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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보며 나를본다] 우리말 어감 어감 어감 어캄 어감 어감 어감 사전 - 안상순 저 2021.11.23 AM 12:08
아마도 마지막 책이 될...
리디셀렉트로 본 아마 마지막 책이 되지 않을까. 11월 28일이 마지막인 리디셀렉트는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리디셀렉트만 거의 2년을 이용했고… 14년 여름부터 이용했으니 리디북스를 이용하기 시작한지는 거의 7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최근에는 거의 셀렉트에 있는 책만 읽었으니, 셀렉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리디북스도 거의 사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많은 사람이 그랬다시피 책은 당연히 종이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시대가 있었는데, 전자책을 구매해서 보는 시대를 넘어 구매가 아니라 대여해서 보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사실 대여의 개념을 넘어… 구독이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쓰곤 하지만 실제 서비스와 구독이라는 단어가 그리 매칭이 되진 않는다.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독하는 개념으로 구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뭔가… 구독이라고 하기에는 단어가 뭔가 아쉬운 느낌…
목록을 확인해보니 7년이라고 하기엔 그리 구매한 책이 많지 않다. 물론 종이책도 여러 권 구매했으나 233권… 뭔가 애매하다. 사실 전자책을 구매한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꽤 큰 돈을 쓴 지금도 잘 모르겠다. 현실에 있는 물건이 아닌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한 것들을 참 많이도 샀다. 하지만 가챠도, 게임의 아이템도, 윈도우도, 오피스도 돈을 내고 쓴지 오래 되었고 나 또한 그런 데이터 쪼가리를 팔아서 먹고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거부감이 있다. 내가 많은 돈을 주고 산 전자책들은 내가 이제 밀리의서재나 교보sams로 전자책 구독 플랫폼을 옮기면 내 책장을 빼곡히 메우는 알량한 허영심조차도 제공해주지 못하고 그저 아마도 더 이상 거의 열어보지 않을 리디북스 앱 안에 묻혀있을 것이고, 그마저도 몇 년이 지나거나 내가 사용하는 기기를 바꾼다면 앱 조차도 다시 깔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도서정가제 이후에도 전자책은 이런 저런 할인이 많이 들어가서 단순 환산은 어렵지만, 리디북스에서 구매하거나 장기간 대여한 책 300권이라면 일반적으로 집에서 쓰는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많이 남는다. 그 동안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나의 전자책 책장에 꽂혀 나에게 그만큼의 허영심을 제공하던 나의 구매 목록의 책들은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 어떠한 가치도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책들-읽은 책들에 한하지만-은 내 안에 마음의 양식이 되어 이미 살찐 내 몸에 걸맞는 마음을 만들기 위해 내 마음을 살찌우는데 일조하였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그 책들을 만약에 전자책이 아니라 실제 책으로 구매했으면 어땠을까. 일단 집에 책꽂이가 더 많이 필요했을 거다. 지금 있는 책들만으로도 이미 책꽃이는 한계 상태를 넘어 보기 좋게 정리하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지경. 많은 책들이 꽂혀있을 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미 누워있다. 지금도 애 책이 꽃혀있던 공간을 한칸 두칸 차지하고 있는데 저 목록에 있는 책들이 종이책으로 바뀐다면, 이미 가끔 받고있는 따가운 눈빛을 더 많이 받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들은 나의 허영심을 적절하게 채워줄 수 있었을 것이고, 집에 가끔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도 굉장히 좋고 효율적인 인테리어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책은 벽지 치고는 꽤 비싼 편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비싼값을 충분히 해 내는 물건이니까. 두서없는 이 글의 요지는 이거다. 이용하는 플랫폼을 옮기면 그야말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데이터 쪼가리에 비용을 지불하는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가? 그런 데이터 쪼가리를 ‘구독’하는 방식이 아닌 ‘구매’하는것이 사용자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인가? 가치가 없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지금 내가 고민하는 전자책에 한정되는 것인가? 아니면 게임이나 영화같은 다른 미디어쪽으로도 범위를 확장 할 수 있는 것인가?
책의 독후감으로 시작한 글이 점점 산으로 가는 것 같다. 앞 문단에서 제시한 물음에 대한 결론은 이미 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개인적으로는 어느정도 내리고 있으나 글로 쓰기에는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언젠가는 써 보는 것으로.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이런 무의미해보이는 데이터 쪼가리에 비용을 지출하는것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결코 아닐 것이라는 것. 내가 앞으로 모든 종류의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순간이 올 가능성은-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0은 아닐 정도로- 있지만 책 자체를 읽는 것을 그만둘지언정 ‘전자책’을 읽는걸을 그만 둘 일은 아마도 없을 거라는 것이다. 나는 어쨌든 종이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었다가, 전자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 되었었고, 전자책을 빌려서 읽기도 하다가, 전자책을 구독해서 읽는 사람으로 소비 방식이 매우 많이 바뀌었고 나는 이런 변화 자체가 마음에 든다. 물론 이런 변화는 나의 다양한 필요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런 변화 자체가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는것 같은 그런 느낌을 내가 받게 해 준다.
아마도 리디북스로 읽게 될 마지막 책일 ‘우리말 어감 사전’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책의 제목에 있는 사전이라는 단어를 보고 미리 멈췄어야 했을까. 책의 초반은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으나, 중반을 넘어 종반부는 그냥 말 그대로 어떤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꾸역 꾸역 읽었다. 굉장히 비슷한 듯을 가지고 있으나 같은 단어는 아닌 단어들, 예를들면 ‘운명과 숙명’, ‘신문과 심문’, ‘자존심과 자존감’ ‘복종과 순종과 굴종과 맹종’ ‘가면과 복면’ 등 단어 자체의 의미만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단어들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법을 기술해놓은 책. 텍스트를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는 없더라도 용법 정도는 구분해서 말 할수 있는 단어들을 정확히 구분해서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마치… 어른들을 위한 문법 책 같은 내용이다. 맞춤법이 아닌 문법에 관한 책.
책의 문체가 일단 굉장히 올드한 편인데, 문체에 대한 부분은 기술서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더라도 그리 얇지도 않은 책이 이렇게 원패턴으로 흥미를 유발하기는 어려운 형식으로 쓰여 있다 보니 눈을 반짝이며 볼 수 있는 초반부를 지나가면, 흥미를 가지는 몇 단어를 제외하고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사실 굉장히 적다. 농담이라곤 할줄 모르시는 선생님 수업을 듣는 그런 느낌. 다년간의 내공도 있으시고 준비도 많이 하셔서 수업의 내용이 좋다는건 충분히 알겠으나 듣다보면 너무 따분해서 집중이 안 되는 그런 느낌.
다만 이 책을 느끼면서 한국말이라는것이 외국인들에게는 정말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었는데, 여기 나온 대부분의 단어들은 영어-내가 그나마 듣고 쓸 수 있는 말이 영어뿐이라 영어를 예로 들면-로 이야기를 한다면 여러 단어들이 단 하나의 단어에만 대응된다는 거다. 물론… 외국에 있는 단어가 한국말에는 없는 경우도 많겠지만(조장하실분?이라는 뜻을 가진 매우 긴 단어라던가) 각각의 단어들이 가진 그 맛을 외국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문법능력이 부족하겠다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겠으나, 그 분들은 책의 1/3도 읽지 못할게 너무나 분명하기 떄문에… 장문의 글을 쓰기 시작한 분들이 읽으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도 다른 좋은 책들이 많이 있어 권하긴 어렵겠다.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함께한 리디북스로 읽게 될 마지막 책이 추천하기는 어려운 책인것이 못내 아쉽지만, 좋은 말 하기는 어려운 책. 다시 언급하겠지만, 아마 밀리의 서재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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