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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영화] [DAY05] 분노의 주먹 (Raging Bull, 1980)2014.05.11 AM 01:58
제목: 분노의 주먹 (Raging Bull)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
제작년도: 1980
장르: 드라마, 스포츠
어느 한 남자가 거울을 노려 보며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 남자는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을 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리죠. "내가 보스야. 내가 최고야." 비록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서서히 볼품없어지고, 그를 둘러싼 세상이 서서히 무너져내려감에도 남자는 거울 속의 자신만 바라보며 계속 그렇게 중얼거립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은 다른 여타 스코세이지 감독 작품들과 비슷하게 한 인물의 흥망기를 다룹니다. 그리고 스코세이지 감독 작품답게 주인공이 내면으로부터 몰락해가는 그림을 그리죠. 하지만 많은 스코세이지 전기 영화가 주인공이 왠만큼 사교성이 있고 사회와 어느정도 공존을 도모하는 반면, <분노의 주먹>의 주인공인 제이크는 스코세이지 초기 작품들(특히 택시 드라이버)처럼 사회와 어느정도 떨어진 인물을 그려나가다 결국 사회에 융합되어 몰락해가는 인물을 묘사합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제이크 라 모타는 미들급 복서 챔피언으로 링 위에선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파이터지만, 사회 생활이란 그에겐 너무나도 복잡합니다. 아내가 하는 일은 이해하지 못하고, 동생이 자신의 매니저로 일하면서 해주는 일들도 자신의 프라이드 덕분에 절대 용납 못할 만큼 똥고집에 불같은 성격을 가진 인간입니다. 그런 제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사회는 제이크를 버렸고, 제이크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는 끝없이 주위의 사람을 의심하고 그들에게 화를 내며, 적을 만들면서도 왜 자신이 적대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의아해 할 뿐입니다.
그에 비해 링 위의 세계는 쉽고 솔직합니다. 링 위에는 오직 그와 그의 상대만이 존재하는 1:1. 그를 뒤에서 모함하는 사람도 없고, 그를 가지고 해쳐먹으려는 사람도 없으며,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링 위의 시간은 제이크에겐 최고의 시간이고, 그런 시간을 조금 더 부각시키기 위해 스코세이지 감독은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링 위의 시간을 격렬한 카메라 워킹과 슬로우모션, 우아한 클래식 음악으로 한껏 치장을 해줍니다. 하지만 벨이 울리며 경기가 끝나고 그에게 남는 것은 허무함과 갈 곳 없는 분노입니다.
결국 복싱에 흥미를 잃은 그는 은퇴를 하고 자신의 클럽을 만들어 코미디언으로 전직합니다. 동생과의 관계는 파탄나지 오래이고, 그의 아내도 이미 그에게 마음이 떠난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이미 적응한줄 알았던 사회는 자신에게 더욱 더 적대적으로 다가옵니다. 제이크는 링 위에서나, 인생에서나 모든 상황을 지배하고 싶지만, 이제 그런 것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의 모든 샷은 흑백으로 찍혔는데, 그것은 제이크를 둘러싼 암울한 세상을 뜻하기도 하겠지만, 쉽고 간단한, 흑백으로 나뉘는 세상을 원하는 제이크의 갈망을 뜻하는 것도 아닐까요. 제이크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성난 황소가 흔들리는 붉은 천을 향해 돌진하듯이 자신의 상대를 향해 분노의 주먹질을 날리는 것이지만, 링 위에서와는 달리 세상은 그에게 그런 쉽고 편한 길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늙은 복서가 모든 것을 잃은 채 백스테이지에서 거울에 보이는 자신을 향해 주먹질을 하면서 "내가 최고야"라고 중얼거리는 걸로 영화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제이크가 대적한 상대중 가장 그에게 파괴적이였던 상대는 제이크 자신이였고, 그런 인생일대의 라이벌에게 고작 거울에 대고 주먹질밖에 못하는 제이크는 결국 모두가 두려워한 챔피언이면서도 모두가 싫어한 루저로 남게됩니다. 그는 결국 한번도 다운된 적이 없었지만, 대신 그는 추한 모습으로 밤무대에 서며 쓸쓸히 살아가는 것으로 세상에 기억되게 됩니다.
한줄평: "갈 곳 없는 주먹의 방황."
이 글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30일 영화 챌린지"중 하나입니다.
"30일 영화 챌린지"는 그다지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랜덤하게 고른 30개의 영화를 랜덤하게 순서를 정하여 30일 동안 하루에 영화 하나씩 보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분석을 쓰는 겁니다.
제가 볼 영화들의 리스트는 여기(클릭)에 있습니다.
내일의 영화는 하워드 혹스 감독의 <레드 리버>입니다.
댓글 : 2 개
- 비모 Grimmy
- 2014/05/11 AM 02:23
제이크 라 모타 이혼사유에 드니로옹이 껴있음 둘이 너무 붙어있는다구 ㅋㅋㅋㅋㅋ
- MarshallMathers
- 2014/05/11 AM 03:17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체중도 왔다갔다 하는데다가 그 눈빛하며
메소드 연기라는 건 이런 게 아닌가 했음
체중도 왔다갔다 하는데다가 그 눈빛하며
메소드 연기라는 건 이런 게 아닌가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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