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괴담-안개2013.03.08 AM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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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들은 괴담을 혼자 그냥 좀더 짜임새 있게 만들어 봤습니다. 뭐 그래도 허술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한번 어떤지 읽어보세요 ㅋㅋ (요즘따라 제 글 솜씨가 궁금해 지고 있어서 말입니다. ㅎㅎ)




아버지와 아들은 작은 공장에서 일을 했다. 공장의 주인은 아버지였고, 직원은 아버지, 아들, 그리고 강씨라고 부르는 다른 아저씨 뿐이였다. 그런데 요즘 강씨에게 일이 생겨서, 공장일을 아버지와 아들 둘이서 하고 있었다. 공장에는 아버지 소유의 작은 벤이 한대 있었는데 사고때문에 쓰지 못하고 있어 둘은 강씨의 자가용을 빌려 출퇴근 하고 있었다.

이 일은 바로 그 자가용을 타고 퇴근하던 어느 안개낀 밤의 이야기이다. 강씨에게 일이 생기고 나서 그 부자(父子)는 공장일을 단 둘이서 모두 해야 했기 때문에 퇴근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납품하기로 한 물건들을 제대로 납품하지 못하면 계약이 끊기기 때문에 수량을 맞추기 위해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은 공장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자가용에 몸을 싣고 도로로 나왔다. 그런데 그날따라 밤 안개가 짙게 내려앉았고, 시골길이라 가로등도 많지 않아, 한치 앞도 쉽게 볼 수 없었다. 오로지 자동차 라이트에 희미하게 비치는 도로를 보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아들은 행여 반대 차선에서 오는 차와 부딫히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 앉은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모르는듯 피곤에 지쳐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할아버지였다. 아들은 할아버지께 아직도 안주무시냐 하고 운을 때더니만, 안개가 짙어서 집에 가는데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을 하고는, 기다리지 말고 주무시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안개속에는 정적을 깨는 자동차 엔진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기어가는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무언가 알 수 없는 물체가 자동차의 바로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아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지만 방금 전 그 물체는 안개속으로 빨려들어가듯 금방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들은 이런 시간에 누가 길가를 걸어갈리가 없는데 하고 속으로 되뇌이며 자신이 착각한 것이고 무언가 정말로 지나갔더래도 동물이겠거니 하고는 다시 운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무언가가 안개속에서 튀어나오더니 달리는 차를 스치듯 지나쳐 뒤로 사라져 갔다. 무언가 지나가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해버린 아들은 너무나 놀라서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버렸다. 스쳐가듯 그의 뇌리에 남아있는 그 물체는 흰 안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같은 모습이였다.

급정거 하는 차의 움직임에 놀라 잠에서 깬 아버지는 갑자기 놀라서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만 이내 아들에게 역정을 냈다. 그러나 아들은 방금전 지나친 물체에 정신이 팔려 연신 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짙게 내려앉은 안개 때문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아버지의 역정소리만 이어졌다. 이윽고 차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들은 운전을 하며 변명조로 아버지께 방금전 보았던 무언가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직도 화가 났는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하며, 이런 밤에 붉은 옷을 입고 인적도 없는 도로를 걸어갈 사람이 어디있냐며 아들을 타박하고는 옆으로 몸을 돌려 잠을 청하려 창 바깥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얼마 안가 아버지는 갑자기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따라 놀란 아들이 차를 멈추며 아버지쪽을 바라 보니 또다시 무언가 붉은 물체가 안개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였다. 아들이 놀라 어버지께 뭐요! 하고 소리치자, 아버지가 한참을 숨을 고르더니 아들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눈이 마주쳐 버렸다."
아들이 무슨 영문모를 소리인가 하고 아무말도 못하고 아버지를 쳐다보자 아버지가 다시 입을 때었다.
"귀신인갑다..."
아버지는 다시 창밖을 둘러보시더니 일단 차를 움직이자고 말을 하고는 아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얘기했다. 창가를 스쳐 지나간 물체는 차선 안쪽으로 매우 가까이 들어와 서 있는 여자였는데, 여기저기 찢어진 붉은 옷에, 목을 기묘하게 꺽듯이 돌린체로, 얼굴이 하늘쪽을 향해, 어둠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머리가 길게 늘어진게 분명 여자인것 같다고, 그리고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는데 흰자위와 검은자위는 똑똑하게 보였고, 그 눈은 아버지의 눈을 분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또다시 한 마디를 덧붙혔다.

"귀신이여.. 귀신... 우리가 귀신에 홀려 버렸나보다.."
아들은 서른해가 넘도록 본 적없던 아버지의 동요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들도 짐짓 겁이나서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둘은 긴장섞인 침묵속에서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어두운 안개속을 계속 운전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윽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자동차는 집을 가는 길에 지나는 작은 읍내로 들어섰다. 그러나 안개는 그래도 없어지지 않았고, 부자는 불안한 마음을 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도로 양 옆으로 줄지어 늘어선 간판들은 어느것 하나 불 켜진 것이 없었지만 왠지모를 존재감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여 주었다.

"저쪽 골목으로 들어가봐라."
아버지가 무언가 갑자기 생각난듯이 고개를 획 돌리면서 말했다. 아버지가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작은 골목이 하나 있었는데 뭐 하나 이렇다 할 간판하나 없는 골목이였다.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자 아버지는 이쯤에서 멈추라고 말하더니 차에서 황급히 내렸다. 아들도 아버지를 따라 내려서 도로 옆 인도로 걸어 올라갔다. 아버지는 바로 앞에 있는 2층짜리 건물쪽으로 걸어 가더니 바로 앞에 있는 문을 잡고는 그대로 당겼다. 아들이 따라가며 문쪽을 바라보자 문에는 아기동자라고 쓰여 있었고, 옆으로 사주, 운세, 역술같은 글씨가 자리잡고 있었다. 부자가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실내에 몇개의 초가 켜져있었고 그 앞에 색동옷 같은것을 입은 여자 무당이 불상에 절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절하고 있는 점쟁이 뒤쪽으로 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윽고 절을하던 점쟁이가 자리에 앉더니 뒤로 몸을 돌려 아버지와 아들을 바라보았다.

"저희가 귀신에 홀린 모양입니다. 복채는 얼마든지 상관없으니 아무일 없이 귀신이 떠나가게좀 해주십시오."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들이 따라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점쟁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버지가 머리를 들자 무당이 묘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와 눈이 마주친 무당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옅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때마침 아들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들이 죄송하다고 말을 하고는 뒤로 돌아 전화를 받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는 아침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집에 안오고 뭐하는 거냐 하고 말을 하시더니만, 잠을 자다가 새벽 4시가 넘어 일어났는데도 아직 오지를 않아서 삼촌과 함께 차를 가지고 읍내쪽으로 나와 부자의 자가용을 찾아 그 앞에 와 있다는 것이다. 아들은 새벽 4시가 넘었다는 말에 이상해 하며 읍내 안쪽이니 조금만 지나면 만나겠다 싶어서는 전화를 끊고는 아버지께 밖에 삼촌이 와 계시다고 말을 전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보니 시간이 5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 말에 의아함을 느끼더니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당에게 말을 했다.
"저 아무래도 일단 좀 나가보겠습니다."
무당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 그래도 복채는 내겠습니다. 얼마정도면 될까요?"
무당은 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당은 흥미를 잃었다는 듯이 뒤돌더니 불상을 바라보고 다시 뭐라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런 무당을 바라보더니 탁상위에 5만원짜리 한장을 내려놓고는 아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안개는 이미 개어있었고, 삼촌과 할아버지가 차앞에 서 있었다. 그들은 그대로 집으로 향했고, 집에 갈 때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부자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고 정오쯤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아버지와 아들은 전날의 찜찜한 경험이 있었지만 그래도 출근을 하기위해 집에서 나왔다. 그런데 공장으로 가기위해 자동차로 걸어가던 둘은 그 자리에 얼어 붙은듯이 멈췄다. 그들의 시선의 끝에는 자동차가 있었는데 그 자동차 뒷문 손잡이에 붉은색으로 손잡이를 쥐었던 자국이 있던 것이다. 아버지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삼촌의 차를 빌려타고는 공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공장으로 향하던 도중에 아버지는 아무래도 어제 무당이 우릴 도와준거 아니겠냐며 전날 들렀던 골목으로 가자고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또한 아무래도 전날에 너무 기묘한 경험에 그 무당이 무언가 한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이윽고 그 둘은 전날 들렀던 골목에 내려 무당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는지 문을 잡아 당겨도 문을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아버지는 무당집 옆에 자리잡은 부동산에 들어가더니 점집이 언지 문을 여는가 하고 물어보았다.
"여는 시간이요? 임대하러 오신게 아니고요?"
부동산 아주머니가 되물었다.
"네, 옆집 말입니다. 언제엽니까?"
아버지가 말했다.
"아 잘 모르시나보네, 여기 점쟁이가 얼마전에 차에 치여 죽었어요. 원래 혼자 사는 여자였는데 뺑소니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좀 먼 친족이라는 사람들이 와서 짐이랑 다 가져가며 말해줬는데 범인은 아직 안잡혔다고 하고요."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아....."


한참이 지나 아버지가 아주머니께 점집을 한번 둘러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주머니는 살사람 아니면 원래 안보여주는 거라며 생색을 내더니만 점집 문을 열었다. 부자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어두웠고, 아무런 가구나 집기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바닥 중앙쯤에 무언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느껴지는 5만원 짜리 지폐 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아버지께 경찰에서 두통의 전화가 왔다. 하나는 아버지 소유의 벤의 수리가 다 끝났다고 카센터에서 온 전화였고 다른 한통은 뺑소니 용의자로 지목되어 오던 강씨가 공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간에서 실족사 한 채로 발견되었다는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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