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대런 섄2015.03.07 AM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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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언데드를 좋아했다.

좀비, 스켈레톤, 뱀파이어 등을 좋아한다. 와우를 시작한 것도 죽음의 기사라는 직업 때문이었고 종족 역시 언데드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례들이 있지만 그걸 굳이 전부 언급할 필요는 없고. 대런 섄은 뱀파이어를 소재로 다룬 판타지 소설이다. 나는 판타지도 좋아한다. '좋은거 + 좋은거 = 존좋'이라고 뱀파이어가 활약하는 판타지 소설이라니 좋지 아니한가. 일단 소재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취향저격이다. 그래서 진작에 대런 섄을 읽어보았냐고하면 그건 아니다.

사실, 나는 대런 섄이라는 소설을 소개받기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대런 섄이라는 이름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아니, 본적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런 섄 표지에는 ‘해리포터 조엔 롤링이 극찬한 책’이라고 적혀있었는데 한창 해리포터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 서점에는 해리포터의 이름을 등에 업은 마케팅이 꽤 많았기 때문에 서점에서 지나가다가 봤을지도 모른다. 그런류의 신문 광고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하지만 나는 여러 이유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 보다가 불사조의 기사단에서 결국 시리즈를 놓았다 ? 그런 마케팅을 내세운 책들에게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해리포터 아류작이 또 나왔나보네’라고 생각하고 지나쳤기 때문에 아마 서점에서 대런 섄을 보고도 펼쳐보지도 않은 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까 싶다. 되려 그냥 나왔으면 서점에서 신작과 인기작을 살펴보다가 관심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게 존재 조차 모르던 대런 섄은 평생 나랑은 전혀 인연이 없는 책일 수 있었으나 그랬다면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는 않겠지.

내가 대런 섄을 알게 된 건 약 2년 전 쯤 추천을 받아서였다. 매우 재미있으니 기회가 되면 읽어보라는 이야기였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재밌을 것 같아 호기심이 동했으나 아무래도 읽어보지도 않은 장편 시리즈를 선뜻 구매하기는 좀 부담스러웠다. 일단 한 권이라도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해야지 싶어 주변 도서관들을 찾아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좀 마이너해서 그런지 아무데도 없더라.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책을 구할 수 없으니 읽을 수가 없고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대런 섄의 존재는 자연스레 잊혀져갔다.

그러다 어째서인지는 작년 중순 즈음에 잘 기억은 안나지만 대화를 나누다가 대런 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내가 주변 도서관에도 없어서 못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선뜻 빌려준다는 제안을 들었던걸로 기억한다. 정말 아끼는 책이라고 들었는데 빌려준다는 말에 정말 빌려주는거냐며 엄청 고마워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렇게 대런 섄 전집을 빌려준 덕분에 비로소 나에게 대런 섄을 읽을 기회가 찾아왔… 으나 한동안 바빠서 책을 받아놓고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좀 여유가 생겨서 비로소 전부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의 감상부터 말하자면 대런 섄을 추천해줘서 참으로 고맙다는거임. 이렇게 길게 고맙다는 내용의 글을 쓸 정도로 만족스러웠음. 12권을 읽는데 걸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도 않고 후회도 안한다.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이게 딱히 리뷰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 어차피 책에 대한 소개는 인터넷 서점만 들어가도 전문가가 자세히 써놓은 글이 나오고 리뷰도 인터넷에 나보다 자세히 써놓은게 있으니 -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너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자세하게 이야기는 안하고 대충 간단하게 소개해보면 대런 섄은 어떠한 이유로 반 뱀파이어가 된 주인공 대런의 성장 이야기임과 동시에 나아가서는 그의 성장과 함께 주어진 운명에 맞서가는 운명이란 무엇인가 묻는 이야기이다. 총 12권으로 완결 된 대런 섄의 구성은 전 시리즈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고 각 권마다 대런에게 발생하는 독립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단은 책 표지의 설명에는 모험괴기판타지라고 명시되어있고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에는 공포 판타지라고 설명하고 있던데 딱히 공포하고는 거리가 있는 것 같고 그냥 판타지 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해리포터보다는 좀 더 어두운 판타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뱀파이어라는 유니크 하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뱀파이어하고는 좀 다른 특징을 지닌 뱀파이어가 설정의 근간을 이룬다. 때문에 흔한 뱀파이어의 이야기일지라도 대런 섄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해낼 수 있었고 이 세계관에서 살아 숨쉬는 매력있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의 스승인 라텐 크렙슬리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준다. 이런 잘 만들어진 무대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막힘 없이 술술 서술해나가는 1인칭 시점의 문체를 통해 뛰어난 흡입력을 보여주며 이러한 세계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분명히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놓지 못하고 계속 읽어나가게 되는 매력이 있다.

물론, 결말 부분은 호불호가 좀 갈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인터넷 찾아보니 안그래도 결말에 관한 갑론을박이 좀 있더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할 수 있는 결말이었고 무엇보다 호불호를 떠나서 1권부터 있던 복선 회수는 레알이었음. 다 읽고 나서 다시 1권을 보니 새롭게 보이더라ㅋㅋㅋ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만화판과 영화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화판도 읽어보았다. 보아하니 만화판 작가가 원작의 열렬한 팬인거 같은데 그때문인지 원작에 대한 애정은 잘 담겨있었다. 하지만 만화판은 작가의 후기에도 나오지만 소설의 분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해서 만화로 만든게 아니라 무조건 소설 1권을 만화책 1권으로 그대로 압축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일종의 스토리 다이제스트 보는 느낌이다. 때문에 소설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만화만 보는건 비추. 작품의 흐름 자체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에 나쁘지 않지만 만화책 12권 안에 다 담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장면이 있었지’하며 원작을 떠올리기에는 좋지만 딱 거기까지, 게다가 은근슬쩍 원작의 주제의식 외에 전형적인 일본 만화 특유의 감성이 담겨있어서 거슬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원작의 이미지와 만화의 캐릭터의 외형이 전혀 일치하지 않아 별로였다. 해리포터 같은 경우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음에도 자연스레 그 이미지가 녹아들어서 나중에 해리 포터 소설을 읽을 때 헤르미온느가 등장하면 자연스레 엠마 왓슨의 헤르미온느를 떠올리는데 거부감이 없었던 것에 반해 소설판을 보며 묘사를 통해 상상했던 이미지와 만화판은 전혀 매치가 안되는 관계로 만화판을 보는 내내 몰입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일본만화 그림체라서 적응이 안되는게 아니라 마치 미스 캐스팅 된 것 마냥 전혀 다른 캐릭터라는 느낌? 다만, 작가의 코멘트를 통해 소설에서 에반나라는 캐릭터를 창조할 때 어떤 이미지로 창조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은 좋았음.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었지만ㅋㅋㅋ
어쨌든 만화판 대런 섄은 소설을 읽었으면 한번 쯤 봐서 나쁘지는 않겠다 정도의 만화였음. 오로지 만화만 보겠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음.

그리고 영화는… 평이 너무나도 안좋은 졸작이라는 소리가 많아 도저히 볼 엄두가 안나서 패스. 만화판 대런 섄 작가의 후기에서 이 영화에 감동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단지 좋아하는 작품이 영화가 되었다고 용납할 수 있는 퀄리티가 아닌거 같던데. 되려 ‘나의 대런 섄은 이러지 않아!’ 라고 화를 내면 몰라도. 토리야마도 드래곤볼 에볼루션 보고 격분했다더만.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재미있다는 이야기. 상황묘사나, 캐릭터 특징, 스토리, 배경, 그리고 결말까지 전부 마음에 들었음. 간만에 밤을 새가며 읽을 정도로 재밌게 본 책이었다. 누군가가 추천해준 책이 내 취향에 맞을 때는 참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생각해보면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취미로 책을 읽지 않고 그저 필요에 의해 의무적으로 주어진 책만 읽었는데 대런 섄 덕분에 다시금 취미로서의 독서를 하게 된 것 같다. 특히나 장편 소설 못읽은지는 꽤 된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읽은 장편 판타지물이 뭐였더라… 천마선이었나.

마지막으로 재밌는 책을 소개해주고 소중한 책을 선뜻 빌려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나도 남에게 책을 잘 안빌려주는 스타일이다보니 좋아하는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준다는건 큰 맘 먹고 빌려주는 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책 볼 때마다 마치 명품샵에서 명품 다루는 것 마냥 책을 소중히 읽었다ㅋㅋㅋ

참 괜찮은 작품이니 기회 되면 읽어보시길.

음. 다 쓰고 나니 양파 절임이 생각나네.
댓글 : 4 개
대런섄 정말 재미있게 읽었죠.
반전이나 그러한 요소들이 정말 멋짐.
완결 났나요? 10년전에 정말좋아했었는데
ㅋㅋ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야 다 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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