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예전에 겪었던 야간 편의점 이야기.2011.08.15 AM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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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실제로 겪은 이야기 입니다.

2년전부터 용돈벌이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데(지금도 하고 있고 이젠 스탭이 아닌 점장으로 지원하기 위해 후반기 입사면접 준비중입니다.) 그당시엔 주말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그다지 많이 오지는 않는 점포이지만 주말야간만큼은 어느정도 와서 유지가 되는 흔한 일반가맹점이였는데 점장님이 친절해서 단골장사로 먹고 살고, 저또한 자주오는 손님들을 기억하고 있어서 주로피는 담배 바로 꺼내준다던지 인사 몇마디 나눈다던지 하곤 했습니다.

2009년 8월 초였나...락페스티발 간다고 점장이랑 쇼부쳐서 주말 놀다오고 대신 평일 밤에 땜빵 메꾸려고 근무서는데 그날따라 비도 막 쏟아지고 끈적한 날씨였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매장안에 어떤 여자가 흠뻑 젖은 상태로 비틀비틀 걸어 들어오더니 주저앉더군요.
하는짓 보니 술좀 과하게 마신거 같기도 하고...얼굴 보니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오는 사람이긴 하더라구요. 맨날 회색에 엉덩이에 핑크라고 써있는 추리닝 바지를 입고다녀서 기억나더라구요.

카운터 앞에 주저앉으니까 계산하려는 사람도 당황해선 부리나케 피하고...영업에 방해될 것 같아서 일단은 생수 한병 마시라고 주고(도시락 행사용) 라면먹는 테이블쪽으로 옮기려니까 작은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더라구요.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때마침 건장한 남자가 한명 들어오더군요. 매장안에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여자 발견하곤 여기있던거야? 찾았잖아 집에가야지 하면서 여자한테 다가오더군요. 그리고선 미영(가명)아 일어나 집에가야지
하고 여자를 번쩍 들고 데리고 나가려고 하더라구요. 여자는 흐느적 거리지만 팔을 휘젓고 있고..
남자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뭐랄까 부자연스러운 뭔가가 있었는데 잘 모르겠고....

그때 무언가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게 있더라구요. 저여자 이름 미영이 아닐텐데?
그제서야 확실히 기억나더군요. 자주오지는 않았지만 올때마다 꼭 에스뭐시기로 시작하는 통신사 할인카드로 할인해서 무의식중에 이름을 외워서 기억나더라구요.(딱히 추리닝뒤태가 섹시해서 외운건 절대 아니고요.) 그리고 남자 자세히 보니까 그 비가오는 와중에 몇군데 비 맞은거 치고는 옷도 안젖어 있고 우산도 없었고....편의점 밖에 차가 한대 정차중인지 비상등 깜빡깜빡 거리고 있었고...


무슨 확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했습니다. 확신이 안서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사실 좀 많이 쫄아서... 기어가는 목소리로 '씨씨티비 찍고 있는데' 라고 말하니까 갑자기 절 휙 째려보더라구요. 어우 놀래라...

억지로 용기내면서 경찰부를거라고 하면서 왼손으론 비상용방범벨 누를려고 하니까...남자가 여자 내팽개치고 밖으로 뛰쳐나가더라구요.....와 ㅅㅂ.... 진짜 납치상황 될뻔했구나....

눈앞에서 자칫 큰일 벌어질 뻔 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경찰부르고 경찰올때까지 줄담배피고 혹시몰라서 대걸레 자루 한손으로 잡고있고...하필 그때 손님도 안오더라구요.


나중에 여자가 술깨고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사례하겠다고 했는데...두번다시 오진 않더라구요. 쩝 같이 밥이나 먹자고 할려 그랬는데.
댓글 : 7 개
마무리가 리얼리티...
역시 현실에서 기적은 없는거.ㅠㅠ
무섭네..
ㅎㄷㄷ..... 인신매매 정말 무섭네요
마지막 한줄이 찡하네요
영화랑 현실이랑은 다르죠....

마지막 한줄이 와닿네요....

그래도 좋은일 잘하셨어요

한 여자의 인생을 뒤바꺼버렸을수도 있는일이었는데
마지막 한줄이 슬프네요... 역시 나이팅게일 증후군 따윈 없ㅋ엉ㅋ
아 좋은 추억이다. 전 노가다 끝나고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이랑 막걸리 퍼묵퍼묵 하다가 옆자리에 앉은 조폭들이 시끄럽다고 아저씨들이 막 쌍욕 하다가 시비 붙어서 말리다가 죽빵 맞고 내가 더 빡쳐서 경찰 불러라고 지럴지럴 한 추억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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