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이야기] 서울의 봄 소감2023.12.18 PM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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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같은 영화들은 소시민의 시점에서 한국 근대사를 둘러보는 반면,

서울의 봄, 헌트, 남산의 부장들은 권력자의 시점에서 사투하는 인물들을 조명하여 근대사를 풀어냅니다.

다만, 크게 보면 사실 이 두가지 모두 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 이후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장르에서 옵니다.

전자는 소위말하는 "신파극"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멜로 드라마의 발전형이고

후자는 난폭한 뒷세계 인물들을 다루는 한국식 느와르입니다.


민중의 시점에선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감정적인 호소가 한층 쉬워지기 때문에

그리고 권력자의 시점에선 당시 시대의 야만성을 효과적으로 장르의 틀안에서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두가지 정형화된 방식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기도 하고, 한국 영화계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는 지금 한국 영화계가 유신정권과 5공 시절, 그리고 그 시절이 아직도 그림자를 드리우는 현 정치계를 어떻게 보는가를 알려주기도 하죠.

추하게 발버둥치면서 자존심, 이익, 생존을 위해 싸우는것처럼 보이는 정치계에 조폭과 느와르라는 영화적 문법을 덧씌운거니까요.



물론 서울의 봄은 다른 영화들과 달리 완벽하게 느와르는 아닙니다.

오히려 주인공인 이태신을 "보통사람"으로 표현하여 관객들의 눈높이 맞추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쉽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극적 엔딩이 확정이긴 해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감정적 호소를 효과적으로 하게 됩니다.

12.12 군사반란은 역사적으로도, 당시 법적으로도 너무나도 명확하게 선과 악이 나눠지는 실화이기 때문에

전두광이 "악"을 맡은 이상, 그리고 그 "악"에 영화가 매몰되지 않으려고 한 차선택으로써 전두광과 이태신의 대립을 극대화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서울의 봄에도 "갱스터 느와르적 감성"이 있습니다.

영화의 근본적인 대립은 하나회라는 군대내 사조직의 반란과 그에 대립하는 군의 본연의 모습이지요.

언뜻보면 문민정부에서 비정치적인 조직으로써의 군대의 이상적인 모습이 그 안의 사파로 인해 전복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더욱 깊이 들어가보면, 결국 군이라는 조직 전체가 선후배 관계, 계급의 위계질서, 개인의 이익/생존본능으로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몇몇 양심적인 군인을 제외하면 조직내에서의 위계질서와 개인적 관계로 대립이 성사되는 것을 보면 전형적인 갱스터 느와르죠.

이는 크게 보면 한국 사회에서 조직의 제도적인 문제 그 근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것에 구애받지 않는 이태신이라는 존재는 이상적인 군인으로써 악에 대립하는 모습으로 극과 감정선을 이끌어나갑니다.


실제 모델인 장태완 장군과 반란군에 맞선 몇몇 장군들의 행적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기에 이 자체는 어찌보면 당연하긴 합니다.

다만 이 선과 악의 대립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관객들에게 너무 감정적인 반응만 끌어내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12.12 쿠데타는 치욕적인 날이긴 합니다.

허나 영화내내 군조직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여기저기 힌트를 주면서 그 자체를 한발자국 떨어져 보려고 하지 않고

굉장히 개인적인 감정인 분노라는 한가지 감정에 매몰되게 한점은 아쉽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이태신의 마지막 대사도 통쾌하지만, 결국 평면적인 마무리를 준다고 생각하네요.



정치 스릴러로써 영화적 완성도는 굉장히 높습니다.

특히 전화와 무전 통화로 극이 진행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을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많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고, 그에 맞춰 정말 많은 캐릭터의 동기, 내면 상황을 표현해야 하는데

이걸 완급조절을 완벽하게 해내면서 성공한 것은 단연 편집의 힘입니다.

다만 마지막 씬은 확실히 감독이 조금 너무 욕심부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이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무난한 메세지와 이런 완성도로 만들어낸 것

이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 6 개
오히려 이걸 보고 무슨 분노했다 놀랐다 맥박 챌린지다 경쟁하는게 좀 호들갑스러운거 같아요.
내용이나 결말은 다 알고 보는거 아닌지 이 정도는..
의외로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10대나 20대 중에 12. 12 쿠데타를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좋은 계기가 된 겁니다.
결말을 알아도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은 결국 영화의 연출이니까요.
오히려 연출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죠.
놀랍게도 1212 모르는 젊은 층이 많습니다.

맥박챌린지 이런건 젊은 층 위주에서 시작된거구여
알고 봐도 개빡치던디....
전 뚫는쪽뿐만 아니라 막는쪽의 시선도 같이 나오는 미션임파서블느낌이었습니다.
결과를 모르는 외국인이 본다면 오히려 더 오락적으로 잼있게 보지 안을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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