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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2년 02월 근황 2022.03.02 PM 01:08
1. 오토바이를 샀다. 굉장히 예전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현생이 바쁘단 핑계로 그냥 마음 깊이 간직만 하다가 작년 말인가. 먹보와 털보를 보고 뽐뿌가 와서 한참 알아보다가 구매했다. 그러나 내가 사고 싶은 모델이 연식변경 시기이기도 하고, 새것 물량 자체가 거의 없어(여기저기 문의했으나 두 달 동안 새 물량 0) 할 수 없이 중고를 봤었는데, 중고차들은 튜닝이 마음에 들지도 않고 새것보다 되려 비싸게 파는 것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 상위 모델을 보니 매물 자체가 굉장히 적긴 하지만 중고가가 새것에 비교해 꽤 낮게 형성돼 있는 상황. 어차피 낮은 모델을 샀어도 높은 모델 뽐뿌가 엄청 왔을 텐데, 몇 번의 중고 모델 쇼부 끝에 당근에서 적당한 모델을 구입했다. 바이크에 대한 만족감은… 정말 굉장히 높다. 진작 살걸… 이 전 주인이 오토바이에 굉장히 스티커를 많이 붙여놨는데, 다 뗄까 하다가 사무실 직원들이 힙해보인다는 소리에 그냥 붙이고 있기로 했다. 가끔 듣는 소리지만 요즘은 ‘힙’해 보인다는 말이 꽤 듣기 좋다. 물론 내가 아니라 오토바이가 힙하다는 소리겠지만, 힙하다는 말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이것 또한 내가 나이 들었다는 반증이겠지.
슈퍼커브 C125.
2. 국내외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입에 대해서 물론 우크라이나가 이기길 바라지만… 사상자가 생기길 바라지 않는 입장에서 댓글을 썼다가 비추 폭탄을 맞았다. 뭐 별로 신경 쓰지는 않지만… 싸움이 길어질수록 서로에게 큰 상처만 남길 뿐이다.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아니라 삶의 터전 자체가 폐허가 되는… 전쟁이 어떤 방법으로든 빨리 끝나길 바라지만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우크라이나가 이길 방법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우크라 내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있는 정보도 당연히 많은 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민병대가 조직되면 그것에 상관없는 사람들의 인명 피해도 당연히 뒤따를 터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가능한 적은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우리나라가 만약 이런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어떤 결정을 했을까. 총을 드는 방향일까 그렇지 않았을까. 보험사에 먼저 알아봤겠지. 전쟁 나가서 죽으면 보험 되냐고. 보험 지급 여부에 따라 많이 달라질것 같기는 하다.
3. 이직 마렵다. 그동안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작년 즈음부터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의 뭔가가 아니라, 나의 뭔가가 필요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권을 결혼하기 전부터 와이프에게 넘기고 나는 용돈 받아서 산 지 17년 가까이 되어가는데(카카오뱅크가 나오기 전까진 나 스스로 이체도 못 했음), 우리의 부도 중요하겠지만 사유 재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런저런 사치를 누리기는 하지만 약간 비약적으로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나의 삶은 조선시대 노비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미 필요한 것은 모두 가지고 있고, 필요하지 않고 갖고 싶은 것도 거의 모두 가지고 있다. 그냥 나의 뭔가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4. 한 달 동안 책을 읽는 것보다는 영화를 많이 봤다. 운 좋게도 좋은 영화들을 많이 봤지만 활자가 그립기도 했다. 영화를 보며 이 부분을 텍스트로 바꾸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화면이 주는, 음악이 주는 이 긴박감을 텍스트로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봤다. 당연히 내 비루한 필력으로는 무리겠지만… 언젠가 그럴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917의 다리 건너는 씬… 그 장면을 어떻게 텍스트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영상과 음악이 모두 만들어내는 그런 긴박감. 아무리 생각해도 내 필력으로는 맹인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될 듯…
5.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의사결정권이라는 것이 꽤 생겼다. 꽤 넓은 범위에서 일을 내 의지대로 처리할 수 있다. 오래 일하다 보니 당연히 이런저런 파트너사에 친한 분들이 꽤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와 트러블이 생겼다. 일하는 사람들 끼리는 문제가 없으나 우리 회사에서는 내가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반면, 상대의 회사에서 상대분은 의사결정권이랄 게 거의 없다. 나와 그쪽 회사의 의사 결정권자(이사, 부사장)과 업무 협의를 하는데 저쪽 회사에서 우리 회사 뒷통수를 친다고 표현해야 할까. 비즈니스 관계에서 이런 표현은 좋아하지 않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는 저쪽 회사 실무자들은 우리 회사로 이런저런 요청을 하는데, 저쪽 회사 의사 결정권자들의 어떤 다른 액션 없이는 난 뭔가를 해줄 생각이 없어서 친했던 담당자들과 부딪히게 된다. 개인적인 감정은 당연히 전혀 없고 담당자에게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으나,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담당자만 가운데에서 업무처리가 매우 곤란하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내가 우리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쪽 회사에서 연락 오는 사람이 그분뿐만은 아니지만… 이 또한 직장인의 비애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방향으로든 정리되가 되면 나중에 소주나 한잔해야지.
PS. 글을 업로드하기 전에 글쓰기 앱 bear에 먼저 썼다가 붙여 넣는 방식으로 업로드를 하는데, 거기에 제목을 2012년 근황이라고 써 놨었다. 아직도 난 2020년대가 어색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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