틀어 주기도 했었으나 그것은 언감생심이고, 그 이후 JTBC의 파생 채널이었었나… 몇몇 채널에서 경기를 생중계 해주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전부 다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 경기 라이브를 꼼수가 정식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스타스포츠’라는 외국 채널이 유일했었는데 레이스를 하는 날에는 반도 못 알아듣는 영어 해설을 낑낑거리고 들으며 밤 늦은 시간까지 잠을 못 자는 경우도 허다했다. TV앞에서 잠 든 날도 부지기수. 뭐 그리 부담되는 돈은 아니지만 ‘스타스포츠’라는 채널 자체도 IPTV에서 가장 비싼 요금제를 내야 볼 수 있었다. 우리 집은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밀려 IPTV자체도 거의 보지 않는데, 한달 해봐야 몇 시간 안 되는 시청시간예 비례하면 꽤 큰 돈을 내는 셈.

그런데 그 ‘스타스포츠’마저 9월 30일부로 송출이 중단됐다.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온다는 핑계로 송출이 중단됐는데, 디즈니플러스에 스타스포츠 실시간 방송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으나 그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디즈니가 소유한 ‘스타’ 방송국의 실시간 방송을 지원하지 않는 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F1을 보려면 앞으로 불법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왜 돈내고 쓴다는데도 못 보게 하는거냐… 닥치고 내 돈좀 받아주라고…


제발 좀 받아줘... 



디즈니플러스
위와 같은 이유로 배신감이 매우 큰 디즈니플러스지만 사실 굉장히 만족스럽게 보고 있다. 가장 좋은 점은 화면이 정말 매우 쨍 하다는 것. 화질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넷플릭스도 가장 비싼 요금제(하… 요금인상…)를 쓰고 있지만 넷플릭스의 그것보다 화면이 훨씬 쨍하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는다. 넷플릭스는 거의 초기부터 구독을 유지하고 있는데, 넷플릭스에서 뭔가를 보면서 화질 쩌네… 라는 느낌을 받은 적은 거의 없는데 디즈니플러스로 보는 거의 모든 영상이 그런 느낌을 받는다.

컨텐츠의 양이 (넷플릭스와 비교하여) 많지는 않으나 퀄리티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완다와 비전, 팔콘과 윈터솔져 보는 내내 모두 감탄을 연발하며 봤고(개인적으로는 두 드라마 다 초반부에 비해 후반에 힘이 빠진다는 점은 비슷했지만) 이미 본 영화들을 다시 보는것도, 미처 못 본 MCU의 영화들을 챙겨 보는 것도 모두 즐겁다. 드라마 ‘로키’와 겨울왕국 2, 소울같은 재밌다는 영화도 아직 못 챙겨 봤는데 모두 챙겨 볼 예정… 훌륭히 재미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인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최애인 덱스터 등이 업로드 되지 않는다는 것… 최근 하우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꽤 많이 들고 있는데 정상적으로 불 수 있는 루트가 (내가 알기론) 없다. 덱스터는 새 시즌도 나온다고 하는데… 여튼 짜증난다. 하우스나 덱스터 둘다 폭스에서 만들었는데 왜 디플에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구나… 하우스 보고 싶다.




낚지볶음
목요일 저녁 곱창이, 소곱창이 아니라 돼지곱창, 야채곱창볶음이 먹고 싶었다. 야채곱창볶음은 거의 내 소울푸드 같은 느낌의 음식인데,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우리 집 앞 포장마차에서 장사하시던 할머니가 한번씩 만들어주시던 메뉴다. 완전 코흘리던 시절이었는데도 조금은 달달하고 매콤하기도 한 그 맛이 참 좋았다. 깻잎의 씁쓸함을 싫어하던 시기에도 거기에 들어간 깻잎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곤 했었다. 살짝 퍼졌으나 아직 뭉치지는 않은, 뭉치기 직전의 당면은 또 어찌나 각별한지.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할머니도 굉장히 가끔 보게 됐었지만, 할머니를 뵙는 날이면 언제나 ‘곱창’을 해달라며 떼를 쓰곤 했다. 이미 할머니보다 키가 훌쩍 큰 후에도.

할머니는 일반적으로 파는 야채곱창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조리를 하셨는데, 일반적으로 파는 야채곱창보다 소스가 묽고 조금 자작자작하게 만들어지는 방식이었다. 할머니는 2년 전에 돌아가시기도 했고, 한참 전부터 장사를 안 하셨기 때문에 할머니가 만드신 야채곱창볶음을 먹어본 지도 정말 한참 된것 같다. 다른 곳에서 파는 그 메뉴는 할머니가 만든 메뉴와 스타일이 많이 달라 내가 기대하던 맛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만든 것보다 맛있는 그것도 여러 번 먹어 보았으나 나는 왠지 그런것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가 해주셨던 것이 그리웠다. 분명히 할머니가 한 것보다 맛있는걸 먹을 때에도 그랬다. 조리 스타일에 대한 보편적인 입맛의 호오를 떠나 나에게는 할머니 스타일의 그것이 특별한 의미로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곱창’은 당연히 소곱창. 나에겐 곱창이라하면 당연히 야채곱창볶음인데, 일반적으로 곱창이라고 하면 당연하다는듯이 소곱창을 이야기 한다. 처음엔 그 괴리가 잘 와닿지 않았었다. ‘아니 곱창 하면 당연히 할머니가 만든 것 같은 당면 추가한 야채곱창볶음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할머니 스타일의 그것을 사실 먹어본적이 굉장히 드물다. 그것을 파는 곳에서도 자작자작하고 달달한 느낌 보다는 국물을 바짝 졸여 매콤한 맛에 더 집중하는 그런 조리법이 주류를 이룬다. 야채곱창볶음이 먹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만든 것과 같은 맛이 먹고 싶은 것이지 아무리 맛있더라도 다른 조리법으로 만든 것은 굳이 먹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 파는 곳이 있지도 않지만.

그런데 우리 회사 앞에 점심을 자주 먹던 식당에서 정식 메뉴판에는 없지만 벽에 야채곱창볶음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주문했으나 점심에는 안된다는 거절의 멘트를 듣고 실망했었다가, 저녁에 회사 근처에서 스크린을 치고 같이 스크린 치던 분들과 그 메뉴를 시켰었는데 할머니가 만들던 그 맛과 거의 흡사했다. 일부러 그것을 먹기 위해 매주 스크린 약속을 잡고, 멀리 있던 분들을 굳이 사무실 근처로 부르곤 했다. 그 식당은 점심에 종종 가던 식당에서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메뉴를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바뀌어 더 점심에도 더 자주 가게 되기도 했다. 당면 좀 넉넉하게주세요 라는 말을 매번 하기도 쑥쓰러워 둘이 가서 삼인분을 시키기도 했다. 삼인분을 시켰을 때도 따로 말은 하지 않았으나 식사를 내어 주실 때 주인분이 인심좋게 웃으시며 당면 더 드렸어요 하는 말에 안심하기도 했었다. 항상 즐겁고 만족스러운 식사.

요새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쁘지만, 특별히 바빴던 목요일 오후. 야근은 확정적. 최근 정말 바빠 스크린도 못 치고 있는데 그 메뉴 생각이 났다. 마찬가지로 뭐가 안 돼 야근하던 막내에게 저녁 먹고 할래? 하는 물음에 긍정의 대답이 돌아온다. 당연히 그것을 주문하려 했으나 최근 매우 바빠 스크린도 못 치고, 저녁에 안 오는 동안 그걸 찾는분이 없어 메뉴에서 내렸다는 야속한 대답이 돌아온다. 돼지곱창이라는 원료 자체가 관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모양. 할머니도 손주들이 가는 날에 맞춰 재료를 사 오셨다며 손주들에게 넉살을 피우시곤 하셨다. 열었다 닫혔다를 반복하는 영업용 냉장고에서 좋은 상태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메뉴는 아니었을거다. 인제 그걸 어디 가서 먹어야 하나.

그래서 낚지볶음을 시켰는데, 그 아쉬움을 다 채울수는 없었지만 꽤 훌륭하게 맛있었다. 비벼먹을 밥을 생각보다 매우 많이 주셨지만 비벼기 좋게 밥에도 적당히 참기름이 뿌려져 있었고, 추가하지도 않았는데 계란 후라이도 밥에 하나씩 올려 주셨다. 없어진 메뉴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하면 꽤 만족스러운 식사. 조만간에 또 갈 것 같은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하나의 즐거움이 가고, 또 다른 즐거움이 왔다. 인생은 뭐 이런거 아닐까.

댓글 : 1 개
스타스포츠에서 F1을 중계 안해준다고요??
스타스포츠 어차피 홍콩 시간대로 방송 해줄텐데 그냥 해주지 이놈들…
기억으론 이게 폭스계열이라 디즈니에 들어간거같았는데 저도 관심이 있어서 가입 생각중이었는데 점점 그렇군요…
어렸을 때 스타스포츠로 F1 볼때 그 뚱뚱한 아저씨가 중계 해줬는데 아직도 하시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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