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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ifo.] 한국의 요괴 - 불가살이 2015.11.22 PM 02:33
개요
불가살이(不可殺伊)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 나타난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절대 죽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름이 ‘불가살(不可殺)’이다.
불가살은 밥풀을 뭉쳐서 만든 것인데, 이것이 쇠를 먹고 점점 자라 나중에는 집채만큼 커지기도 한다.
생김새는 몸은 곰이고, 머리는 코끼리를 닮았으며, 날개가 달린 것으로 나타난다.
불가살이를 억지로 죽이려하면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된다. 그것은 불가살이가 어지러운 세상을 개혁하거나 바로잡으려는 영웅적 속성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이다.
불가살이는 쇠를 먹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지배체제나 사회체제에 대한 도전이나 전복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이 조용해지거나 개혁되면 또한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불가살이는 세상을 개혁하거나 바로잡으려는 민중의 염원이 형상화 된 것이라고 하겠다.
중국의 맥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으나, 철을 먹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맥과 다르게 우리식으로 토착화된 동물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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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텍스트 요약
송도 말년에 한 중이 있었는데, 우연히 점쟁이에게서 ‘아들 백 명을 낳을 상’이라는 점괘를 들었다.
그 후 그는 절에 자식을 얻기 위해 기도를 하러 오는 여인들과 관계를 맺어 아흔 아홉 명의 아이를 얻게 되었다.
중은 마지막으로 정승부인을 겁탈하려다 이를 들켜서 쫓기는 몸이 되었다.
그는 여동생의 집에 찾아가서 숨겨달라고 부탁했으나 여동생은 오히려 오빠를 관아에 고발해 상금을 타려고 하였다. 이 사실을 안 여동생의 남편은 인륜을 저버리는 아내를 죽이고 처남인 중을 살려준다.
그 보답으로 중은 매제에게 밥풀로 만든 알 수 없는 짐승을 주고 떠난다.
이 짐승은 집 안에 있는 바늘이며 가위, 숟가락, 호미와 괭이 등과 같은 쇠붙이를 먹고 점점 자라서 결국은 온 나라 안에 있는 모든 쇠붙이를 다 먹어 치운다. 그러자 나라에서는 이 짐승을 잡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이 짐승은 절대 죽지 않았다. 그래서 짐승의 이름은 불가살이(不可殺伊)가 되었다.
나라에서는 최후의 방법으로 불가살이를 불태워 죽이려 했으나 불가살이는 죽지 않고 몸에 불이 붙은 채 온 나라 안을 돌아 다녀 전국이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나라에서는 불가살이를 없애는 사람에게는 벼슬과 큰 상을 내린다는 방을 붙였다. 그러자 그 남자는 중에게서 받은 부적을 불가살이 몸에 붙였고, 불가살이는 그 동안 먹은 쇠를 모두 쏟아 내놓고 사라졌다. 그는 큰 벼슬을 받고 잘 살게 되었다.
출처 :〈불가살이의 유래〉《한국구비문학대계》5-4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4 176-180면.
설화 분석 및 상징적 의미
〈불가살이〉는 《송남잡지(松南雜識)》에 언전(諺傳)이라고 기록된 것 외에 구전설화 20여 편이 있고, 소설?영화?만화 등으로 형상화되었다.
《송남잡지》의 〈불가살〉 조(條)에는 “민간에 전하기를 송도(松都)말년에 어떤 괴물이 있었는데, 쇠붙이를 거의 다 먹어버려 죽이려고 하였으나 죽일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불가살(不可殺)’이라고 이름 하였다.
불에 던져 넣으면 온 몸이 불덩어리가 되어서 인가(人家)로 날아들어 집들이 또한 다 불에 타버렸다. 지금 ‘가살불가살(可殺不可殺)’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그러나 본래는 《맹자(孟子)》의 ‘국인개왈가살(國人皆曰可殺)’이라는 말과 비슷하니, 불가살(不可殺)이라는 말은 그 괴물을 이름한 것이다.”라고 했다.
짧은 기록이지만 쇠를 먹는다는 점, 죽일 수 없다는 점, 이 때문에 인가가 불탄다는 점 등 구전설화에 등장하는 불가살이에 대한 대개의 화소(話素)들이 모두 들어있다.
《송남잡지》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당시에 ‘가살불가살(可殺不可殺)’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맹자(孟子)》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아래 두 구절을 불가살이와 관련짓고 있는 것이다. ‘가살불가살(可殺不可殺)’이라는 말은 죽여야 할 것이 무엇이고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의 잘못과 그로 인하여 빚어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말하는 것이다.
《맹자》양혜왕장구의 구절은 맹자와 제선왕(齊宣王)의 대화 중 일부인데, 이는 곧 인재의 등용과 형벌의 집행을 군주가 사사로이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므로 문헌 기록인 《송남잡지》에서 파악한 불가살이 설화의 의미는 생사여탈의 권한을 가진 군주가 죽여야 할 것과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사사로이 전권을 휘두름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과 불안에 대한 경계라고 정리할 수 있다.
20여 편의 불가살이 구전설화는 불가살이의 출현 배경을 다룬 발단부와 출현 및 성장과 활동을 다룬 전개부, 소멸 또는 제거 과정을 다룬 결말부로 구성되어 있다.
발단부에서는 불가살이 출현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려 말 중의 음행(淫行)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과, 지나친 불교 탄압의 결과로 팔자를 고치기 위해 누이동생이 오빠를 밀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두 가닥의 이야기다.
물론 시대적인 배경만을 약술하는 자료도 있으나, 20여 편 중 11편의 자료가 중의 음행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의 음행이 벌어진 것이 송도말년이라고 명시하는 자료가 5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중의 음행은 송도 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 혼란이 가장 심했던 고려 말을 대표적인 배경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웠던 고려 ·말을 내세움으로써 이어지는 누이의 밀고행위가 펼쳐질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보인다.
중의 음행은 불교의 탄압으로 이어지고, 모든 중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중을 잡아오면 벼슬과 상금을 내리겠다고 하자 백성들은 생업을 버려두고 중 잡기에 혈안이 된다.
9편의 이야기가 누이동생의 밀고라는 반인륜적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중인 오빠가 집으로 찾아오자, 누이동생은 오빠를 궤짝이나 벽장에 가두고, 중을 하나 잡았으니 팔자를 고치게 되었다고 남편에게 자랑한다.
그런데 누이의 이런 반인륜적 행위는 남편인 매제로 하여금 중 잡기를 그치게 하고, 중을 잡아 팔자를 고치려는 마음은 아내의 행위에 대한 분노로 전환된다.
이는 중의 음행으로 인한 불교탄압이 도를 넘어섬에 따라, 여기에 동원된 백성들이 역으로 불교 옹호의 입장으로 돌아 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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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부에서는 불가살이가 출현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지만 도리어 혼란만 가중된다.
불가살이는 누이의 집에 숨어있는 중이 떨어뜨린 밥풀을 주물러서 만들거나 옥에 갇힌 중이 몸의 때를 밀어 만들기도 하고, 바늘이나 벌레가 변하기도 한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중이 밥풀을 주물러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밥풀로 만든 불가살이가 먹는 것은 쇠이다.
쇠는 차고 단단하며 무기를 만드는 재료이기도 하고, 나아가 문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이 쇠를 다루기 시작한 이후 쇠는 지배자의 상징이며 도구가 되어왔다.
이런 쇠를 불가살이가 먹는다는 것은 지배자에 대한 도전이나 부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애초에 불가살이를 만든 것이 밥풀임을 상기한다면 쇠와 밥풀의 이미지는 사뭇 대조적이라고 보인다.
밥풀은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라는 농사의 결과물이다. 백성들은 이 쌀을 위해 노동을 하고, 쌀을 숭배한다.
무속에서의 쌀은 수명, 자식, 집안의 부를 상징한다. 이런 점에서 불가살이가 밥풀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불가살이는 백성들의 숭배의 대상이고, 백성들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바라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
밥풀에서 나온 불가살이가 쇠를 먹어치우자 농기구가 없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형편이 되고, 국가의 재정과 방위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것은 중을 잡기 위해 백성들이 생업을 포기함으로써 삶 자체에 대한 백성 스스로의 부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 나라에서는 음행을 저지른 중 한 사람만을 잡아들인 것이 아니라, 모든 중을 잡아들임으로써 불교전체를 탄압한다. 이는 국가권력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백성들과 나라에서는 불가살이를 잡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불가살이는 죽지 않고, 오히려 몸에 불이 붙자 날아다니며 인가를 불태운다. 백성이나 나라에서는 아직도 불가살이가 등장한 근본적인 이유나 대책을 생각하지 않고, 불가살이만을 제거하려는 임시방편에만 집착한다. 그러자 불가살이는 불이라는 수단으로 이런 국가와 백성을 징치한다. 불로 정화된 불가살이가 더욱 그 위용을 보이며 근본적인 변혁을 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말부에서는 불가살이의 소멸이나 사라짐이 그려진다. 결국 아무것으로도 죽일 수 없었던 불가살이는 만든 이에 의해 사라진다. 불가살이가 사라지자 그 자리에는 그 동안 삼킨 농기구며 바늘, 무기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불가살이가 사라진 이유는 그 동안 시행되던 불교탄압이나, 누이동생에 의한 반인륜적 행위가 모두 그치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불가살이가 삼킨 쇠가 모두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세상이 개혁되고 새 세상이 도래했음을 나타내고, 그 세상이 올바른 모습으로 재생된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올바른 세상의 회복을 위해 위험을 무릎 쓴 매제의 행위는 벼슬이나 돈으로 보상받게 된다.
불가살이는 세상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나타난다. 그리고 그 혼란이 극복되거나 개혁되면 비로소 사라진다.
불가살이가 만들어지는 질료는 백성들의 하늘이며, 숭배 대상인 밥풀이다.
또 불가살이를 만든 이는 혼란한 세상에서 탄압받거나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다.
흔히 불가살이를 만드는 사람이, 쫓기는 중, 옥에 갇힌 중, 가난한 과부 등 가장 소외되고 억압받는 계층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혼란한 세상에서, 세상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기존의 체제에 도전하는 불가살이를 만든다는 것은 그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만든 이의 욕망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 욕망은 현재를 개혁하는 것,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등일 것이다.
그 세상이 오면 불가살이는 저절로 사라진다.
불가살이의 생김새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설화마다 조금씩 언급되는 점이나 문헌에 기록된 바,
또는 그림으로 형상화 된 바를 종합하면, 몸은 곰을 닮았고, 머리는 코끼리와 비슷하며, 날개가 달린 것으로 그려진다. 설화 각편에 따라서는 황소와 닮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불가살이를 중국의 상상 동물인 ‘맥’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맥은 쇠를 먹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불가살이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또, 형상이나 성격, 행위, 명칭 등도 판이하게 다르다. 불가살이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혼란한 시기에 세상을 개혁하려고 등장하는 영웅적 속성을 갖는 점이다.
그러므로 불가살이는 토착적인 우리 고유의 상상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불가살이의 유래〉《한국구비문학대계》5-4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4.
김보영 〈한국서사문학에 나타난 ‘불가살이’연구〉 단국대 석사학위논문 1994.
김보영 〈불가살이 설화〉 《설화문학 연구》(황패강선생고희기념논총) 단국대출판부 1999.
윤승준 〈불가살이 설화의 역사적 성격〉 《설화와 역사》 집문당 2000.
최래옥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의 전승체계〉 《한국문학사 서술의 제문제》(수당김석하선생고희기념논집) 단국대 출판부 1993.
출처 : Kocca 문화콘텐츠닷컴
댓글 : 4 개
- 솔레이스
- 2015/11/22 PM 02:39
북한에서 불가살이 영화도 제작 했었죠
- 스타드림
- 2015/11/22 PM 02:40
오~! 이런 것도,. !_!
- 역관절
- 2015/11/22 PM 02:48
고작 밥풀로 저런 괴물이 된다니
한국인들이 소환사로 전직하는 날에는....
한국인들이 소환사로 전직하는 날에는....
- 라이온하트
- 2015/11/22 PM 02:53
예전에 읽은건 단순히 불교탄압때문에 생긴걸로 알았는데
100명의 여인과 관계를 했다는 설은 충격이네요
100명의 여인과 관계를 했다는 설은 충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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