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회생일지] 고객사 기준 깨뜨리고 중도금을 받았습니다.2016.03.22 PM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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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시점부터 노리던게 있었습니다.
제 고객으로부터 중도금을 받는것이었어요.

지난 회사에서 많은 물량을 몰아서 수주했을 때
재료비 + 외주비 등 실비용이 발생하지만 자금적으로 영세한 금형회사 사정을 봐준다면서
일본 고객처에서 예외적으로 중도금을 지급해주기로 했었지만

당시 사장님이 욕심을 부려서
외주처 기계사용 금지, 외주처 세트제작 금지 등 모조리 사내처리해서 마진율을 높이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고객납기는 모조리 빵구나고, 참관은 개고생을 시켰으며, 품질도 만족스럽지 못했었습니다.



이건 꼭 영업적 사고가 아니더라도 간단히 계산되는 문제인데

일본 회사가 지급규정을 깨뜨리면서까지 중도금을 줄 정도가 되려면
1. 담당 바이어의 평가가 좋아야 하고
2. 일본내 실무자들의 평가도 좋아야 하며
3. 일본내 관리자들의 평가도 좋아야 하고
4. 실제 품질과 납기까지 훌륭해야 하며
5. 다소의 곤란한 문제들을 희생적으로 나서서 풀어주는 "고마운 거래처"가 되어있어야 하고
6. 앞으로 더 많은 물량을 속편히 풀 수 있을거라는 "기대되는 거래처"가 되어야 합니다.


B to B 거래관계에서 돈주는 관계는
바이어가 결정하는게 아니라
사업주가 결정하는 문제니까요.

결국 상대회사(고객처) 사장님을 설득해야하는데
내가 찾아가서 대면설득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1. 바이어가 나를 좋게 평가하게 만들고
2. 실무자가 나를 좋게 평가하게 만들고
3. 관리자가 나를 기대하게끔 만들고
4. 품질로 나를 신뢰하게 만들고

그래야만, 이 모든 사람들이 나와 내 회사를 좋게 평가 할 것이며
비로서 바이어는 자기 사장에게 찾아가서 "그 회사(사람) 중도금을 챙겨줘야 합니다. 챙겨줄만 합니다."라고 보고 할 수 있고, 비로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건 당연하잖아요??

길 잃은 부대원들에게 "여기가 길이다, 내가 잘 안다. 내 말대로 가자" 라고 중대장을 설득해서 처음 보는 길로 갔는데
적군과 조우하는 최악의 경우라면??? = (납기빵구, 품질최악, 참관 개고생)

지난 회사에서는 이와같은 상황을 사장님 스스로가 만들었으니
중도금을 결정하게끔 만들어주었던 바이어 입장이 어떻게 되었겠어요?
아마도 퇴사위기까지 겪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지금 회사에서 1년하고 약 3개월간
처음 입사시부터 이걸 노렸습니다.

단 한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되는 거에요.
저는 2015 입사시점부터 만 2년을 바라보고, 2017 후반기 또는 2018년 거래분부터 중도금을 받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2016년 초, 즉 만 1년만에 이루어내었습니다.


다음 목표는, 이러한 거래조건을 "통상조건"으로 바꿀 것이며
"통상조건"이 되고나면, 다음에는 일 시작하기전에 계약금을 일부 받는 것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돈 뿐만 아니라 업무지연을 해소해서, 현장작업기간을 하루라도 더 주기 위해서 준비하는게 있는데
바로 도면검사를 제가 직접 모조리 다 합니다.
고객이 항상 지적하는 부분을 공부해서, 제가 사전에 체크해서는 설계자와 1차 사내검토 및 수정작업을 거쳐서 고객에게 보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니가 검토하느라고 시간만 더 까먹는다" 라면서 욕을 먹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고객기준으로 도면을 검토하는 연습을 철저히 해서
현재 제가 검토해서 수정한 도면은 한방에 소재승인이 될 확율이 95% 이상입니다.
정말 어쩌다가 가끔 1벌이 특별한 이유로 한방에 소재승인을 받지 못해요.
앞으로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고객이 체크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분석/공부를 통해
단 한개의 지적사항도 없는 도면을 한방에 보고 할 겁니다.



이걸로 뭘 노리냐구요??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고객인데
당신을 상대하는 영업사원이, 자기 기준을 완벽하게 아는거야.
한두번이 아니라, 계속 완벽한 도면을 한번에 보내와
설계자는 수십명인데, 그 수십명이 그리는 도면이 단 한개의 실수도 없이, 일본회사 기준이 다 맞는거에요.

이걸 눈치채는 타이밍에 저는 일본으로 날아갑니다.

"일본일은 하나하나 검토받고 승인받고 진행해야 한다."
"메일보내고 고객이 검토해서 결과를 돌려받으려면 하루가 지나간다"
"난 지난 1년이상 완벽한 도면을 보내왔다"
"앞으로는 내 판단으로 소재승인을 하고, 즉시 소재를 발주하겠다."
"그렇게 하면 납기를 3일 단축 시킬 수 있다"

"만약 내가 실수하더라도, 실수해서 절단한 소재 상태에서 수정점을 찾도록 협조해달라"



이거까지 이루고 나면
일본금형회사가 미끄러트린 일, 한국회사가 납기때문에 철야해야만 한다면서 웃돈 요구하는 일
저는 풀어 낼 수 있게됩니다.




사장님에게 전화했더니
한턱 사먹고 영수증 올리래요.


댓글 : 1 개
엄지 척! 척! 척!
진정한 프로 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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