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서면 앉고싶고 앉으면 눕고싶다. 2022.11.24 PM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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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Its lights out and away we go!


 나는 F1을 좋아한다. 2010년 즈음부터 좋아하게 됐으니 좋아하게 된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 이 F1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굉장히 마이너 한 것이다 보니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하기에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

 F1을 2010년 초에 우리나라에서도 잠시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먹고살기 팍팍해 갈 생각도 못 했던 것이 굉장히 한이 됐다. 많이들 그렇지만 F1은 자리에 따라 입장료가 몇 배 차이 날 만큼 많이 다른데, 제일 좋은 자리는 백만 원이 넘어간다. 한국 경기 기준으로 대충 네 배 정도 차이 났던 듯. 지금도 팍팍한 건 매한가지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먹고살기 팍팍하던 시절에 체류비까지 이백 가까이 쓰는 건 생각도 못 했었고, 한 달 두달 돈 모아서 내년엔 꼭 가리라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 내년에 개최 자체가 취소됐다. 지금은 F1을 직관하려면 가슴 아프게도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싱가포르까지 나가야 한다. 입장료에 체제비 항공료에 코로나… 보러 가는 게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 같다.

 직관은 물 건너갔기도 하고, 진짜 건너가야 하기도 하니 티비로라도 보려면 그동안에는 Star Sports라는 채널을 봤어야 했다. 그 채널은 보통 케이블 TV에서 가장 비싼 요금제에만 포함되어 있는 채널로 기본채널만 나오는 요금제보다 꽤 비쌌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두 배 정도? 즐거움이 워낙 크니 금액에 대한 저항감은 없었다. 해외 채널이다 보니 당연히 한국어 중계는 없었고 화면과 소리가 중간중간 뚝뚝 끊기는 것도 잦았다. 테니스 같은 다른 종목들에 밀려 중계를 아예 안 하는 것도 부지기수. 꼬왔지만 어쩔 수 있나, 거기가 아니면 아예 보질 못 하는데. 주중에 주말에 있을 레이스를 기다리는 것도, 새벽이나 밤 늦은 시간 레이스를 보려고 자지 않거나 일찍 일어나는 행동들이 모두 즐거웠다. 작년 가을 즈음까진 그랬다. 티비로나마 보면서 굉장히 편안한… 배부르고 등 따시게 누워있는 상태.

 이런 배부르고 등 따신, 부르주아 같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작년 가을 즈음.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스타스포츠가 케이블에서 빠진단다. 매우 어이가 없지만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그럼 디즈니플러스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줄 건가? 마음속으론 알고 있었다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걸. 그러나 그런 희망회로라도 돌려야 했다. 이게 아니면 F1을 정상적으로 볼 수 없고 불법 사이트에서 중계해 주는 것… 정상적으로 나오지도 않고 불어 터진 잔치국수마냥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화면이 몇 초씩 끊어지고 심지어는 연결 자체가 끊어지기도 하는 것으로 봐야 하니까. 하지만 실시간 방송이 디즈니 플러스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남은 시즌을 그런 쾌적하지 않은 환경에서 꾸역꾸역 찾아가며 어떻게든 봤다. F1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됐었다. 작년은 그렇게라도 봤어야 했다. 안 볼 수가 없었다.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 서게 됐다. 굉장히 불편한 차렷 자세로. 제발 내 돈 좀 받아줘… 부탁이야…

그러다 보니 올해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F1을 보려면 그렇게 차렷 자세를 하고 서 있어야 하다 보니 F1 자체를 안 보게 됐다. 개막전 3월부터 10월까지 한 게임도 안 보고 있었다. 물론… 작년 같은 재미있게 흘러간다면 일어 서는게 문제가 아니라 뛰면서도 보겠지만, 올해는 F1 자체가 작년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작년만큼 재미있는 해가 또 오겠냐마는… 그러다가 10월 말쯤 쿠팡플레이에서 F1 중계를 해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와… 사랑해요 쿠팡. 중계를 해주는 한 영원히 와우 회원 하리다.



샤를 르끌레르 


심지어 중계도 한국어로 해준다. F1몇명이나 본다고 중계까지 한국말로… 정말 신세계다. 우리말 중계는 10년 동안 F1 보면서 열 번도 못 봤다. 방송사에서 몇 번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시청자가 안 나오는지 금세 없어졌었다. 목소리도 낯익은 것이 그때 그 해설자 같다. 근데 이 우와 우와 하던 건 몇 분 못 갔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 중에 샤를 르끌레르(Charles Leclerc)란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를 르끌레라고 부른다. 내가 맞게 들었나 귀를 더 세워 보아도 똑같다. 르끌레. 확실하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 ’르끌레가‘, ‘르끌레의 기록이’ 이 말이 듣기 너무 불편하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베텔(Sebastian Vettel)을 페텔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그때도 불편했지만 그게 맞는 발음이라고 하니 그냥 내가 익숙해지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이건 아무리 찾아봐도 저렇게 부르는 것이 맞는 것 같지는 않다. 르클럭, 르클레어, 르클레앙 뭐라도 좋지만 르끌레는 아니야…. 너무 불편하다. 덧붙여, 팀메이트 카를로스 사인츠는 사인스라고 부른다… 유독 페라리 드라이버들만 그렇게 부르네… F1 시청은 다시 앉는 일이 됐다. 서 있을 때보단 편하지만, 나는 눕고 싶다. 이런 나를 보면서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이거로라도 감지덕지 해야 할 판에… 인간이 참 간사하다. 내년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중계하는 분들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봐야겠다.


댓글 : 1 개
제바스티안 페텔 VS 세바스찬 베텔 기억나네요.
저는 표기는 르클레르로 하지만 부를 땐 르클레어가 맞는 거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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