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새해의 첫 스케쥴. 2022.01.04 PM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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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잠이 많이 늘었다. 원래는 잠을 많이 자는 편이 아니라 밤에 몇 시에 자든 간에 새벽 네시정도에 눈을 뜨는날이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잠이 늘어서 요즘은 출근시간의 마지노선인 일곱시 반까지 자는날도 많다. 이렇게 잠이 늘어난것이 그리 맘에 들지도, 특별히 몸이 더 상쾌하다고 생각들지도 않는다. 새해 첫 날엔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시간인 다섯시에 눈을 떴다. 새해라는것이 그렇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해의 시작으로 만족스럽다.

다들 자는 새벽의 고요한 시간이 좋다. 무얼 해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 새벽에 일어나서 침대안에서 밍기적거리는 와중에 건설적인 무언가를 하는것은 굉장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 충분히 침대안에서 밍기적거리는 편이지만, 오늘은 억지로라도 일어나서 뭔가를 해 본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일곱시쯤 거실로 자리를 옮겨 게임을 잠시 하려고 하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꺤 건지 아들이 내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눈을 비비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아들이 귀엽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 아쉽지만 오늘의 여유는 여기까지다. 곧이어 여덟시쯤 와이프도 깼다가 다시 자러 들어갔다.

친구와 펜션엘 놀러 가기로 했는데 열한시쯤 도착한다고 한다. 나는 그렇다 치고 애를 빈 속에 외출하게 할 순 없으니 아들과 투닥거리던 자리를 정리하고 아홉시 반쯤부터 부랴부랴 대충 밥을 챙겨먹고 어제 아들과 약속한 책을 사러 갔다. 아들이 보는 책의 새 시리즈가 나왔다고 보고 싶다고 하길래 두말없이 사준다고, 내일 같이 서점엘 가자고 했다. 마침 오늘은 새해 첫 날이다. 서점 방문은 새해의 첫 스케쥴로 아주 훌륭하다. 마음에 드는 새해 첫 날이다. 간김에 나 읽을 책들도 좀 골라야지.

책을 읽는 것은 거의 완전히 전자책, 그것도 구독 방식으로 넘어갔으나 가끔 그냥 그냥 읽지도 않을 확률이 높은 책을 그저 ‘사기’ 위한 행위를 위해 번거롭게 서점을 방문하는 일은 꽤 즐겁다. 이런 쓸데없는 일이 삶에 기름칠을 해주는 느낌. 집에서 가까운 서점은 왜 또 그렇게 잘 해놨는지. 특별한 일 없어도 방문하고 싶어질 만큼 기분좋게 멋지게 잘 꾸며놓았다. 주차 문제만 아니면 더 자주 갈 텐데. 교보문고를 가장 좋아하지만 집 근처에 있는 영풍문고가 너무 잘 해놔서 종종 방문하곤 한다.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아들 책을 검색하고 어디 있다는 안내지를 뽑아 아들에게 건네 주고 책을 찾아 오라며 아들을 보냈다. 아들을 보내고 새로 나온 책들을 스윽 둘러 보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은 보이지 않는다. 책 몇 권을 들었다가 내려 놓고 마음에 드는 책은 까먹을까 사진을 몇 권 찍어놓았는데 아들이 금새 책을 찾아 왔다. 시리즈에 책이 한 권 나온줄 알았는데 두 권 나왔다며 웃으며 두 권을 집어왔는데, 책들이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싸다. 정말 얇은 책 한권에 만 천원… 두권 나왔으니까 이만 이천원… 요즘 책들이 다들 그렇지만 정말 본전 생각이 안 날수 없는 가격이다. 마법천자문이 리디셀렉트에 있던것이, 지금 이용하는 밀리의 서재에도 있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저것까지 사주다간 끝이 없었을텐데…

그러나 아들의 책값으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들과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즐겁다. 아들의 손을 잡고 두리번 거리며 서점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자기 책을 골랐으니 아들은 귀찮아 하며 집에 가자고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진열되어있는 책들 중에 집에 있는 책을, 내가 읽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어 저거 집에 있는데, 어 저거 아빠 읽은건데 라고 이야기하는것을 멈추지 않는다. 매우 즐겁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와중에 설민석의 한국사 책 신간을 보고도 사 달란다. 그의 이름이 달린 책은 당연히 사기 싫지만, 이미 책의 시리즈를 꽤 사 모은 후라 어른들의 사정을 자세히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지는 않아 그냥 사 주었다. 아들이 처음 모은 책을 미완으로 끝내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 그저 빨리 시리즈가 끝나길 바랄 뿐.


마침 어제 당연하게도 무죄 판결을 받으셨다


한참 뭘 살까 고민하던 와중에, 유시민님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출간한지도, 눈에 들어온지도 한참 된 책이지만 사 봐야 읽을것 같지 않아 사지 않았었는데 아들과 서점 온 김에, 아들에게 책을 사는 모습 자체를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유시민님에게 몇 푼 인세라도 보태드리는 마음으로 구매했다. 내가 인세를 보태든 말든 그분은 잘 먹고 잘 사시겠지만 굳이 읽을 마음이 동하지 않는 책이지만 인세라도 작게 보태드릴 목적으로 구매했다. 좋은 책들 더 많이 내 주시길. 기존에 쓴 책 재판하지 마시고…

펜션은 꽤 좋았다. 펜션의 룸 컨디션도, 밤에 별이 조금 보였던 것도, 동네 주민들 사이에 껴서 불을 피우며 불멍했던것도 꽤 즐거웠다. 불멍하다가 날리던 재에 올해 새로 산 후드의 등에 담배빵처럼 작은 구멍이 나기도 했다. 그리 맘에 드는 옷은 아니지만 올해 새로 산 옷인데 아깝다. 이미 구멍이 난 걸 어쩌랴. 펜션에서 키우는 굉장히 큰 개(말라뮤트)도 좋았고 동네 주민이 데리고 오신 리트리버도, 초면엔 많이 짖다가 나중엔 얌전해진 시바도 좋았다. 강아지 키우고 싶다. 가는 길이 험했던것과 바베큐판이 부실했던것만 제외하면 만점짜리 펜션. 오는길엔 두물머리에 들렀는데, 강이 전부 얼어서 그런지 핫도그 외에 특별히 볼만한 것은 없었다. 이름이 가물한데 루시올이었나. 계곡이 얼지 않았을 여름쯤엔 한번 더 방문해도 괜찮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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