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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영화리뷰]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포無)2013.12.24 PM 03:19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충격적인 정사씬으로 말이 많았던 영화지만, 확실히 이름 값은 하는 영화였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아델이라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여자아이가 엠마라는 미대 4학년을 만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레즈비언 영화입니다. 한국어 제목인<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영제인 "Blue is the Warmest Colour"의 직역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원제(La Vie d'Adele, 아델의 인생)도 같이 알고 봐야 제대로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강조하는게 바로 "파란색"과 "아델의 인생" 둘다거든요.
이 영화는 겉보기엔 성정체성과 게이/레즈비언에 대한 이야기라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그건 "아델의 인생"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두 테마가 큰 줄기를 차지하긴 하지만 초중반 이후로 영화의 중심에 서진 않습니다. 오히려 아델이 삶에서 느끼고 있는 무수한 동경, 사랑, 소외감, 외로움, 그리고 혼란중 하나가 아델의 성정체성일 뿐입니다.
영화에서 "파란색"은 감독이 특별히 신경을 기울인 모티브라는게 눈에 띕니다. 엠마의 파란색으로 염색된 머리색은 물론이고, 파란 조명, 파란 문, 파란 드레스, 이 모든 것들이 아델의 감정을 나타내는 장치로 쓰입니다. 그와 함께 감독이 배우 얼굴에 클로즈업을 굉장히 많이 써서 그런지 배우들의 표정연기로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실제로 주연 배우인 아델역의 아델 에사초풀로스와 엠마역의 레아 세이두 둘다 굉장한 연기로 감정을 전달해서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페이스를 가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극을 이끌어 나갑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의 아델은 보수적으로 현실적인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아델의 상대역인 엠마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집에서 살고 있죠. 이건 동성애를 받아들이냐 안받아들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부터 다릅니다. 그리고 보수적인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아델은 동경의 대상인 엠마를 만나 빠져들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그저그런 성장 스토리의 클리셰이지만,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동경"이란 테마를 아델의 시점에서 정말 심도있게 분석합니다. 아델이 동경하는게 무엇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아델이 (그리고 엠마가) 진정 사랑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후반부에 가면 정말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던집니다. 처음엔 "따뜻해" 보였던 아델과 엠마의 관계가 실제론 어떤 관계였는지 후반부에 갈 수록 관객들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걸맞는 테마를 가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단 하나 큰 문제점이 있다면, 너무나도 길고 너무나도 노골적인 정사씬입니다. 거의 포르노에 가까울 정도의 정사씬이 몇번이고 나와 (실제로 출연 배우인 아델 에사초풀로스와 레아 세이두가 불만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장면에 면역이 없는 분이라면 절대 비추입니다. 게다가 이 정사씬도 길이가 상당히 긴지라 어느정도 보다보면 지루하기만 할뿐 그닥 영화에 도움되는 장면들은 아닌 것 같아 길이를 많이 줄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실제로 보다가 졸뻔했습니다(...)
한줄평: "모든 씬이 아름답고, 쓸쓸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차가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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