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C] 이직후 전직장과 비교되는 점들 몇개 끄적.. 2016.05.07 PM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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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의 경우 프로젝트를 위해 클라이언트 본사에 파견형식으로 사원을 직접 보내는 일이 많은,
한국인들의 비율이 99%인 미국에 위치한 한국 솔류션(이라고 읽지만 속은 SI) 회사였는데
그곳의 업무 환경이 열악하기도 하고,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질리기도해서
6개월 정도 일하다가 관두고 옮긴 직장이 지금의 직장(미국회사)입니다.

이직한지 이제 시간이 좀 흘러서 현재 직장의 분위기나 업무파악 정도는
어느정도 할수 있을 정도가 되면서 전직장과 비교되는 점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중 몇가지를 꼽자면.

1. 업무시간
현재 직장은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이 없음.
즉 오버타임을 강요하는 분위기, 혹은 무리한 스케쥴로
오버타임 근무를 하게 만드는 일이 없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라도 일단 충분한 시간을 배분하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오버타임을 하는게 아니라
전체적인 스케쥴을 연장합니다. 어찌보면 오버타임 수당 더블로
챙겨 주는거 아니면 이게 당연한거겠네요. -_-

근무시간의 경우 주 5일 기준으로 40시간만 채우면
언제 출근해서 언제 퇴근해도 상관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아침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는 경우가 많군요.
예를 들면, 좀더 일찍 출근해서 좀더 일찍 퇴근하는 식으로 해서 3~5 사이면 거의다 퇴근.
하지만 난 늦잠이 심해서 매번 늦게 출근, 그래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6시 이전에는 퇴근.

그리고 퇴근할때 상사한테 퇴근한다고
인사하거나 보고할 필요 없이 시간되면 조용히 퇴근하면 그만.

2. 조직체계
조직이 커지면 조직의 구성 유지를 위해 큰 틀의 수직관계는
형성되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상, 하 관계는 있지만
일할때는 갑->을->병 식의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라는 것도 큰 차이점.

예를 들면 경력 10년이 넘는 시니어 엔지니어가
경력 1년도 안되는 초급 엔지니어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명령을 내리는게 아니라
대등한 입장으로 프로젝트를 같이 풀어나가는 식으로 진행.

3. 업무 종사자의 연령
20대~60대 까지.. 다양.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나이가 갖는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되겠네요.
단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개발자들의 경우
나이 먹은만큼 업무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해서 그만큼 대우를 받습니다.

4. 업무환경
원격 근무가 자유롭습니다, 예전 직장도 원격 근무는 명시되어 있었지만 허울만 좋았는데
현재는 프로젝트 진행중인 팀원들과 상의만 해놓으면 원격근무 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고,
원격 근무를 위한 인프라가 잘 되있어서 필요하면 눈치 받거나 하는 일 없이 원격 근무를 할수 있습니다.

프라이버시가 잘 지켜집니다.
누군가가 데스크로 찾아와서 일의 흐름을 끊는다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고,
필요한 사항들은 아침 회의에서 해결 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사람 볼 필요가 없습니다.

5. 업무외 환경
일끝나고 반강제(?)회식 같은게 없습니다. 어쩌다가 팀빌딩이라는 명목으로
팀원중 하나가 개인놀이터(Man Cave)에 팀원들 초대해서 맥주마시며
당구 치며 노는 경우는 있는데 그것도 참가 하고 싶으면 하는거고
가기 싫으면 안가도 눈치주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습니다. 그밖의 팀빌딩 관련 회식 같은 경우는
점심시간이나 그밖의 일반적인 업무시간을 이용하는 식으로 해서 개인 시간을 갉아먹거나 하는
일은 없네요.

6. 업무관련
프로젝트 관련 코드의 구성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문서나 코드마다 커맨트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유지,보수를 비롯해 다음 사람이 개발하기가 용이합니다. 프로그램의 규모가 커지고 다수가 한 프로젝트에서 같이 일하게 되면 어쩌면 당연히 따라야할 사항이긴 한데.. 그냥 폭탄 심어 놓는 마냥 유지,보수는 전혀 생각 안하는 제멋대로의 코드들도 봐왔고 그런식이라도 결과물만 제대로 돌아가면 오케이 하는 경우도 봤기에 그런거에 비하면 정말 큰 차이.

수평적인 관계 덕분에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기에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져서 프로젝트 효율성이 올라갑니다.

업무 관련으로 자유가 주어지지만
그만큼 개인의 역할과 책임도 커지기에 자기관리가 중요.

요약하자면, 전 직장에 비해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직장과 비교하면 일하는 시간은 전체적으로 줄어 들었는데 일의 능률이 높아져서
같은 양의 시간을 소비한다고 가정했을때 예전에 비해 더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수 있기도 하고
개인 시간은 자기개발을 하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할수 있기에 개발자의 역량이나 사기가 올라가면
결국 업무에 관련된 코드의 퀄리티도 같이 올라갈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회사와 개인 양방이 win win 할수 있다는게 좋군요.

즉.. 연봉도 중요하긴한데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업무환경은 연봉보다 더 중요할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을 고를때 업무환경 > 연봉 기준.

하지만 업무환경이라는건 수치로 환산할수가 있는게 아니라서
어느정도 경험이 없으면 일터의 분위기를 판단하기 힘든게 문제인데..
적어도 나같은 경우는 첫번째와 두번째 직장의 차이가 심했기에 사풍을 읽는
눈썰미가 어느정도 생긴거 같아서 혹시나 다음에 직장을 또 옮겨야 되는 상황이 오면
처음과 같은 직장을 고르는 실수는 범하지 않을거 같네요. -_-

댓글 : 10 개
업무환경이 진짜 중요한것같긴합니다
연봉이 어지간히 차이 나는게 아닌한은 하루의 1/3을 소비하는 업무환경은 무시못할거 같습니다.
어느 업계에요? 저도 들어가고싶습니다.

맨날 12시간 이상;;; 디지겠어요.
이상하게 한국쪽 IT만 사람 그렇게 혹사 시키더군요. 하다못해 인도쪽 회사들의 경우 조차도 봉급은 형편 없을 지언정 사람을 혹사시키지는 않던데.. 일/사생활 밸런스 고려하면 해외자본 IT관련 회사로 이직하는게 답인거 같습니다.
크...부럽습니다..

저도 이직하고싶어요~

부담되시지않는다면 회사명좀 쪽지로 ㅎ
기회가 된다면 과감하게 이직 시도해 보는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회사는 회사명 댈 정도로 대단한 회사는 아니고 그냥 미국 중서부에 있는 평범한 미국회사중 하나입니다. 아마 한국 회사만 아니면 다른 외국 자본쪽 회사라도 기본적인 업무 환경은 비슷할거라고 생각되네요. 저같은 경우는 첫번째 회사의 팀원들이나 환경이 않좋아서 지금 상황이 좋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융권에 들어갔더니 이상하게 칼퇴를 하게 됐죠 헬조선 IT 아웃!
눈치않보며 퇴근할수 있는게 참 좋은거 같아요.
미국회사군요 ;;한국회사인줄알았네요 ;;
한국도 업무환경이 비슷한 회사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예전에 한국의 친척분이 하시는 말씀이 이제는 한국 IT쪽도 외국처럼 바뀌는 추세라고 말씀하셨는데.. 적어도 미국에 있는 한국인 비율이 절대적인 개발사들의 업무환경은 한국 보다는 좀 나아도 여전히 열악해서 변화가 있는건지 살짝 의심이 가긴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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