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리뷰] [영화리뷰] 퓨리 (Fury)2014.11.20 PM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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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퓨리 (Fury)
감독: 데이빗 에이어 (David Ayer)
개봉일: 2014년 10월 17일 (북미), 2014년 11월 20일 (대한민국)
장르: 전쟁, 액션
러닝타임: 134분

<퓨리>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전장을 홀로 거닐고 있는 백마를 트래킹하며 따라가는 샷으로 시작합니다. 주위에는 전쟁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려는듯 완파된 M4 셔먼 탱크들을 여기저기 널부러져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주인공인 브래드 피트의 캐릭터를 갑작스럽게 등장시켜 이 엄숙한 분위기를 참혹한 공포로 한순간에 바꿔버립니다.

이렇게 영화 내내 잔잔하게 깔려있는 듯한 묵시록적인 분위기는 이 첫장면으로 임팩트있게 영화를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시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단연코 영화의 최대 장점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퓨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 첫장면이 영화의 대부분을 대변하지 못한다는데에 있습니다. 영화는 멋지게 시작하지만 그 이후엔 정비가 잘 되지 않은 도로를 허우적거리며 지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일관성이 부족합니다. <퓨리>는 전체적으로 하려고하는 것은 많지만 그 중 제대로 해내는 것은 손꼽을 정도로 이도저도 아닌 영화에 가깝습니다.

먼저 영화의 좋은 점을 말해보자면 역시 액션입니다. <퓨리>의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는 당연히 탱크를 주축으로한 액션씬입니다. 이 시각으로 봤을 때 영화는 다른 실망스러운 영화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세일즈 포인트만큼은 완벽하게 해냅니다. 그래서 그런지 <퓨리>는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던 영화였지만 딱히 만족감이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만약 액션씬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괜찮은 영화이긴 합니다.

<퓨리>가 보여주는 전쟁의 박진감은 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쟁 영화 장르가 따라가는 극사실주의 트렌트와는 조금 다릅니다. 영화는 다른 전쟁 영화들과는 다르게 실제로 총알이 날아가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그와 함께 총알에 타격감을 실어줍니다. 이런 연출은 사실주의를 희석시킵니다만 (FPS 게이머에겐 마치 게임과도 같은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퓨리>는 애초에 사실주의를 그다지 강조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가 암시하는 (혹은 암시하려고 노력하는) 거의 초현실적인 분위기에 잘들어맞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타격감으로 인해 액션씬 만큼은 굉장한 박력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격전보다도 더욱 대단한 것은 바로 전차전입니다. <퓨리>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전차전을 찍은 작품은 아마 없을겁니다. 실제 탱크를 가지고 촬영한 영화답게 전차의 육중한 무게감이 스크린을 넘어 전해지고, 포탄이 땅이나 전차의 경사장갑에 튕겨 날아가는 박진감은 그 어떤 영화에서도 느끼기 힘든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이는 비주얼, 촬영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 디자인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잘 호환을 이루며 완성된 "티거 vs. 셔먼"은 기대한만큼의 만족감을 보여줍니다.

한가지 영화가 액션에서 집요하게 집착하는 것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영화에서 총을 사용한 액션은 발포자→컷→피탄자,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데, <퓨리>에선 발포자 쏜 총알이나 포탄이 피탄자의 몸에 박히는 것을 비주얼적으로 표현하여 둘 사이의 연결을 더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 그런 의미에서 <퓨리>는 액션만큼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그림자에 벗어났다고 말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지향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니까.

영화가 탱크 자체를 표현하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영화는 전차가 주축인 영화답게 전차 안의 공간을 참 효율적으로 담아냅니다. 내부는 의외로 "비좁다"라는 느낌보다 "아늑하다"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데, 이는 아마 의도한 결과일겁니다. 영화에서 탱크는 "집"이라고 지속적으로 은유되고 (후반에선 아예 직접적으로) 이는 실제로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어느 한 독일인 집에서의 식사장면의 긴장감과 상반되어 "집"이라는 개념이 전쟁으로 인해 일그러지고 붕괴되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표현 방식에서 영화의 일관성이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절망적이고 묵시록적이지만, 영화의 가장 큰 축인 전차를 어느정도 "아늑하게"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뜬금없이 희석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탱크의 승무원들은 겉으로는 대립하는 느낌이지만 (위에서 말한 독일인 집에서의 식사장면이라든지) 전체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가족같은 분위기에 가깝습니다.

아빠인 워대디 (브래드 피트 분), 엄마(...)인 스완 (시아 라보프 분), 큰 형 가르시아 (마이클 페냐 분), 작은 형 트래비스 (존 번설 분), 그리고 막내 엘리슨 (노먼 러먼 분)의 전우애에 관한 서브플롯은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여 그다지 새로울게 없어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됩니다. 그리고 만약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의식한 전통적인 전쟁영화였다면 어느정도 나쁘진 않았을 이 스토리라인도 <퓨리>에선 영화각 계속 밀어주는 묵시록적인 분위기에 심각할 정도의 방해물로 자리잡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첫장면과 같이 묵시록적인 분위기가 덧칠된 영화이긴 합니다. 낮게 깔린 콰이어가 자주 사용되는 사운드트랙은 이런 무드를 엄숙하게 깔아주고 실제로 묵시록을 은유하는 장면들도 꽤 많습니다. 애초에 첫장면인 병사가 백마를 타고 전쟁터를 거니는 장면부터 요한계시록의 네 기사중 한명인 "전쟁"을 노골적으로 암시한 것이죠.

하지만 그 어느 장면도 이런 분위기를 분위기 이상으로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시청각적인 연출과 내러티브는 서로 따로 노는 듯한 분위기이며 이런 느낌은 결국 영화가 조금 더 대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분명히 손만 뻗으면 닿는데도 손을 뻗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굉장히 실망스럽게 다가옵니다.

영화의 연출과 각본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은 위에서 말한 식사장면에서 가장 크게 부각됩니다. 이 씬은 따로보면 꽤나 잘 만들어진 씬이지만 결국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는 그다지 들어맞는 씬이 아닙니다. 영화는 갑자기 변덕스럽게 유머를 보여주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섞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부각되는 승무원들간의 대립은 그다지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은 채 그대로 클라이맥스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씬은 전쟁에 대해 무엇인가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만 이는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고 결국 영화의 페이스에 결점으로 남게됩니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두 여성이 굉장히 장치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둘째치고요.

그리고 이는 클라이맥스에서도 계속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전투는 참 분위기에 안맞게 클리셰로 끝나버립니다. 어찌보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비슷한 구도지만, <퓨리>는 전체적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고수하려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이런 느낌으로 끝을 맺었기에 영화의 전체적인 일관성을 완전히 들어엎어버립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전투는 너무나도 작은 공간에서 비현실적으로 길게 진행되기에 지루해진다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습니다. 영화는 초반엔 비장감을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관객들이 느끼게 하지만, 마지막에 와선 주인공들의 비장감을 그저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확실히 <퓨리>는 액션씬덕분에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아쉬운 영화인 것은 사실입니다. 영화는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깔아두지만 결국 이 분위기는 멋지게 보이려고 안에 넣어두었다는 인상외에는 별로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에이어 감독은 마치 영화 내내 "난 <지옥의 묵시록>을 아주 좋아해"라고 떠들어대는 것같은데 눈에 보이는 것은 액션 영화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결국 <퓨리>는 포텐셜도 있고, 이 포텐셜을 영화 내에서 직접 보여주지만, 엔딩 후에 남는 인상은 더 대단하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 실망감입니다.

한줄평: "제목은 <퓨리>지만 딱히 퓨리어스하지는."?




- 나중에 러시아에서 이 영화를 벤치마킹해서 러시안 머니를 꼴아박고 프로호로프카 전투 영화를 만들었으면하네요. 그 정도 스케일이면 스토리가 아무리 지랄맞아도 전투씬의 위엄 하나로 끝장일테니.

- 영화의 묵시록적인 분위기는 게임 <콜 오브 듀티: 월드 앳 워>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처절하진 않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대신 이 분위기를 가지고 뭔가 해볼 수도 있었지만 딱히 그려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참 이도저도 아닌 영화.

- 참고로 배우들 연기는 다 좋습니다. 근데 그게 끝.
댓글 : 12 개
그다지 별로인가 보군요.
뭐... 참 미묘합니다.
괜찮긴 한데 영화를 보다보면 "이거 이것보다 더 잘만들수 있었을텐데"하는 느낌이 드는게 한두번이 아니라서.
호오..... 알것같네요, 잘 읽었어요
걍 무난무난한액션 영화 되주겠군용
뭐 그렇게 보시면됩니다. 사실 개인적인 기준으론 무난한 액션 영화로도 극장가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한번 보시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 근데 솔직히 극장아니면 별로 추천 안합니다. 극장에서의 빵빵한 사운드가 있어야 포탄이 경사장갑에 쓸리는 그 박진감이 느껴지기에.
잔인성은 어느정도인가요.
볼려고 계획중인데 라이언 일병 정도 되면 좀 마음의 준비를 해야될거(?)같아서요.
(잔인한걸 잘 못봅니다.)
잔인합니다. 일단 첫씬에서 칼로 눈알 찌르는 장면이 나오고, 초반에 안면 가죽이 전차내부벽에 들러붙어있는걸 닦아내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땅에 튕긴 포탄이 사람 머리를 통채로 쓸어가는 장면도 있고...

라일구와 달리 CG를 자유롭게 사용한 영화라서 그런지 잔인성은 한층 더 심한것 같습니다.
저한테 만큼은 재미를 보장하는 글 같네요
리뷰를 읽으니 더 기대됨

액션 좋아하시는 분은 재밌게 보실겁니다.
액션신의 빈도가 약간 기대이하라는 것은 제외하고...
전 심도있게내면을 잘 파악하지 못하기에 그냥 전차전만으로 그냥 대만족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전차전을 묘사할거라고 전혀 기대 못했기에 더더욱 그랬던듯합니다만...
저도 스토리 같은 건 좀 아쉬웠지만 다른 건 몰라도 타이거랑 다이다이 뜨는 장면 하나로 돈값 했다고 느꼈네요. 영화 보면서 그렇게 긴박하게 느껴졌던 건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점을 정확하게 비평하셨네요.
정말 미묘하게 아주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들의 배경이나 동기를 깔아두고 제대로 회수를 안한듯 싶습니다.
브레드 피트는 SS에 대한 증오와, 전쟁전부터 독일어를 했다는 것이 무언가 독일에 관련된 과거가 있을 법한 냄새가 나는데,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또, 말을 죽이는 사건(팔레즈 협곡 포위망)애기를 하는 장면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좀 애매했습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전쟁의 참혹상을 참 잘 잡는데, 초반부의 압도적인 액션씬에 반해, 후반부 탱크 공성전은 말씀하신대로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에, 분명 쏟아지는 물량을 보며 제가 신나야하는데, 미묘하게 불편했습니다. 생각보다 스릴이 없었거든요. 브레드 피트가 기관총에 올라가서 몇백명을 몰아내는 초현실적인 장면을 보다보니, 셔먼 탱크 한대가 몇백명을 막는다는 사실의 초현실성에 다시 놀라게 됩니다.
또, 마지막에 SS 대원이 주인공을 살려주고 가는 이유 역시 이해가 불가했고요,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참 혼란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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