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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영화] [DAY02]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2005)2014.05.07 PM 11:56
제목: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
제작년도: 2005년
장르: 드라마, 스릴러
영화계에서 데이빗 크로넨버그라는 이름은 굉장히 특별합니다. B급 영화로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다른 유명한 캐나다 감독들 처럼 무엇인가 기묘하고 특이한 센스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오던 감독이죠. 그런 크로넨버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폭력의 역사>는 중요한 분수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B급 영화의 탈을 쓰고 폭력과 섹스에 대해 관찰해오던 감독이 B급이라는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본격적으로 폭력과 섹스, 그리고 그 둘을 두고 바뀌어가는 인간의 심리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폭력의 역사>는 제목처럼 딱딱한 느낌의 예술영화는 아닙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한 평화로운 마을에 나타난 이인조 강도를 쏴죽인 주인공이 영웅시되고, 그리고 그 주인공의 과거를 아는 자들이 나타나면서 미스테리가 더해져가는, 오히려 엔터테인먼트를 중점에 둔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폭력의 역사>는 결과적으로보면 플롯을 러닝타임동안 움직이게 하는 것을 주 목표로 삼는 전형적인 상업영화로, 장르 영화라는 틀을 벗어나려고 딱히 발버둥치는 작품도 아닙니다. 크로넨버그 감독이 인터뷰때 많이 말하듯이 자신은 그냥 재밌어보이게 영화를 만든다는데, <폭력의 역사>도 첫인상은 정말 잘빠진 스릴러입니다. 거기에 펄프적인 폭력씬을 보고있자면 정말 장르 영화라는 것이 티가 납니다.
하지만 그런 장르적 스토리 밑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폭력(과 섹스)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테마입니다. 영화는 어느 두 악당이 강도짓을 하며 살인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후 영화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이 둘은 미국 중부를 가로지르며 많은 수의 강도와 살인을 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리고 이 두 악당이 저지른 범죄 덕분에 또다른 폭력의 순환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영화는 폭력의 연속을 관객들에게 상기시켜줍니다.
이런 테마는 플롯 구성에도 드러납니다. 클라이맥스에 장르적 쾌감을 위해 폭력씬을 쏟아붓는 다른 여타 스릴러와는 달리 <폭력의 역사>의 플롯은 의외로 그 진행이 한결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크로넨버그 감독은 관객들이 거듭되는 페이스로 폭력에 노출되게 하고, 이런 폭력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합니다. 다른 영화라면 그저 내러티브적 요소였겠지만, <폭력의 역사>는 주인공의 정체와 더불어 이런 폭력을 영화의 주 테마로 승격시킵니다.
이렇게하여 영화가 만들어내는 폭력에 대한 정의는 마치 마약과도 같은, 끊기지 않는 순환입니다. 영화내 등장인물중 하나인 조이라는 인물은 미친 살인광으로 묘사되고, 그가 행하는 일을 보면 폭력이란 마약과도 같이 자제하는데 엄청난 의지를 필요로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도 마지막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하여 (영화내 일어난 다른 사건들과 같이) 폭력이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제목인 <폭력의 역사>는 주인공 자신의 전과 기록뿐만이 아닌, 인간과 폭력간의 끊임없는 역사 그 자체를 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다시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처음으로 소개된 영화의 초반과는 달리, 주인공 가족은 이미 폭력이라는 힘에 노출되어 일그러진 상황입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조용히 가족들의 환대를 받지만, 과연 그것이 진실된 환영이였는지는 그들만이 알겠죠. 주인공은 과연 폭력의 순환을 끊었을까요? 크로넨버그 감독은 관객들에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주기를 거부합니다만, 대신 주인공의 공포와 슬픔에 일그러진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며 영화를 맺습니다. 그리고 그 잊지못할 얼굴이 영화의 모든 것을 요약하는 것이 아닐까요.
한줄평: "영웅, 폭력, 섹스, 그리고 가족. 이 네가지의 순환과 관계성."
이 글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30일 영화 챌린지"중 하나입니다.
"30일 영화 챌린지"는 그다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랜덤하게 고른 30개의 영화를 랜덤하게 순서를 정하여 30일 동안 하루에 영화 하나씩 보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분석을 쓰는 겁니다.
제가 볼 영화들의 리스트는 여기(클릭)에 있습니다.
내일의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프리스티지>입니다.
댓글 : 6 개
- 황정택씹창새
- 2014/05/08 AM 12:06
너무 너무너무좋네요 친추해놓고 자주들리겠스니다 ㅎㅎ
- 그레이트존
- 2014/05/08 AM 12:24
감사합니다 ㅎㅎ
- 비모 Grimmy
- 2014/05/08 AM 12:07
이 영화를 보셨으면 꼭 이스턴 프라미스를 보시길 빕니다!
- 그레이트존
- 2014/05/08 AM 12:24
사실 이스텀 프라미스가 제가 처음 본 크로넨버그 감독 작품입니다 ㅎㅎ
- Above&Beyond
- 2014/05/08 AM 11:27
어떻게 보면 영화 주인공이 아들 같음..순둥이에서 괴물로 되어가는 과정
- 그레이트존
- 2014/05/08 PM 12:53
주인공 아들도 폭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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