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보며 나를본다]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 2021.11.26 PM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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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스티븐 킹의 책이다. 영어 제목은 ‘On Writing: A Memoir of the Craft’. 뜻은 알겠으나 번역하기가 애매하다. ‘쓰는 것 : 제작의 회고록’ 정도일까. 한글 제목이 훨씬 와 닿는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내가 남을 유혹하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나는 확실하게 이 책에, 이 작가에게 유혹 당했다.

스티븐 킹은 현 세대에서 (적어도 상업적으로는)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하나로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작가이다. 그의 책은 3억 5천만여 권이 팔렸다고 알려져 있으며 권당 천원만 인세로 잡아도… 상상이 안 가는군. 그의 작품들 중 정말 수많은 작품들이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영상화 되었고 이 부분에 기네스 북에 올라 있다. 47년생으로 현재 74세. 데뷔한지 50여년이 되었음에도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따로 소개를 하는 것이 우스울 지경… 지금까지 이 작가의 책을 읽지 않은 것은 역시 내 안에 깊게 자리잡은 반골 기질 덕분이 반, 소설을 멀리하던 내 독서 습관 때문이 반으로, 양쪽 다 나의 일부지만 나에겐 그리 도움되지 않는 부분들이 확실하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니까.

밀리의서재로 읽은 첫 번째 책. 꽤 큰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했으나 리더 옵션 설정은 불편하고, 화면은 너무 많은 정보를 보여주려다 보니 조잡하다.주변의 밝기 등에 따라 화면 밝기 조절을 꽤 빈번하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절 자체가 꽤 불편하다. 직관적으로 되어있는 리디북스와 비교해 가장 불편한 부분. 완독율이나 평균 리딩 시간등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화면에 쓸데없는 정보는 많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것은 어렵다. 내가 지나치게 리디북스에 익숙해진 탓인가, 화면 디자인을 잘 못한것인가 하는 물음이 생기지만, 둘 중 어느쪽이든, 밀리의서재가 제공하는 화면은 아직은 불편하고 이용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책을 많이 읽게 하려는 시도인지-많이 읽어야 구독을 꾸준히 유지 할 테니- 제공하는 기능은 꽤 많지만 그만큼 번잡하다. 이런 저런 부분이 실망스러움애도 책은 확실히 리디보다 많은 것이 보이는데, 그 부분은 확실히 마음에 든다. 이 책 또한 리디북스엔 없다.

밀리의서재에 가입하고,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내 장바구니에 있는 책들을 검색해본다. 이건 없고 저것도 없고 그것도 없고 요거도 없고… 목록의 일곱 번째에서 드디어 이 책을 만났다. 흠.. 유혹하는 글쓰기라… 누군가 인생 책이라고 해서 담아놨었다. 이 책을 읽기로 결정하고, 다운로드 받고 책을 열자마자 굉장히 익숙치않은 폰트와 글자 크기들이 나를 맞이한다. 글자크기는 너무 작고, 폰트는 너무 화려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글자 크기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큼 작은 것을 선호하고 폰트는 깔끔하고 뭉특한 고딕체를 선호한다. 글씨체, 글자크기, 줄간격, 문단 간격 상하여백 좌우여백…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설정할 일이 없었던, 나에게 적절하게 맞춰져 있던 값들을 다시 이리저리 넣어보며 적절한 값들을 찾는다. 이리저리 바꿔가며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나에게 맞는 값들을 찾았다. 집을 이사를 했으니 나에개 맞게 이리저리 바꿔 보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이 번거로움이 드리 반갑지도 달갑지도 않다. 밀리의서재는 나에게 책을 한 페이지도 보여주기 전에 이미 많은 점수를 잃었다.

책은 흠잡을데가 없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흠잡는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데 쓸 정신같은건 없었다. 어떤 흠을 생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겨가며 읽었다. 소설을 읽을 때엔 이런 일이 종종 있지만 비소설을 읽을 때엔 거의 없는 일인데 책이 글쓰기에 관련한 책이라기보다는 꽤 많은 부분 자서전에 가깝기 때문인 듯 하다.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 자기의 인생에 대한 내용, 그 뒤에 따르는 작가로서 글을 대하는 자세와 글쓰기 기법. 글을 쓰는 여러가지 기법을 소개한 책이 아니라 자기의 관점-가끔은 다른 사람들도 언급한다는 말을 하며-에서 글을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문장을 다루는 방법을 소개한다. ‘수동태는 가급적이면 쓰지 마라’던가 ‘부사를 남발하지 마라’같은 자기 기준이지만 매우 납득되는 이야기들. 프로 작가들조차도 초고는 매우 형편없다… 뭐 이런 말들. 거의 몇 달 동안 내 글에 내가 만족한 적이 거의 없는데, 요즘 뭔 깡인지 내가 탈고를 안 한지가 한참 됐다. 예전엔 글을 쓰는게 걸린 시간만큼 탈고에 쓰기도 했었는데. 이정도면 됐다고 만족했던 것일까 그냥 귀찮았던 것일까. 여튼 나쁜 습관이다. 당장 고쳐야 할.

이 작가는 이 책을 비롯하여 소설이 아닌 비소설 책도 여러 권 썼으나 기본적으로 소설, 그 중에서도 장르문학 쪽에 더 가까운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와 감정의 달인이라면 스티븐 킹은 공포와 스릴러의 대가. 글쓰기에 관한 본인생각의 정수를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당연하게도 당연히 소설을 쓰는데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중점이 되는데, 내용들이 사뭇 흥미롭다. 자기 안의 어떤 이야기를 집필하고 싶은 사람들은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아직 읽어 보지 않은 분들 또한 한번은 읽어 보시길 권한다.



와 닿았던 몇 부분을 옮겨 적어본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이야기한 그 모든 일들을 겪었고(물론 말하지 않은 일도 많지만), 이제부터는 글쓰기에 대하여 말하려고 한다. 미리 약속했듯이, 너무 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시궁창에서 구역질을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똑같아 보인다. 그런 모험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나는 하룻밤에 맥주 한 박스를 해치우고 있었다. 그때 쓴 소설 《쿠조Cujo》는 어떻게 썼는지 기억조차 거의 없다. 이 말을 하면서 나는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고 다만 막연한 슬픔과 상실감을 느낄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 책이 마음에 든다.

수사학 분야의 무솔리니라고 할 만한 윌리엄 스트렁크조차도 언어의 즐거운 유연성을 인정해주고 있다. “최상급 작가들도 간혹 수사학의 규칙을 무시하곤 했다.” 그러나 그가 여기에 덧붙인 말도 유념해야 한다. “잘 쓸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규칙을 따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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