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방법] 학생상담기록 : 담배피우는 남중생2014.03.04 PM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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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학생(중고등학생)을 상대로 하는
흡연/섹스 이야기 입니다.



위 문단에서 거부감이 심히 드신다면
세상의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이유"에 대한 이해의지가 없으시다면
그냥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opening//
우리 누나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오랜기간 과외를 하다가, 학원을 차렸는데
첫째가 돈 욕심이고
둘째가 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제대로 된 환경을 마련해주자는 것 이었다.

지금은 제풀에 지쳐서 도로 과외를 하고 있다... 누나 썅년...


나는 누나의 사업계획을 실체화 시켜 주었는데
약 1년에 걸쳐서 누나와 생활하며, 하고자 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 등 의식을 충분히 공유하고 오랜기간의 노하우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형태와 지금까지의 자원을 최대한 유지하는 전략을 준비하였다.

목표는 "순수입 월 1000만원"
목표실현까지 성장기간 만 1년

이곳에서 학원경영전략에 대해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 나머지 생략



이 과정에서 누나는 자신의 학생들을 나에게 자주 소개시켜 주었는데
보통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지도나 진로상담 등의 역할이었다.
나에게 역할을 맡긴 이유는
[지랄맞기는 하지만 하는 니가 하는 소리가 맞기는 하다]






//담배피우는 남자중학생//

이 아이를 처음 소개 받았을 때는, 내가 볼때는 정말 순박하고 어른 말을 진심으로 잘 따르는 착한 학생이었다.
누나는 우선 내 이야기를 하면서 흥미를 유도 한 후(전략적 의도보다는 그냥 나를 놀림감으로 쓰고 싶었던거 같다..분명히) 아이가 나에대한 관심을 보이면 나를 만나게 해주었다.
이 아이도 마찬가지였는데, 누나 설명으로는 아이 엄마가 누나를 찾아와서 질질 짜고가기를 여러번, 아이에 대한 하소연과 자기 처지에 대한 하소연을 엄청 하더랜다. 그런데 아들놈은 맨날 PC방에 담배나 피운다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나는 우선 아이에게 가르친 것은, 담배 예절이었다.
이놈이 수업 끝나고 다음 수업이나 자습시간에 건물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누나도 나도 담배에 워낙 민감해서 모를수가 없는데 모른척을 해주는 것 뿐

나는 이놈과 "담배를 피우는 것을 안심하고 밝힐 수 있는 사이"가 되기로 했다.
만약 나마져 다른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담배 피우지 마" 라며 온갖 일반론적 설교를 해봤자 결과는 뻔했기 때문이다.
바로 [통제력의 상실]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데 가장 큰 잘못은, 바로 아이를 통제영역 밖에 두는 것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절대 아닌데도, 대다수의 부모들이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막연한 기대를 하더라 "내 아이가 설마".............
나는 잘하는 것도 잘못하는 것도 모두 내 시야에 포착되어야만 아이를 올바로 이끌 수 있다고 강력하게 믿는다.


나는 누나에게도 같은 설명을 하였다.
"누나, 우리 부모님 나이에 담배피우는 사람들, 솔직히 담배 언제 피웠을거 같아?"
"그놈들 담배피우게 된 계기의 90%는 두가지 상황으로 나뉜다."
"첫째가 중고등학생때고, 둘째가 군대야"
"자기도 그랬으면서 자기 자식에게만 하지 말라고 하는거라고"


"사람 심리가, 주변의 보편적인 상식을 따르게 되어있어. 그냥 담배는 나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내 자식이 담배를 피우면 윽박지르고 혼내고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는거지"

"하지만 잘 생각해봐, 저 아이가 담배를 피우건 말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피해가 없으면 된다는 것이고, 저 아이에게도 그다지 손해 갈 것이 없어. 건강??? 담배 피우면 당장 내일 죽나? 저 아이가 30살에 폐암이라도 걸릴까?"

누나 역시 납득을 하였다.


누나와 나. 선생님으로써 담배를 피우는 학생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폭력적인 지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선생님으로써,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었다.
1. 미성년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지 마라(다른 어른새끼들도 다 너만할때 시작했다)
2. 하지만 주변의 보편적인 사회인식이 너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서 생각해라(길거리에 당당하게 피우지 마라)
3. 담배를 같이 피우는 친구들의 "담배피우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라 (네 자신의 기호로써 담배를 인식해라)
4. 니가 담배를 피운다는 티를 내지 말아라(솔직히 알면서 모른척해주는 어른이 많다)
5. 꽁초투척 등 담배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말아라

특히 나는 2번,
우리 사회가
다른 사람이
너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를 꼭 주고 싶었다.
결코 이익이 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담배값을 구하기 위한 범죄적 행위의 가능성 이었다.


아이는 곧 나의 팬이 되었다. 한바퀴는 차이날 것 같은 아이가 툭하면 연락이 온다.
"형 언제와요?"
다리가 부러져서까지 누나차를 얻어타고 누나와 나의 번개모임에 끼어서 밤을새곤 다음날 시골로 내려가서 학교를 간적도 있다. *이놈이 개근상을 노리는 전교 1~2등을 다투는 놈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둔다, 그랬다면 내가 아이에게 밤샘을 허락하지 않았을거다*

단순히 마음을 얻은 것 뿐이 아니다.
나는 아이의 대표적 문제점인 흡연문제에 대해서 대화의 실마리를 확보 한 후, 공부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천재는 아니었지만, 이해가 빠른편이고 자세가 적극적이었다.
집에서는 그토록 반항적이고 공부 하나 하지 않았던 아이란다.

아이를 공부하게끔 만든 것은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계산] 이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지방소도시의 대기업 정유회사관련된 곳에서 일하셨는데, 고졸이지만 정유레시피를 결정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총 연봉액이 1억에 가까운 사람이다.
어지간한 자영업자보다 무조건 낫다. 봉급쟁이로써는 최상을 뛰어넘는다.
게다가 이사나 대표역도 아니기 때문에 한정적 연봉이 아니다. 아직 정년까지 더 남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아무 대학교 4년제 화공과만 나오면 자신의 회사에 밀어넣어 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아이 어머니를 통해 들었다*

그런데, 이 집구석이 더 큰 문제는 이런 이야기가 아이의 엄마와 나와의 면담에서 튀어나왔다는거다.
그런 좋은 자리가 있었으면 진작 자식놈과 대화좀 하면서 희망을 주면 안되는가???
꼭 아이를 벼랑으로 몰아넣어야만 두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스스로 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나는 도통 이해 할 수 없다.


부모 면담 이후, 아이는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내가 제시한 기준은, 첫째로 거주지역에서 가까운 똥통대학 1호
남들 시선 의식할 것 없이, [저 학교만 간다]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해라.
단지, 저기조차 못 갈 수 있으니, 저기보다는 조금 나은 곳을 목표로 공부하고, 네가 학생시절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라. 일단 공부를 해놓고, 어느학교를 갈지 결정하면 된다.
*단지 외국어 만큼은 당장 시작하라고 해주었다 시험점수 말고*


나는 이런 공부목표를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 아이의 경우, "화공과만 나오면" 미래가 보장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따져보면 내가 싫어하는 그것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일단 목표로 한 곳 화공과를 기준으로 공부해보고, 그때가서 아버지가 제시한 길이 싫으면 다시 선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제시한 길을 언제든 네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는 모두 해놓자"
"그 준비라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쉽지 않느냐"


아이는 납득하였고, 누나의 수업과 과제를 정말 충실히 해오게 되었다(다 틀리는건 둘째 문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국어, 영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내가 일본어를 하는 모습과 나의 유별난 어학공부에 대한 생각을 전해주었더니 나름 감동을 했나보더라(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굉장히 개선되었다.
강하게 경쟁의식을 가지던 형에 대한 경계가 많이 풀어졌고
아들에게 집착하던 어머니도 조금은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도록 변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야구빠따를 휘두르며 아들이 놀고있는 PC방까지 찾아가서 수백만원어치씩 물건을 때려부수던 아버지도 더이상 사고를 일으키지 않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학생 자신의 변화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아버지의 입장, 어머니의 입장, 형의 입장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네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저 사람들의 반응의 폭을 몇가지로 유도 할 수 있다는 요령을 알려주었다.


이제는 상황이 완전 역전되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시도때도없이 과일을 사가지고 들이닥치고, 제발 우리 아이좀 맡아달라면서 사정을 한다.
심지어 학교를 모두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하겠다며 가정불화의 씨앗을 심은 아이의 형을 맡아달라고 매일 연락오고 쫏아오더라.


십라... 이 아이의 지도가 문제였다.
동네에서 "문제아를 휘어잡아준다" 라는 소문이 나서 그런 아이들의 부모들이 밀물처럼 몰려오기 시작한 것은......
댓글 : 8 개
돈받고 하셔도 될거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카운셀러 ~_~
멋진데요??
왠지, 정식 선생님보다는 음지에서 도와주는 다크나이트 같은 느낌? ㅋㅋㅋ
다음편도 있나요 ! 기대되네요
음 마치 카운터 셀러같군요.
상담을 통해서 주변을 통제한다~
상당히 느끼는 점이 많네요. 잘하는 것도 잘못하는 것도 시야에 둘 수 있도록 하라.. 많이 배우고 갑니다. 힘내세요!
  • I2U
  • 2014/03/05 AM 12:05
"죽은 시인의 사회" 선생님이신가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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