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아마도 마지막 예비군때의 이야기.2018.05.16 PM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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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스쳐지나가듯 잊혀질 일이기에 다시 기록.

 

 

오늘처럼 비가온 그날. 아마도 마지막 예비군이었지 싶다.

 

판초우의 나눠준걸 받았던것 같기도 하고... 애매한 기억. 아무튼.

 

일단 비오는날은 다들 알다시피 군인은 우산 안쓰니까. 가져온 우산을 반납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조기퇴소를 하게 되었고. 친 형과 함께 예비군을 갔었기에 혼자 돌아가기 뭐해서

지하철역 근처의 편의점에서 폰이나 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탄띠랑 하이바 반납하고 혼자 떨레떨레 걸어나가고 있었는데.

우산을 반납한 곳이 좀 부산스러워 보였다.

 

가보니 키카 180정도되는 장교가 애들을 지휘해 판쵸우의를 깔고 우산을 반납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조기퇴소임을 알리고 우산을 달라고 하자. 장교는 뒷짐만 지고 병사들이 열심히 내 우산을 찾기 시작했다.

 

애초에 우산을 걷을때 어떤 표시? 주기? 같은걸 하나도 안했기에 수많은 우산중에 내우산을 찾는건 제법 시간이 걸렸고.

당연히 그럴만 했기에 언젠가 나오겠지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한 5분정도 기다렸나? 갑자기 뒷짐지고 있던 장교가 다가오더니 병사들한테 썅욕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 장교가 화낸 이유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분출할 우산을 미리 정리해두지 않았다는것.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내가 잘한것도, 잘못한것도 제법 있는 군생활을 했다지만.

지휘관, 지휘자라면 응당. 자신이 모든것을 지시하고. 그에따른 책임을 지는 자리라 알고있었기에.

저 장교가 도대체 왜 욕설을 날리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애초에 자신이 예비군들의 물건을 분출하는 일을 맡았다면(반납에는 빠졌다한들) 어떤식으로라도 분류, 정리를 해놓고 그것을 확인했어야 했다.

그게 내가 아는 제대로된 지휘관이었다.

 

왠만한 일은 세상의 재미라 여기며 지켜보는 편이지만. 그광경은 몇년전 병사시절도 떠오르며 제법 화가났다.

 

아무튼 병사들은 더 허둥지둥 우산을 고르기 시작했고.

장교는 욕설을 날리다 나한테 다가와서는 금방찾아드릴거라며 가식적인 친절한 미소를 날렸다.

어이없게도.

 

별로 비싼것도. 귀한것도 아니었기에. 괜한 욕을 나때문에 먹은 병사들도 불쌍해서.

난 장교에게 비도 많이 그쳤으니 우산은 필요없다며 조금있다가 나올 퇴소자들을 위해 우산을 정리해둘것을 조언하고

그대로 예비군 훈련장을 나왔다.

 

편의점에서 평소 잘 안하던 로또한번 긁고, 커피마시면서 놀다가 형과 합류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난 우산을 못받은 이야기를 했고.

형은 자기가 찾아서 겨우 나왓다고 알려줬다.

 

난 그장교한테 너무 화가났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이 되자마자 동대장에게 전화를 했다.

매번 날라오는 동대장의 편지비스무리한 것이 수두룩했기에 전화번호는 금방 찾을수 있었다.

 

동대장에게 장교의 인상착의와 계급. 그리고 그가 내앞에서 보여준 장교스럽지 않은 행동과 욕설들을 그대로 전달하자.

동대장은 엄청나게 분노했다.

 

전화 너머에서도 동대장이 그xxx중위 그새끼가... 하는 나지막한 소리까지 들렸다.

동대장은 이런 상황을 알려준 나에게 감사를 표했고. 난 지휘관이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동대장은 아주 밝은 목소리 톤으로(라고 해봐야 50대중반의 아저씨목소리지만.) 제가 책임지고 조지겠다고 말해주었다.

(동대장은 그 장교의 상관들과도 아주 잘 아는듯 해보였다)

든든했다.

 


댓글 : 1 개
계급차이로 갑질만 하죠 참 갑질 좋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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