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드 이야기] [미드추천] 더 아메리칸즈 The Americans2013.07.10 AM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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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즈 오브 아니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저스티파이드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FX가 2013년 새롭게 선보인 스파이 스릴러물입니다.

개인적으로 FX가 HBO나 AMC처럼 헤비히터는 없어도 꾸준히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어서 좋아하는 방송사인데요, 이번에 새롭게 시작한 "더 아메리칸즈"는 FX 드라마들중 톱에 가까울정도로 잘만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스토리 개요는 이렇습니다:
때는 80년대 초. 미국에서 살고 있는 두 소련 스파이 부부(위장부부)는 60년대에 미국에 들어와 꾸준히 20년간 스파이짓을 하며 살아옵니다. 이 20년간 완전히 미국 사회에 동화되어 살면서 자식들도 낳고 (상부에서 명령함) 냉전도 70년대 잠시 가라앉으면서 편하게 지내지만, 80년대초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되자 그들의 삶이 점점 바뀌어가기 시작합니다.
조국을 위해서 계속 임무를 수행하지만 점점 냉전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압박감을 느끼고 위장용으로 만든 가족에 실제 감정이 생기면서 두 남녀는 커다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언뜻보면 클리셰 범벅의 간첩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제작자가 전 CIA 요원이여서 그런지 현실적으로 풀어갑니다. 홈랜드같은 심장을 쥐어짤듯한 긴박감 대신에 차분하고 조용한 임무가 주를 이룹니다. 스토리 전개도 전혀 빠르지 않고, 초반엔 오히려 너무 이야기가 안나간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절제된 느낌입니다.

그럼 왜 이 드라마가 대단할까요.



이 드라마의 테마를 꼽아보자면 가족반전주의입니다.


먼저 가족애.

"더 아메리칸즈"에서 바라보는 <가족>이란 개념은 다른 드라마들과는 사뭇다릅니다. 먼저 주인공 부부는 미국에 파견될때 위장으로 결혼한 사이이라 "일때문에 부부로 산다"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20년간 부부생활을 해왔고 직접 낳은 애가 둘이나 되는데다가 이 아이들은 실제 자신들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실제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들은 자기들 부모님이 소련쪽 스파이인것을 모릅니다). 거기다가 주인공 둘다 소련에 두고온 가족이 따로 있죠. 그리고 정보를 캐내기 위해 미국쪽 인물과 (다른인물로 위장하고) 결혼까지 합니다.

이런 꼬이고 꼬인 상황에서 "진짜 가족이 누구인가"를 찾아내려고 발버둥치는 두 주인공의 심리가 굉장히 심도있게 관찰됩니다. 만약 쇼타임 드라마(...)나 다른 드라마에서 이런 설정을 가졌으면 바로 막장드라마로 만들어버렸을테지만, "더 아메리칸즈"에서는 "과연 이렇게 거짓으로 엮어진 가족관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일반인과는 많이 뒤틀린 삶을 살아가는 두 주인공들을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공감가는 소재면서도 잘 풀이한 "가족"이란 테마로 소개합니다.


그리고 반전주의.

다른 스파이 스릴러물에선 왠만하면 적이 동정이 가더라도 악당은 악당입니다. 불행한 과거를 보냈던가, 나라가 침략당했던가, 그 어떤 사연이 있어도 테러리스트는 테러리스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두 주인공이 대적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 FBI 요원들로 자신들의 국가를 지키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고 "적"으로부터 그들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일단 주인공 부터 전통적으로 "적"이였던 (미국에선 아직도 enemy를 Enemy라고 쓰면 소련이라고 인식합니다) 소련인들이지만, 이들도 자신들의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국가를 위해서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런 구도에서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나오는 물음이 "왜 우리는 싸우는가"입니다.

미국쪽 주인공이 몸담고 있는 FBI 대(對)스파이부서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싫어합니다. 소련 KGB의 미국부서인 레지덴츄라에서도 전쟁은 무조건 반대입니다. 하지만 레이건의 취임과 레이건 암살시도, 스타워즈 프로젝트, 단독행동하는 암살요원등 여러가지 악재가 발생하면서 서로 부딫히게 되고, 그게 복수로 번져나가 계속되는 악순환을 가져옵니다. 악당이 깽판침->추적함->잡아족침->새로운 빌런이 생김->추적함->잡아족침...으로 계속되는 다른 라이트한 드라마들과는 달리 "상부에서 좀더 치고 나가라고 명령함->실수해서 뭔가 일어남->상대가 빡쳐서 공격->우리도 공격->상대도 공격->우리도 공격->아이시1발 이게뭐야ㅠㅠ"라는 전개로 확연하게 더 현실적인데다가 내포하고 있는 테마가 뚜렷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이끌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연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겠네요.

위에서 말했듯이 굉장히 절제된 연출을 자랑합니다. 반전이 사실 거의 없어요. 시점이 소련쪽에 더욱 중점을 두긴하지만 미국쪽도 무시못할정도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반전때문에 골때린다기보단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전개입니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막장으로 빠질만한 요소들이 많이 나오지만, 쿨하게 끝내버리고 오로지 메인 테마인 가족과 반전주의에만 중점을 둡니다.

총격전도 거의 없고, 격투씬도 거의 없는편에 가까워서(그래도 있을 때는 화끈하게 합니다), 액션 스릴러를 기대하는 사람에겐 비추입니다. 스파이짓도 거의 가발(...)쓰고 여자나 남자 후려서 정보 빼가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 폭력은 왠만하면 안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모든 등장인물들도 특출나게 정신나간 사람들 없이, 전부 다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얼굴만 보면 친근한 아저씨같은 상사는 알고보니 복수할땐 집요하게 하는 무서운 인간이라던지, 전형적인 탁상공론만 하고 실제 필드에서 일하는 요원들은 쌩깔것같은 상사는 임기응변에 강하고, 냉정하게 생각할 줄알며, 요원들이 위험에 빠지면 자기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이라던지.... 이런 현실적인 요소들이 절제된 연출을 만나 "그냥 보면 빠지게되는" 드라마가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약간 우울한 느낌이 나는 채도가 감소된 화면으로 사람들이 빨아들입니다. 다른 시대극은 배경이 되는 시대를 신선함을 주는 하나의 장치, 기믹으로써만 이용하고 스토리나 테마엔 많이 관여를 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더 아메리칸즈"에서의 80년대는 우울함과 냉전의 조용한 광기, 그리고 스파이들의 외로움과 딜레마를 모두 다 포괄하며 주 테마인 반전주의와 가족이란 개념을 풀어내는데 큰 요소로 이용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배우들의 호연으로 스크린에 나타납니다. 특히 주인공중 한명인 "필립"역의 매튜 리스는 아마 이번 에미/골든글로브에 적어도 후보로는 당연히 들어갈정도의 연기를 보여줍니다(하지만 올해 브레이킹 배드가 끝나지? 아마 안될거야). 특히 무표정같으면서도 딜레마를 함께 보여주는 차분한 표정연기가 일품입니다.



한마디로, 오랜만에 정말 곰곰히 생각해보면서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어떤 리뷰어는 "스파이물의 소프라노스"라고 칭했는데, 그 칭찬에 걸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프라노스도 마피아물의 안티테제격이였는데, "더 아메리칸즈"도 훌륭한 스파이물 안티테제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시즌2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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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3 개
저도 재밌게 봤네요 전개도 빠른편이고 이거 시즌2 10월에 하나요?
올해와 같이 내년 1월이요
저도 재미있게 봣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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