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기억 기록2021.04.23 AM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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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기간 집에서 그림만 그리다보니 문득 젊은날과 매우 멀어져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럴때는 기억이 더 휘발되기 전에 그때, 그순간의 감정을 적어야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귀찮을때가 많은것 같습니다.

 

중학교때 어머니 품에 안겨서 엄마 더 늙지마 라고 마지막 응석을 부렸던 기억...

그보다 더 어렸던, 말도 겨우하던 시절 어머니와 물장난 친 기억을 성인이되어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네가 어떻게 그걸 기억하냐고 놀라워하셨던 기억.

계곡에서 튜브타고 놀다가 급물살에 떠내려가는 와중에 소리치며 달려오던 아버지의 기억.

형과 다락방에서 장난감들로 오리지날 스토리를 만들어 놀던 기억등...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기억은 역시 가장 일상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군대였습니다.

 

08년도 말 철원의 훈련소에서 가벼운 감기에 걸린것 같아 분대장에게 보고를 했는데

열을 재보니 39.7도가 나와 의무대에 끌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워낙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던 중이라 훈련소에서 엄청나게 긴장을 하고 있었고

덕분에 그 고열에도 아프다는 감정은 느껴본적이 없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열이 다소 내려갔고 하루정도 더 휴식후에 복귀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창밖으로 비치는 연병장에 소복히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첫눈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쌓여가던 그 눈을 보면서 '아 화이트 크리스마스구나...' 라고 깨달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복귀후 자대배치에서 전역까지.

통신병 반년과 분대장 1년. 그사이에 이발병 1년등을 거치며 나름 부대내 불행 순위 탑클라스를 찍었다지만

큰 부상없이 전역할수 있었습니다.

 

벌써 십수년이 지났지만 가끔 부대꿈을 꾸며 이제는 이름도 잊어버린 수많은 선임과 후임들의 얼굴을 보곤합니다.

처음봤던 철창속의 총기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써온것인지 알수없을정도로 낡은 군장과 관물대.

휴가를 나갈때마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밥상의 반찬수가 점점 줄더니

어느새 내가 직접 차려먹어야했던 말년휴가등.

 

 

아침에 운동하고 어머니 안부전화 드린후에 잔소리를 한가득 들었는데.

뭐 뻔한 결혼, 미래, 아이등의 이야기였습니다.

근데 문득 이제는 너무 어른이 되어버린것 같아 약간 서글프기도 하네요.

 

언젠가 이런 기억들이 온연히 나만의 것이 되어버릴까봐 두렵기도 하고 그저 아련하기도 한 하루네요.


 

 

댓글 : 1 개
  • Ezrit
  • 2021/04/23 AM 10:40
'시간이 무심하다' 라는게 참 실감납니다. 시간은 정말 내 의지와 상관 없이 흘러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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