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리뷰] [영화리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포無)2014.04.23 PM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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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감독: 웨스 앤더슨 (Wes Anderson)
개봉일: 2014년 3월 7일 (미국), 2014년 3월 20일 (한국)
장르: 미스테리, 코미디

아기자기하고 동화같이 인공적인 미장센. 대칭에 대한 광적일 정도의 집착. 은근슬쩍 들어가 있는 섬뜩한 샷. 작품을 꿰뚫는 오묘한 유머. 전부 웨스 앤더슨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상징하는 부분들입니다. 안그래도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앤더슨 감독 작품중 가장 야심차고 멋진 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인데요, 그런 작품답게 영화적 완성도도 굉장히 높은 작품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1930년대, 중유럽의 한 가공의 소국에 존재하는 럭셔리 호텔의 배경으로 일어나는 미스테리물입니다. 특이하게도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방식이 여러 화자를 거친다는 점인데요, 이런 방식이 오히려 영화의 "동화적" 느낌을 더욱 강조합니다. 많은 내레이션으로 플롯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것도 그렇고요. 영화의 미장센이 시각적으로 "먼 옛날"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면, 이런 극의 구조는 센티멘탈한 톤을 잡아주어 앤더슨 감독 특유의 유머가 폭주하지 않도록 영화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줍니다.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심플한 편입니다. 하지만 여타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들과 비슷하게, 스토리는 스타일에 가려져 이게 비교적 심플하다는 느낌은 영화를 보고 곱씹어봐야 알아채릴 정도로 감독의 스타일이 극을 이끄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타일을 싫어하시는 분은 여기서 자신이 만족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점입니다. 하지만 앤더슨 감독의 팬이라면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제작비가 오르고 유명배우들이 (예전보다 더) 나왔다고 해도 앤더슨 감독 특유의 센스는 절충되지 않고 오히려 더 빛을 발합니다.

참고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특이하게도 영화 대부분이 4:3 비율로 보여집니다. 다른 영화라면 이젠 IMAX다, 3D다 하는 마당에 뜬금없이 50년대부터 사용돼오던 와이드스크린을 버린게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웨스 앤더슨 감독이라면 충분히 이해가갑니다. 앤더슨 감독의 특징중 하나가 샷에서 배경 소품과 등장인물들의 위치가 편집증적일 정도로 딱딱 맞추어져 있어 하나의 공간이라기보단 평면의 캔버스에 소품들을 올려놓았다는 느낌이 강한데 (이런 류의 미장센을 잘 쓴 감독 중 한명이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4:3 비율은 그저 시간대를 나타내는 장치 뿐만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넓은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감독의 전작 <문라이즈 킹덤>과는 달리 영화의 폐쇄공포증적인 미스테리 스토리와 대부분의 장면이 굉장히 인공적인 실내를 배경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와이드스크린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4:3 비율의 화면을 볼 때의 느낌은 주인공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4:3 비율로도 충분히 멋진 화면을 담아낼 정도 이기 때문에 비율 덕분에 뭔가 부족한 느낌은 없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로 보자면 일단 레이프 파인즈의 연기가 눈에 띕니다. 웨스 앤더슨의 인공적 스타일을 완벽히 이해한 방식의 연기로 극을 이끌어가는데 지대한 공헌을 합니다. 거기에 또다른 주연인 제로역의 토니 레볼로리도 데뷔작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빌리 머레이는 뭐... 빌리 머레이입니다.

한가지 대단한 점은 주연, 조연, 카메오를 막론하고 대부분이 정말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배우들을 정말 유쾌하게 영화의 세계관에 녹아들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특유의 톤과 감독의 역량으로 전혀 혼란스럽지 않고 의문점도 남기지 않은 채 여운이 남는 마무리를 완벽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러닝타임이 고작 1시간 40분밖에 안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배우들의 속사포 대사도 있긴 하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이 안되네요.

많은 분들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비교를 하셨는데, 비슷하긴 합니다. 하지만 테마나 스토리, 그리고 밝고 명랑하면서도 묘하게 우울한 톤을 봤을 때 개인적으론 동화라기 보단 오히려 19세기, 20세기 초의 영어덜트 소설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네요. 그런 느낌으로 만약 웨스 앤더슨 감독이 <올리버 트위스트>를 영화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놓치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달콤한 작품입니다. 달콤함에 포인트.

한줄평: "핏방울이 약간 떨어진 추억의 아이스크림 마카롱."

그리고 레아 세이두가 메이드복을 입고 나오네요.
극장에서 감격에 겨워 소리지를 뻔했습니다.
댓글 : 3 개
이 영화 쩔죠
잘 조형된 케이크를 먹는 기분입니다 죠음
개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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