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리뷰] [영화리뷰] 그녀 (스포無)2014.01.11 AM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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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는 정말 설명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시놉시스만 보면 이상한 코미디 영화일것같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하면 또 조용한 분위기에 놀라고, 가끔가다 터지는 유머 코드때문에 이걸 로맨스 영화라고 칭해야하는지 로맨틱 코미디로 봐야하는지 약간 혼란이 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보고 느낀 바로는 이건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로맨스의 탈을 쓴, 오히려 사회 비판의식을 가진 SF물에 가깝습니다.

<허>의 시놉시스는 마치 <빅뱅 이론>에 나올만한 가정으로 시작합니다. 어느 한 거의 반사회적인 남자가 여성의 목소리를 가진 인공지능 OS에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요, 감독인 스파이크 존즈(<존 말코비치 되기> 감독)는 절대로 이 언뜻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는 관계를 비웃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전혀 사실적이지 않을 관계를 사실적으로 카메라에 담으면서 실제 현대인들의 경험하는 인간관계에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인 시어도어(호아킨 피닉스 분)는 계속적으로 인공지능OS 사만다(스칼렛 조핸슨 분)와의 관계를 도대체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고뇌하고, 그러면서 자신 주위의 실제 인간들과의 관계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감독이 말하려는 것은 바로 "관계" 그 자체의 의미고, 그런 의미에서 <허>를 그저 로맨스 영화라고 보기엔 이 영화에 모욕일 정도로 집요하게 인간관계의 사실성에 대해 탐구합니다. 인간이 아닌 것과의 관계에서 이런 깊이있는 주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낸 것만으로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역량을 보여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다른 여타 명작 SF 영화들이 그러듯이, <허>도 현대인과 테크놀로지의 불안한 공생에 대해 탐구합니다. 하지만 데이빗 크로넨버그로 대표되는, 기괴함과 그로테스크로 그 관계의 위험함을 설명하는 감독들과는 달리 존즈 감독은 현대 도시인의 심각한 테크놀로지 의존도와 그에 비례하여 빈 껍데기같이 변해버린 그들의 인간관계를 비판합니다.

미장센과 촬영기법도 이 테마를 따라 따뜻한 조명과 선별초점, 무수히 나오는 해가 질 적의 시간대, 그리고 깨끗하고 정리된 세트로 우울한 외로움과 따뜻한 그리움을 함께 전합니다. 그리고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잡은 장면이나 위에서 보는 전경으로 찍은 샷이 많은 것도 현대 도시의 감성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애초에 영화의 씬 몇개를 대충 편집해서 이병현 씨의 나레이션을 갖다 박으면 아마 훌륭한 스마트폰 TV광고가 되지 않을까,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굉장히 도시적 감성을 스크린에 잘 담은 영화입니다.

시어도어 역의 호아킨 피닉스는 (다시 한번)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그가 보여주는 사만다와의 관계는 너무 사실적이라 이런 특별한 관계임에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고 관객들에게 몰입하게 해줍니다. 평범한 로맨스 영화였다면 남여주인공이 함께 극을 이끌었겠지만, 이 영화에선 호아킨 피닉스에게 모든 부담이 부여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로 인공지능과 사귀어 본 적 있는 사람처럼 사실감있는 연기를 펼칩니다. <허>의 기발한 천재성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연출과 각본도 있지만, 호아킨 피닉스에 의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같이 보이고, 어찌보면 심각한 예술영화처럼 보이지만, <허>는 그 어떤 가벼운 코미디보다 재밌고, 그 어떤 예술영화만큼 주제의식이 짙고, 그리고 그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 더 현대인의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는 SF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2013년엔 정말 많은 좋은 영화들이 나왔지만, <허>는 <노예12년>만큼 그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네요.

한줄평: "현대 도시인을 위한 감성터지는 인간관계 리포트"

영화보고 나서 아이폰을 켰는데... 애플로고가 뜨면서 로딩되는 아이폰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무서운 의미로...
기겁했습니다. 근데 그 정도로 설득력있는 영화에요.
댓글 : 4 개
영화 개봉하면 제목이 `허` 인가요?
허..
<그녀>로 개봉할줄 알았는데 다음 영화에선 <허>라고 나오더라고요.
보고싶은데 국내개봉은 생각이 없어보이더라구요.. ㅠㅠ
아....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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