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리뷰] [영화리뷰] 리스본행 야간 열차 (스포無)2014.06.17 AM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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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스본행 야간열차 (Nachtzug nach Lissabon)
감독: 빌레 아우구스트 (Bille August)
개봉일: 2013년 7월 3일 (독일), 2014년 6월 4일 (대한민국)
장르: 드라마, 로맨스

야간열차에 타 밖을 바라보는 배경은 어떤 느낌일까요. 밝게 빛나는 편안한 기차칸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빠르게 지나가는 단편적인 풍경조차 어두워 보이지 않고, 대신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만 보이겠지요. 그 얼굴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루함에 가득차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불빛들은 흥미롭지만 결국 그 깊이가 없고, 그 불빛들은 낮이였다면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울 풍경을 제대로 비춰주는 것도 아닌지라 열차 밖에 펼쳐져 있는 풍경은 결국 인상에 남지 않습니다.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은 지루한 자신의 얼굴이죠. <리스본행 야간열차>란 경험은 제목에 걸맞게 이와 비슷합니다.

다분히 로맨스 영화같은 제목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처음 시작할 땐 오히려 미스테리 분위기가 흐르는 드라마로 비춰집니다. 스위스 베른에서 교사로 일하는 주인공(제레미 아이언스 분)이 우연히 어느 한 여성의 자살 시도를 막으면서 영화는 시작하는데요, 이 여성이 자신의 코트를 남기고 도망치자 주인공은 그 코트를 전해주려 여성을 따라가다 그 코트 주머니 안에 있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나머지 책의 저자가 사는 리스본으로 훌쩍 떠나버린다는 일련의 사건들로 내러티브는 진행됩니다. 영화는 초반에 이 저자의 삶과 자살 시도를 한 여성의 정체에 대한 수수께끼를 스토리의 중요 포인트로 만들고 극을 이끌죠.

리스본에 도착한 주인공은 이 저자의 정체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리게 됩니다. 극의 초반부터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관객들은 저자가 작가가 아닌 아마데우 드 프라두라는 이름의 의사로, 이미 고인인데다가, 그를 둘러싼 군상은 1960, 70년대 살라자르 정권에 대한 저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이 가진 책은 살라자르 정권의 판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저항에 대한 뜻을 가진 저자의 사상과 생각을 모은 하나의 에세이집으로써, 주인공은 이 책의 문장을 읽으며 이들이 당시 겪었던 삶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함께 끝없는 호기심으로 이들의 과거를 탐구하려 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주인공을 화자로 삼아 액자식 구조로 스토리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다른 액자식 구조로 된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게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화자'인 주인공도 그저 '화자'가 아닌 그 또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주인공이 아마데우의 삶에 크나 큰 동경을 받은 사실도 이혼 후 자신의 삶의 무의미함과 대조되어 보여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주인공이 과거를 더듬어 가며 과거에서는 아마데우가 그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현재에선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보여주다'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영화가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못찾았다에 있습니다. 영화는 '여행'을 지향하지만 시청각적인 영화라는 매체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끝없는 대사의 홍수 속에 삼켜집니다. 각본은 스토리로써는 훌륭할지 모르지만, 그 각본과 연출은 최소한의 연관점만 가지고 그저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에만 급급합니다. 확실히 소설 원작이다보니 기본 베이스 내러티브는 탄탄하지만 플롯이나 그 플롯을 보여주는 방식은 많이 아쉽다고 할까요.

그리고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도 영화의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줄 정도의 시간으로 보기엔 너무나도 짧습니다. 영화는 감정의 연속으로 진행되지만 결국 마치 열차에 탄 채 풍경을 보는 여행자처럼 겉핥기식으로만 지나가는 듯, 이 감정이 관객들에게 차분히 녹아들 수 있는 페이스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을 아마데우의 책을 보며 고뇌하는 인간으로 묘사하길 원하지만, 무너진 내러티브의 페이스는 주인공을 이리저리 장소를 넘나들며 사람들에게 끝없이 질문만 던지는, 호기심만 많은 어린아이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주인공 앞에 등장하는 애정 상대는 부족한 러닝타임으로 인해 그 의미를 잃어 이도저도 아닌 캐릭터로 전락합니다. 게다가 주제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나올 법한 숨막힐 듯한 전경, 혹은 시각적으로 인상깊은 샷은 끝없는 대사의 줄기로 대체되어 관객들을 끝이 뻔히 보이는 종착역까지 끌고 가기만 합니다.

이 러닝타임의 한계는 과거 이야기에서도 보여집니다. 아마데우, 그의 절친 조지, 그리고 조지의 여자친구인 에스타파니아의 삼각관계는 젊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관계이지만, 적절한 감성적 연출의 부제로 인해 그 신빙성을 잃어 결국 삼류 신파극으로 전락합니다. 분명 깊이있게 연출이 가능했으면 이 사랑이야 말로 아마데우가 줄곧 찾고 있던 삶의 의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겠지만, 끝없는 대사와 남용되는 멜로드라마틱한 사운드트랙은 이 사랑의 의미를 희석시킵니다.

결국 이 의미없는 사랑이 스토리에 남기는 것은 에스타파니아라는 캐릭터에 대한 충분치 않은 해석과 과거 이야기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혁명 드라마가 그 의미를 잃어간다는 점입니다. 멜라니 로랑이 연기한 에스타파니아는 영화에선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팜므 파탈로 변질되어 가고, 과거 이야기를 이끌었던 혁명이라는 요소는 이 지저분한 삼각관계의 뒷배경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 두 이야기를 균형을 잘 맞추어 엮어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혁명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영화중 이런 구도를 많이 채택하지요) 아쉬운 연출과 무너져버린 페이스가 결국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모티프는 담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담배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중독을 뜻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과거에 대한 집착은 영화를 지배하는 테마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 역시 단편적으로만 보여집니다. 특히나 영화에서 끊임없이 사용되는 사운드트랙은 요란하게 멜로드라마적일 뿐, 스크린에 나오는 장면에 깊이를 더해주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과거를 논할 땐 씁쓸한 감정이 많이 연상되는데, 이런 노스탤지아는 깊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거죠. 결국 이런 과거와 현재 둘다 제대로 탐구되지 않은 채로 마무리가 되어 둘 사이의 연관점이 애매모호하게 넘어감으로써 영화는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끝나버립니다. 게다가 영화가 끝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게 전달될 수 있었던 스토리였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마 영화의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인물들이 말하는 언어입니다. 영화는 덴마크 감독이 만든 스위스인을 주인공으로한, 포르투갈에서 펼쳐지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말하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의 주제가 어느 정도 문화간의 충돌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영어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리얼리즘을 전혀 묘사하지 못합니다. 캐릭터중 한명이 혁명을 겪어보지 못한 스위스인은 포르투갈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 말을 하는 포르투갈인이나, 그 말을 듣는 스위스인이나 둘다 비교적 문화적 특색이 있다곤 할 수 없는 영어로 말하는 것에 아이러니를 느꼈네요.

결국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멜로 드라마로 보기에는 애뜻함이 부족하고, 혁명 드라마로 보기에는 그 숭고함과 잔혹함이 부족하며, 젊음을 말하기엔 열정이 부족하고, 노스탤지아를 말하기엔 깊이가 없는데다가, 철학을 논하기엔 고뇌가 부족합니다. 영화는 많은 것을 담으려하지만 결국 완급조절에 실패하여 그 어떤 것도 깊이있이 보여주지 않고, 정말 재미있을 수도 있는 스토리를 포커스를 잃어버린 단편적인 에피소드의 나열로써 보여줍니다. 텐션이 없고 미스테리도 사라지는 영화의 끝엔 결국 두리뭉실한 연관점들이 무뚝뚝한 역사의 뒷배경으로 뒤죽박죽 섞여 있을 뿐입니다.

한줄평: "결국 야간열차로 멋진 풍경을 보는 것은 불가능."
댓글 : 6 개
와 배우들이 ㅎㄷㄷ

제레미 아이언스밖에 모르겠다;;

아 크리스토퍼 리 옹이랑 ㅋ


감상평을 읽으니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네요.
리스본행 야간열차 원작 소설을 보면 부족한 나머지 부분이 모두 해결됩니다.

소설만큼 영화를 만드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죠. 특히 이런 장르는...
저도 진짜 영화보면서 원작을 보고싶은 적이 이렇게나 있었나... 생각할정도로 원작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분명히 생각해보면 스토리는 정말 좋은데..... 왜 이리 평범한 영화가 되었는지.
멜라니 로랑. 에너미에서도 나오고 여기서도 나오네요. 처음본 게 바스터즈에 쇼산나였는데... 확실히 매력있는듯.
이배우가 연기만이 아니고, 영화 연출쪽에도 관심을 가지다보니, 단편영화도 감독을 맡아 영화제에 출품했다고 하더군요.
근데 이 영화에선 그닥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것 같습니다.
에너미에서도 쩌리된건 마찬가지지만, 그거야 스토리상 원래 비중이 낮은 캐릭터였고.
에너미에서 뭔가 비중이 약하긴하더군요.
뭐 어차피 에너미 영화에서 제이크질렌할의 1인2역이 주된거다보니, 그러려니 하지만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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