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값올리기 v2] 새로운 영업수주를 개시하다2015.05.11 PM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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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건 일을 받았습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부품가공을요.

이번 상대는 영업감각의 베테랑입니다.

그는, 내 연락을 유쾌하게 대응해 주는 사람이었고, 한 회사의 공장장입니다.
내가 일본에 찾아가겠다고 하자, 한국 오는 시점에서 시간을 내주겠다고 하였지요.

메일을 보내면, 5분안에 회답이 올 정도로 대응이 좋고
내 입장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정리해줍니다.


이 사람의 첫째 전략은
1. 약속일자를 잡는다. 그리고 그 약속일자를 바꾼다... 휴일로

이 사람은, 노동자의날로 스케쥴을 맞추었는데, 나는 망설임 없이 흔쾌히 스케쥴 변경을 수용하였다.
내 입장에서는 만나주는것도 감사하니까. 그리고 나는 이 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는게 아니라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내 직원들 월급주고, 그 가족들이 안심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내가 법정휴일을 꼬박꼬박 챙겨먹겠다는 심보를 가졌다면
그건 영업하면 안된다. 다른 포지션을 했어야지.


이 사람은, 호텔로 이동중인 내가 곧 도착 할 것이라는 전화를 하자
첫번재 전략을 확인한다
"저기..근데 지금 당신 회사 설계자가 출근해 있는가? 도면 고칠일이 좀 있는데 도와줘라"

여기까지 듣고 나는 확신했다.
"이 사람은, 일부러 휴일로 스케쥴을 잡았다"
"게다가 지금 우리회사가 휴일인지 아닌지까지 확인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거 확인하는거냐고 물어볼수는 없었다.
"물론 대응 다 가능합니다. 제 노트북으로 다 볼 수 있거든요"
"아니 노트북으로 그게 된다구요? 좀 무거울텐데"
"걱정없소, 나는 원격지원으로 회사컴퓨터를 조작해서 3D를 띄울거니까, 필요한거 다 보여 줄 수 있어요"
"수정도 가능할까요?"
"어떤 수정내용인지만 보여주시오. 내가 그에 필요한 협조는 다 구할 수 있으니까"
"설계자가 지금 출근해 있다구요?"
"아니오, 출근시킬 수 있다는 소리요"


결국 미팅에서, 수정할 도면이 있다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더라.


상대의 이 전략적 행동을 통해 파악 할 수 있는 영업정보는 크다.
1. 한국의 경쟁업체 대부분은 주5일, 빨간날을 철저히 지키는가보다...특히 영업사원이
2. 고객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사장+영업의 시너지를 갖춘 한국 협력사가 없을 것이다.
3. 특별히 많은 비중으로 발주하는, 메인 거래처가 없거나, 불만이 있나보다.


바로 그 경쟁사들에서 안되는 점을 나에게 확인하고자 했을 테니까



미팅을 시작하자마자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이와 학력 경력 등을 알려달라. 나는 돌아가서 사장님에게 보고해야한다."
영업미팅 하면, 갑이 거드름을 피우고, 을이 술과 여자를 접대하면서 좀 잘 봐달라고 애걸할거 같은가?
그런 똥같은 영업은 집어치워라.

나는 영업을 위해서는 여자도 사줄 수 있고, 술도 사줄 수 있고, 비자금을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은 "일이 잘 되었을 때" 이야기 이다.
한국 출장을 오는 일본손님이 일정내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일정보다 더 빠르게 일을 끝마침으로써 여유시간을 만들고
그 여유시간에 정말 신나게 기억에 남게끔 놀아줘야 한다.
이건 내 영업의 기본이다.


몸값에게 일을 맡기면
1. 일정도 항상 빨리 끝나고
2. 거짓말 한 흔적 없이, 정말 일도 잘 마무리 되어있으며
3. 어렵게 다 분해해서 하나하나 지시할것 없이, 매번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다.
...정말 확인만 하면 일이 끝나더라
4. 그리고 일이 마무리되면, 정말 신나게 논다.
또 가고싶다.
또 가려면 일을 발주해야 한다.
어자피 한국에 발주하는 거라면 몸값에게 먼저 제안한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품질이 보장되고 일도 빠르게 끝내고 불안요소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같은 관리인력으로 더 많은 발주를 처리 할 수 있으니까, 몸값에게 일을 줄 때는 조금 더 비싸도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술도, 여자도, 로비도 모두 위 내용의 마지막에 들어가야 하는 영업활동이다.



내가 고객과의 미팅에서 쓴 돈은 기름값 밖에 없다.
호텔 비지니스 라운지에서, 호텔에 부탁한 원두커피 두잔이 끝이었으니까 (무료다)


본론으로
나는 고객에게 내 신상을 알려주는데
이걸 자세하게 물어보는 고객은 아주 귀중한 사람이다.
내 이력은 어디를 가도 자신있게 보여 줄 수 있다. (편견이 심한 한국에서는 안된다)
1. 학위 = 독학
2. 일본어 = 독학
3. 군대 = 군단관리처
4. 일본어학교 = 회사만들어서 자퇴
5. 일본경력 = 회장아들이랑 둘이서 사업전개

오로지 금형경력이 2년 밖에 안된다는 점이 그를 불안하게 했는데
내가 어설프게 아는 척 해봤자, 고객은 내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적 질문으로 돌아온다는걸 뻔히 알기 때문에
나는 나를 서포트하는 내 회사의 기술협조시스템을 설명했을 뿐이다.

다음은, 한국의 고질적 문제
"창구가 자꾸 바뀐다"

그렇다.
사장세끼가 개세끼이고, 영업사원이 병쉰인데
서로 입맛이 안맞다 보니, 계속 돌고 돈다.
일본영업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나는 내가 회사를 선택한 과정을 설명했다.

거짓말도, 꾸밈도 하나 없었다.
"나는 금형을 버렸다. 창구가 바뀌는 것은 한국 조직문화의 총체적 문제점의 일부 결과이다."
"사장도 조직경영이 부족하고, 담당자도 개념이 없다."
"우리 사장도 마찬가지였고, 내 전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나는 다르다. 말로만 이렇게 해봤자 못 믿을거 아니냐?, 앞으로 내가 왜 이 회사에 오랫동안 있을 것인지"
"그걸 알려주겠다."

"우선 사장과 생각이 맞는지부터 철저하게 검증하고 들어왔다"
"내가 부족한걸 알았기 때문에, 기술적 지원이 충실히 이루어 질 수 있는 인력기반이 되었는지 확인했다"
"내 성장을 주도해줄 사수가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 입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총 10시간 이상 면접을 했고, 그 과정에서 3일간 조사활동을 하고 결정했다"

"나머지는 앞으로 나와 일을 해 나가면서 증명해 주겠다. (잘 하겠다)라고 해봤자 그걸로 신용이 생기지 않는다"
"본래 내 기술적 부족함과, 한국사회에서 낮은직급+어린나이로써 지시업무를 한다는게 어렵다."
"그걸 충실히 보완 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이런 미팅에는 사수가 같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수가 입원했다. 이해해라"




고객은
일본으로 돌아간 직후
곧바로 타겟가격을 지정하여 작은 일을 하나 발주했다.

이건 시작이 될거다.
이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사수와 나 둘밖에 없다.

미팅한 고객은 키맨이 아니다.
그는 공장장으로써, 발주관리가 힘들때만 돕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30대의 발주키맨 2명이 모든 권한을 가졌다고 한다.
사장도 30대 젊은사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으로 출장을 갈 때
공장장의 직급으로 그들에게 "한국의 몸값을 만나고 와라" 고 지시할 거라고 한다.


이 내용은 내가 부탁한게 아니다.
고객이 스스로 나에게 약속한 내용이다.


그리고, 기존에 내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반전시켰다고 확신했으며
나머지는, 고객사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회사의 이미지이다.

이번에 발주한 작은 부품은
바로 그러한 반전된 이미지가 진짜인지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겠지



이 고객사는, 우리 회사와는 크기도 품목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 양산하는 업체의 핵심 협력업체로써
양산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자동차 부품생산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객이 물어보더라
1. 환율 거지같다. 왜 영업하고 다니냐?
-> 지금이 나에게 찬스다. 다른 한국영업사원이나 사장은, 금형을 수주받더라도 그중에 손해보는 금형을 반납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고객들은 시간은 급한데 돈을 떠나서 일을 발주할 곳이 없어서 곤란해 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처리해준다. 지난 몇년간 품질과 대응이 최악이었던 우리 회사를 나는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되었고 개선되었다는 증명을 하려면 일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잠시 환율 좋지 못하다고 고객입장을 무시하고 자기 손익만 계산해서 일을 뱉는다는 것은
나에게 기회를 뿌려주는것과 같다.
나는 손해보려고 너에게 영업하는거다.

2. 금형 크기도, 품목도 안맞는다. 너네 우리꺼 메인으로 하면 손해볼텐데...
-> 나도 안다. 너네 품목 하나씩만 던져줘라. 일만 끊어지지 않게 줘라. 손해봐도 괜찮다. 손해가 너무 큰 것 같으면 내가 조정해달라고 부탁할게. 외면하지 말고 좀 챙겨줘라. 나는 너희 양산처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려고 할 때
바로 당신, 공장장이 그들에게 "그 자동차 금형을 우리가 제작하겠다" 라고 영업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완벽한 서포터로써 입지를 만들어두겠다. 그게 당신을 만나는 내 영업전략이다.

우리 회사는, 너희가 자동차금형을 전개 할 때, 그러한 설비와 인력을 갖추기 위한 시간동안 모든 금형제조를 서포트 할 수 있다. 그 때 돈벌게 해줘라.




일본영업은 첫 수주까지 최소 6개월을 보고, 통상 2년을 본다고 한다.
첫 거래는 3개월만에 양산처 직발주를 얻어내었고
이번에는 작은 부품이지만, 미팅 후 일주일만에 이루어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것이 없다.
단지, 아주 조금 생각이 다른 것 뿐이다.
나는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하는 것이다.
댓글 : 5 개
잘 읽었습니다.
어렵네요 정말 ㅠㅠ
뭔진 몰라도 일이 잘 풀리신 거 같네요

축하합니다
(제가 맞게 해석한건지?)
회사의 기술력이 받침된다는게 중요하긴합니다.
물론 기껏해놓은거 전부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캔슬놓아버린다면 참;;;
기존에 회사에대란 안좋은기억을 가진 업체를 만나서 겨우 거래를 성사시켜놓았는데 회사에서 아무말없이 캔슬놔버렷을때 참허무하더군요.
저도 작은 회사에서 영업도 해봤지만. 사장과 사수와 회사직원들이 멋대로굴면
아무리 내가 용을 써도 안되는건 안되더군요.
3년만에 정리하고 나왔고 이젠 다른쪽길을 가려고합니다.
아... 역시 대단합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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