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절한 담소] 고등학교 때의 추억2019.05.06 PM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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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이 너무 노맛이라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수시로 학교 앞 분식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곤 했음.
근데 저녁 시간대에 밖에 나가서 야자 복귀를 안 하거나, 담배를 피다 걸리는 학생들이

생기면서 학교에선 저녁시간대의 외출을 금지하게 됨.

대놓고 교문으로 길을 나섰다간 가차 없는 수위 아저씨의 고함과
뒷멱살 잡기가 시전 되는 공포정치의 시대가 시작됨.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 베프는 유유히 분식집에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냄.
바로 우리 학교 옆에 붙어 있는 같은 재단 여고까지 담을 넘어간 다음에 그 여고 정문으로 

나오는 것이었음. 작전은 무난하게 성공했고 우리는 어제는 떡라면, 오늘은 떡볶이/튀김, 내일은
칼국수 등 점점 활동범위를 넓혀감.

그때도 여느 날과 다름 없이 베프랑 나는 오동통한 떡볶이를 영접하기 위해

담을 넘고 있었음. 근데 담을 넘고 밟은 여고 땅에선 우리 학교 선생님이 썩소를 지으면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음....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데

나름 구석진 사각지대라 전혀 들킬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발설했는지
꼭 찾아 내겠다는 분노를 삼키며 베프랑 나는 샘께 두들겨 맞음.

사건의 발단은 이랬음. 베프랑 나 외에도 그 담을 애용하는 동기들이 몇 있었는데

동기 하나가 담을 넘다가 여고 쪽 애랑 눈이 맞아서는 둘이 하하호호 수다를 떨다가
순찰을 돌던 수위 아저씨께 걸린거임. 왜 여고에 타학교 남학생이 들어 왔냐고 고함을

치며 선생님을 호출하니 거기 겁 먹어서 자초지종 설명하다가 우리의 비밀스런 공간이 탄로난 거..

담을 넘는 순간 빠르게 교문 밖으로 쉬지 않고 달려 나가는 게 포인트인데 이 멍청한 놈이

여자한테 혼을 뺏겨서는 거기서 죽치고 수다 떨다가 걸린 거였음. 아직도 더 열 받는 건

그 후에 그 둘이 예쁘고 알콩달콩하게 잘 사겼다고 함.
될 놈은 담 넘다가도 된다.    

댓글 : 1 개
왠지 서울 대원고등학교 얘기 같은데... ㅋㅋ 너무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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