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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담소] 아버지는 어떻게 늙어가고 계실까2018.03.06 AM 09:41
아버지.
난 지금 아버지가 집에 없는 인생을 반을 살고 있고,
아예 연락 안한지는 2~3년쯤 됐다.
몇몇 친구들만 알고있는 사실인데
난 사실 아버지가 없다. 살아는 계신데 의절했다.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관에서 봤을 때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 분명.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저리 살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로 삼고 지내왔다.
어릴 적 아버지와의 추억을 곱씹어 보자면 분명 좋은 기억, 고마운 기억도 있었지만 상처는
그것보다도 훨씬 더 많았다.
심각한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난 그때가 왜 가장 서러웠을까.
내가 9살 때,
전 날 어머니와 싸워 심술이 났다는 이유로 같이 목욕탕에 가자는 날 귀찮다고 세게 밀치고 소파에 드러눕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딴에는 그냥 툭 밀친 거겠지만 키 180의 근육질 거한이 밀치는 힘은 작은 9살 소년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혼자 가게 된 목욕탕에서 어설프게 때를 밀고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공짜로 때를 밀어주시던 세신사 아저씨가 기억난다.
그 후로도 같은 이유로 자주 혼자 목욕탕에 갔는데, 좁은 동네바닥에서 아버지와 함께 온 친구를 마주치는 건 꽤 흔한 일인지라. 그때마다 나는 뭐가 그리 서러웠던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혼자 씻다가 눈물이 나려 해서 냉탕으로 뛰어들어가서 잠수를 하곤 했다.
그런 나를 불러 등을 밀어주시던 친구 아버지도 생각난다. 친구 아버지의 성함도, 친구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그 전체적인 장면은 참 생생하다. 이상하게도.
지금와서 생각하면 별 일 아닌듯한 위 일화를 포함해 아버지와 함께한 인생에서 터졌던 여러가지 문제들에 의해서...그 사건들이 전적으로 아버지 탓이었던지라
나는 아버지를 참 싫어하게 됐다.
아버지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나한텐 그냥 우리집 속사정을 알고있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내 과거를 하소연하듯 늘어놓을 때 꺼내는 얘깃거리, 씹을거리, 술안주 따위가 됐다.
어른이 되면서 내 외모, 말투, 행동에서 순간순간 묻어 나오는 아버지와 닮은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나서 벽도 자주 쳤는데 지금은 철이 들어서 더이상 스스로 상처 내는 짓은 안한다.
그런데 요즘 아버지가 보고싶다. 아버지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저주하던 어머니의 분노가 사그라들어 그 어떤 소모적인 감정도 안 느껴진다고 당신이 말씀하셨을 때 즈음..나는 미움 뿐이던 마음 안에 가끔. 아주 가끔 그리움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여러 안좋은 일들을 겪으면서 혼자 감정을 추스리기 힘든 요즘..다 큰 아들이 이러는 거 징그러운 거 잘 알지만 어릴 때 참 서운하게 안 내주시던 그 넓은 품 좀 잠시 빌려서 기대면 안 되냐고. 나도 의지할 남자 어른이 필요했다고 소리치는 꿈을 꾸곤 한다.
아버지는 올해로 50대 중반이다. 아직도 아버지보다 키는 작지만 이제 덩치는 내가 더 좋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번 돈으로 산 멋진 정장과 구두를 빼입고 얼마전에 대학 졸업식도 마쳤다.
내심 이맘때 쯤에 아버지와 관계가 회복되어서 멋지게 빼입은 아들을 보고 흐뭇하게 웃어주는 장면을 그려보았지만...아쉽게도 졸업식 전날 꿈에서 가상으로나마 체험해 본 걸로 만족해야만 했던 점. 아쉽다.
- 나상실
- 2018/03/06 AM 09:48
10년정도 거의 연락않고 지내다가
돌아가실때 임종은 지켰습니다.
처음엔 장례하면서 죄책감도 들고
후회도 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 이전의 생각이 떠오르면서
무던해지고 묘자리한번 안 찾아 뵙게 되네요...
이글을 읽는
저를 욕할수는 있지만
이해하진 못할겁니다.
그 누구도 남의 가정사에 왈가왈부 해서는 안됩니다.
사람이 부모에게 받는 상처는 정말 살면서 누구에게 받는 상처보다 크게 남습니다.
- 까방구1
- 2018/03/06 AM 09:54
다만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요즘 들어 달라지는 게 스스로 느껴져 전에 한 번 정리도 해보고
저에게 공감할만한 환경에서 지낸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서 써봤던 글인데
오늘 한 번 더 정리를 해봤습니다.
- 사이
- 2018/03/06 AM 09:48
- 이름없는아저씨
- 2018/03/06 AM 09:55
저 또한 아버지가 되보니
이해될것도 아직 이해가 안되는것도 평생 이해가 안될것도 있더군요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라는 사실이 변하진 않더군요
내가 내자식이 문득 보고싶을때
아버지 어머니도 제가 보고싶을꺼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남의 가정사에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 까방구1
- 2018/03/06 AM 09:57
- 까방구1
- 2018/03/06 AM 09:59
지금은 나름 멋지게 하고싶은 일 찾아 하고있고 이런 글들은 앞으로 더 열심히, 현명하게 살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상처들이라고 스스로 각오하기 위해 쓴 글들 입니다!
- 루리웹-1643704148
- 2018/03/06 AM 09:59
앞으로 같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미운 감정도 줄어 들더군요. 그리고 잘해주면 고마움을 아는
모습을 보며 남은 여생은 미워하지 않고 함께 하자고
마음먹었네요.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기에 제 경험을 잠시 적어
놓고 갑니다 ㅎㅎ
- v[ㅇㅜㅇ]z
- 2018/03/06 AM 10:07
애들한테 잘 해줘야겠네요..
- 미키쿠마
- 2018/03/06 AM 10:20
아버지가 저에게 사랑을 주셨던 아버지도 아니였고 같이추억을 쌓았던
일이나 행복했건 기억이 적기때문에 그리고 아부지를 원망하며 살았기
때문에 돌아가셨을때 슬프지 않았는데 왼지 억지 눈물을 짜내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살면서 느낀건 애만 낳아놓는다고 다가 아니다 란 겁니다
- 『아라시♪』
- 2018/03/06 AM 10:25
과묵하고, 가정에 딱히 관심 없고 자상했던 아버지가 아니었기에 저도 딱히 정이 쌓이지도 않았었고.... 딴에는 미워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그저 본인 좋아하셨었고, 저도 참 좋아했던 사진기 하나씩 들고 경치 좋은 곳 걸어다니면서 사진찍으며 이야기 하며 맥주 한잔 하고 싶을 뿐이네요..... 철이 너무 늦게 들었던게 참 후회스럽긴 하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네요.
- stfft
- 2018/03/06 AM 10:35
- 파라시아
- 2018/03/06 AM 10:42
저도 아버지 정말 미워했었는데 돌아가시니까 그립고 죄송하더군요.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죄책감과 후회감이 들고 있습니다.
먼저 다가가세요 ^^
- Rucy~
- 2018/03/06 AM 11:10
아버지 생전에 가족을 힘들게해서 돌아가셨을때도 눈물 한방울,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평생 이해하지 못할것 같던 아버지 심정이 이해가기도 하더군요..
저희 아버지는 2살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계모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삐뚤어진 거리 생각합니다.
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것 같아 명절 전날 다른 가족,친척들 몰래 혼자 소주 한병 사가지고 산소에 올라가서 한잔 따라드리고 내려오는데 이제 돌아가신지 2년이 지나니 이해심에서 그리움과 후회로 바뀌는것 같습니다.
어려운것 같지만 해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중에 후회로 남기전에 찾아뵙는걸 권해봅니다.
- 까방구1
- 2018/03/14 AM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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