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리뷰] [영화리뷰] 엣지 오브 투머로우2014.07.02 AM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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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엣지 오브 투머로우 (Edge of Tomorrow)
감독: 더그 라이먼 (Doug Liman)
개봉일: 2014년 6월 6일
장르: SF, 액션

현대의 대중적 종합예술의 가장 대표적인 미디엄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정말 여러 얼굴을 가집니다. 극도로 예술적인 해석을 추구하는 베리만 감독의 <페르소나>부터 철저하게 상업적 계산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명작이란 소리를 듣는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등 하나의 매체 안헤서 작품마다 다른 것을 추구합니다. 그런 매체에서 결국 '좋은' 영화란 그 다른 어떤 기준보다 영화 그 자체가 내놓은 의도를 얼마나 잘 표현해내었느냐가 중요시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는 그런 류의 영화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만족감을 주었느냐가 주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엣지 오브 투머로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할 필요없이 즉각적인 쾌감을 가져다 주는데 노력하고, 무드 또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잡혀 있는데다가, 액션, 로맨스, SF등 장르 팬들이 원하는 그 모든 것들을 적절히 혼합한 영화입니다. 전형적이 뉴스릴 오프닝 몽타주와 함께 주인공이 소개되면서 영화는 관객들을 스토리에 바로 빠져들 수 있도록 그 모든 준비를 정말 빨리, 그리고 굉장히 깔끔하게 끝내 영화의 러닝타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때는 근미래, '미믹'이라는 정체불명의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하고 인간들은 처절히 싸우면서 빼앗긴 유럽을 수복하려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본래 정보 장교로, 미군에 소속되어 전쟁을 위한 홍보를 하는 장교이죠. 하지만 영화 초반 어떠한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유럽 수복 작전의 첫 전투인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보병으로 참가하게 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첫 전투때 전사하게 되지만, 하루 전으로 타임 루프되어 이 전투를 몇번씩이고 또 경험하게 되는 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입니다.

타임루프라는 영화 특성상 이 초반의 상황들은 굉장히 빠른 기세로 보여집니다. 영화는 이런 페이스를 일관성있게 유지시키기 위하여 주인공의 시점에만 초점을 맞추는데요, 실제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연기한 톰 크루즈가 존재하지 않는 씬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이런 제한적 서술방식은 영화로 하여금 불필요한 잔가지들을 다 쳐내어 굉장히 타이트하게 페이스를 진행시키고, 이로 인해 루프물임에도 불구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감을 전해주어 보는 이들에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합니다.

이 타임루프에 조금 더 깊게 말해보자면, 본래 루프물에선 같은 일련의 상황들 중 미묘하게 다른 점들을 관객들이 찾아내는 것에 그 본질적인 재미가 내포하고 있는데, <엣지 오브 투머로우>는 이를 철저하게 계산적이면서도 거침없는 편집과 적절한 코믹 릴리프 씬들의 조합으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재밌게 만듭니다. 게다가 루프물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그 전의 일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설정을 잘 살려내어 주인공의 성장까지도 깔끔하게 엮어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각본 또한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내내 몇번 씩이고 등장하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보고 있자면 영화가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관객들에게 퍼먹이는 대규모 액션씬의 포화를 신랄하게 비꼬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 장면은 초반에는 굉장히 비장하고 공포스럽게 다뤄지지만, 이 후 곧 하나의 개그로 탈바꿔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블랙 유머가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톰 크루즈가 루프에 갇혀 이미 너무 많이 이 전투를 경험한 나머지 (마치 적들의 패턴을 모조리 외우야 깰 수 있었던 옛 8비트 게임처럼) 고개도 안돌리고 뒤에 있는 적들을 처리하는 장면은 노골적으로 블록버스터들의 액션씬 포화라는 트렌드 덕분에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아는 관객들이 연상되게 만든 씬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영화 자체의 액션 씬은 이렇게 비꼬아 놓았다는 곳에서 가치가 나오지, 실제로 액션 그 자체가 멋지다고 하기엔 약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아마 영화가 액션에 중점을 두지 않은, 오히려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이기에 영화의 퀄리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그래도 밀리터리 느낌이 물씬 나는 멋진 강화복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딱히 기억에 남는 액션씬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약간 아쉽긴 하네요. 그래도 초반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대한 오마주로썬 어느정도 제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리고 이 씬을 극이 진행될수록 그대로 코믹 요소로 쓰이게 하였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굉장히 효율적인 필름메이킹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로맨스로 말하자면 영화에서 가장 그 깊이가 얕은 부분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영화는 철저히 주인공의 시점만 따라가는 제한적 서술방식이고, 이는 주인공의 성장과 변화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다루지만, 아쉽게도 톰 크루즈의 상대역인 에밀리 블런트의 역을 탐구하는데에는 별 도움이 안됩니다. <엣지 오브 투머로우>에서 보여지는 로맨스는 일방통행이고, 여주인공은 스크린타임이 적다곤 할 순 없지만, 적어도 관객들이 감정 이입을 하여 이 로맨스를 자연스럽게 납득하게끔의 비중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결국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브라타스키는 주인공의 시점으로만 묘사가 되어서 그런지 조금 심심한 감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어찌보면 로맨스라는 요소를 부각시키지 않고 스릴감을 결국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게 해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시점으로 경험하는 이 '짝사랑'은 비록 그 깊이가 없을지라도 자칫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영화의 무드를 어느정도 균형잡히게 만드는 감초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아마 <엣지 오브 투머로우>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별 설명이 없는 엔딩일 것입니다. 하지만 설명이 없는 것은 그 부분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화는 왠만하면 관객들을 '설명'이라는 지루함의 늪에 빠지지 않게 굉장히 노력을 한 것이 보입니다. 여러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등장을 하면서 인공적으로 진행된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과감히 그 거침없는 페이스를 위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결국 굉장히 깔끔한 느낌의 영화로 끝납니다. <엣지 오브 투머로우>는 확실히 영화적 깊이를 희생시킨 작품입니다. 그 대신 블록버스터라는 한계 속에서 액션, 스릴러, 로맨스, 그리고 코믹이라는 네 요소를 철저히 계산적으로 조율하여 그 나름대로의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고 또 달성한 작품이죠. 이런 영화를 어찌 '좋은' 영화라 하지 않을 수 있을 까요.

한줄평: "균형잡힌 블록버스터의 표본."



벌써 거의 2주전(저저번주 금요일)에 본 영화인데 집안에 큰 일이 생겨서 정말 정신없이 사느라 리뷰 쓸 겨를도 없었네요.
댓글 : 19 개
재미있는 영화
정말 호불호 갈리지 않게 재밋게 뽑아져 나온 영화인듯.
정말 잘 만든 영화
예술가의 터치는 없더라도 장인의 노력은 느껴진다고 할까요
정말 보면서 잘만들었다고 생각되더군요
그죠 ㅎㅎ
포스터 보니까 또보고싶다
지금 세번 봤는데
와우 많이 보셨네요
영화평 잘 읽었습니다. 전문적인 평론가이신 것 같아요. 글이 아주 깔끔하면서도 공감가고, 신선하네요^^
이제 막 영화학 2학년 들어가려는 초짜입니다 ㅎㅎ
칭찬 감사드려요
리뷰 정말 잘쓰셨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평론이 업이신지?
일단 그러고는 싶지만 아직 학생이네요 ㅎㅎ
원작을 바탕으로한 코믹이 나와서 1권을 봤는데, 역시나 할리우드 답게 설정만 가져오고 갈아 엎었더라구요~~^^ 한번 봤으니 이제 블루레이 기달리렵니다~
원작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화보다 많이 어둡다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론 이 영화는 어둡지 않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원작을 보기는 좀 꺼려지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예전에는 영화평도 많이 적고 했었는데, 요즘엔 생활에 치이니 단평 정도만 쓰게 되네요. 좋은 글들 보며 많이 자극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와 글 잘 쓰시네요. 요즘 어쩌다보니 영화리뷰 몇 글자 끄적여보게 됐는데,
이게 정말 쉽지 않던데, 부럽네요.
이 영화보고 머리속으로만 생각했던 막연한 느낌들이 그대로 글로 옮겨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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