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보며 나를본다] 스토너 - 존 윌리엄스 2022.01.19 AM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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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완독율이 매우 높다. 


2022년 1월 13일. 원래는 직장 동료와 그날 나오는 게임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시작부터 같이 달려보자 마음먹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게임화면보다 공지사항 본 시간이 더 길었다. 나중에 기사로 접하고 나니 13일 00시에 오픈하녀 13일 24시간 동안 19.5시간을 점검했단다. 하루 종일 언제 서버 열리나 기다리다가 밤에는 아예 포기하고 일찌감치 책을 폈다. 서점에서 표지를 보고 한번 봐볼까? 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밀리에 검색해서 있는것을 확인하고, 별 기대 없이 편 책이었는데 (나는 밀리로 읽었지만)종이책 400페이지짜리 책을 펴고, 다 읽을 때까지 단 한번도 덮지 않았다.


저번주부터는 사실 손이 책에 잘 가지 않아 억지로 책을 펴고 보는 대신 밤에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 한편 정도씩 몇일에 걸쳐 몇 편의 영화를 봤는데 운좋게도 고른것들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다른 글에서도 소재로 썼었던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가 책을 읽는 내내 오버랩됐다. 사실 별로 겹치는 소재가 없는 이야기들인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주인공의 상황들이 너무 깝깝하다는 게 비슷해서였을까.


‘스토너’라는 제목답게 매우 돌 같은 한 사람의 일생을 따라가며 그려낸 책이다.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 상황들에서, 그러면 안돼… 하는 내면의 외침과 함께 주인공을 여러 번 말렸으나 이 책은 이미 거의 60년 전인 1965년에 쓰여진 책이고, 나의 만류는 책에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결혼을 하려고 할 때, 어 이러면 안될거 같은데… 하며 진심으로 주인공을 말렸었는데… 내 주변에 결혼을 앞둔 친구들에게 너는 결혼하지 마라… 라고 입버릇처럼 말 하고 다니는데 사실 이 만류가 효과가 있던 적은 별로 없다. 진짜 둘이 서로 엄청 사랑해서 죽고 못사는 정도가 아니면 결혼하면 안 되는데… 주인공도 스스로에게 확신할만큼 결혼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도 못했지만 여자는 아예 그런 마음이 없이 결혼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 극에서 그려지는 주인공의 매눌은 악녀로 매우 유명한 링컨의 매눌보다 더 악녀인게 분명하다.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격동의 시대를 거친 사람의 일생을 쭉 따라가며 쓰여진 이야기이다. 주인공 인생의 많은 부분이 휙휙 지나가며 삶의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지만 주인공의 깝깝한 인생은 충분히 잘 그려놓았다. 주인공의 직업은 대학교 교수인데, 직업답게 어려운 단어들이 소재로 많이 등장하지만 그 단어들의 의미는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 확실하다. 마블의 영화 시빌 워를 보고 캡틴편 반, 토니편 반으로 편이 나눠지는 것 처럼 작가의 인생은 읽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굉장히 극명하게 갈릴 것 같은데, 나는 주인공의 인생이 (내가 다른사람들보다 특별히 많이 실패했다는 것은 아니지만)나만큼이나 많이도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아… 그래도 주인공은 대학 교수인데 나보단 나은가.


작가는 출간 이후 인터뷰에서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스토너의 삶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나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뭐… 작가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잖는가.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이야기의 해석이 많이 갈리는 것 처럼. 작가의 기준에서는 그만하면 괜찮았다 라고 할 만한 인생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스토너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작가로서의 커리어에서도, 그야말로 인생 전체를 실패했다고 할 만큼 그야말로 실패로 첨철된 삶을 살았다. 그런 인생을 살아내는 대부분의 사람들 처럼, 그도 그런 실패로 첨철된 삶을 살았다. 그의 삶에 행복했다고 말 할수 있을만한 시간은 거의 없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과 나도 그렇듯이. 나와 스토너가 다른 점이라면 나는 그런 부분을 뒤집어보려고 열심히 발버둥치고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라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책이 쓰여진지 50년이나 지나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는데, 1965년에 쓰여진 책이 우리나라에는 2020년에나 들어오게 되었다. 우리나라 기준 초판 1쇄 발행일이 2020년 6월 24일이다. 65년에 쓰여진 책이 2020년에나 들어왔으니 한 사람이 태어나고 중년이 될 시간만큼 지나서야 우리 나라에 소개되었다. 올해 40살인 내가 태어나기 거의 20년 전에 쓰여진 책. 1900년대 초반의 이야기를 많이 다룬만큼 거의 시대물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책이 그려내는 세상은 다소 생경하다. 우리나라와 미국이라는 지리적 차이도 있을 뿐더러, 시간적 차이도 백년이나 된다. 나는 그가 살았던 세상을 모른다. 이 책으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뿐. 생각해보니 작년에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책 ‘가재가 노래하는 숲’도 이 시기 즈음을 그린 책이었다.


책의 초반 주인공이 직업적인 정체성을 깨닫기 전까지는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어서(묘사할게 없을만큼 스토너라는 이름처럼 그가 ‘돌’만큼이나 건조해서였을 수도 있다)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남의 인생을 두고 이야기 할때, 어떤 대상에게 공감하기보다는 너무나도 쉽게 ‘나는 걔가 그러는게 이해안돼’ 같은 무심한 말을 무심하게 하는 것 처럼, 주인공에 대해서도 그런 이해하지 못할 것들을 나에게 많이 던져주고 갔다. 이야기의 진행을 곱씹으며, 주인공의 삶을 다시 곱씹어보며 이해안되는 행동들을 이해하려 다시 한번 노력 해봐야겠다. 그를 이해하려면 따로 그런 노력이 필요할 만큼 나와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쓰여지는 이야기인데, 문체가 굉장히 건조하다못해 고어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원서가 원래 그런건지, 번역이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옮긴이의 말에서 본 짧은 글의 문체는 그런 문제가 없었다. 정말 옛날에 나온 책이고 책 전체에 걸쳐 유머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지금 생각해보니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짧지않은 이야기 전체에서,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거의 없었다. 책 읽는 내내 웃음 비슷한 것이라고는 허탈하게 웃는 허… 정도.




나도 이겨내야지



그러나 당연하겠지만 주인공의 삶이 굉장히 깝깝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책이 졸작이라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넷플릭스의 ‘결혼이야기’라는 영화도 영화 보는 내내 깝깝한데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남주인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는 그야말로 신들린 수준이었다. 내 기준에서 이 책은 그야말로 명작이라고 전혀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겠는데 명작이라고 느끼는 기준이 뭘까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명작이라고 평가할만한 작품들을 되짚어 생각해 보면 딱히 공통점이 있는것 같지는 않다. 현실을 리얼하게 그렸다…? 감정 묘사가 탁월했다? 캐릭터의 행동과 서사가 정당하다? 모르겠다. 근데 막연하게 생각해 보기에 해피엔딩의 이야기가 꼭 명작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해피엔딩보다는 어떤 비극적인 이야기가 더 완성도 높게 다가오는것 같긴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인 하우스에서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환자를 결국 잃는 것들이 많았다.


대체 이 책의 뭐가 그렇게 만족스러웠는지, 뭐가 그렇게 손을 떼지 못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감정 묘사가 탁월하지도, 그의 인생에 극적인 순간이 있지도 않았다. 누구나 탐낼만한 부러운 삶을 살지도 않았고, 그를 괄시하고 못살게 구는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이는 어떤 사이다스러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잔잔한 인생.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인생과는 거리가 꽤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 했던 삶. 고통으로 가득 차있지만 가끔 짧은 위안이 있는 그런 보통의 삶. 내가 살고있는 것과 같은, 이런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고마운 당신도 비슷하게 살고있을 그런 보통의 삶.


정말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밀리의 서재로 먼저 읽었지만, 종이책도 구매할 만큼 만족스럽게 재밌게 읽었다. 밀리의 서재로 먼저 읽고 순전히 책꽂이에 꽂아두기 위해서 주말에 서점에 가서 집어왔다. 정말 매우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그저 읽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지만 주인공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주인공의 삶에 자기를 투영하며 내가 얘보단 낫지… 라는 못난 만족감을 느끼기도 했다. 일독을 권한다.




띠지에 적힌 말들은 너무 과대평가 되었다고 느꼈고, 다소... 닭살스러웠다. 바로 날려버림






댓글 : 2 개
소감 잘 봤습니다.
약간 어머님들 갑갑한 인간극장 보는 느낌으로 보면 손을 땔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작품인가봅니다!
뭐라고 반박을 하고 싶은데 반박이 마땅치않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느낌도 있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댓글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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