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아 자다말고 이불킥 날림2016.04.12 AM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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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회의시간 사장님 이하 30여명의 직원들 모아놓고 다음주 체육대회 브리핑하고있는데

1게임 퍼즐맞추기 2게임 줄다리기 3게임 여자축구 이런거 한다고 브리핑하는데

여자축구를 '여자친구'로 발음해서 진땀뺏네요.

이것만 생각하면 이불이 남아나질 않습니만.... 다행이 이불업계 종사자입니다.
댓글 : 6 개
여자침구??
ㅋㅋ
이불업계 종사자시면 설마 다키마쿠라도 자작하시는건가요? ㅋㅋㅋ
자연스레 이어지는 상황 ㅋㅋㅋㅋ
갑자기 회의실의 모든 눈초리가 나를 향했다. 심지어 사장님 조차 '자네 뭐하는 건가?' 하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때는 회의시간 사장님 이하 30여명의 직원 앞에서 다음주 체육대회 브리핑 중에 1게임 퍼즐 맞추기, 2게임 줄다리기, 3게임 여자축구를 한다고 전달했어야 했는데 3게임 '여자친구'를 진행합니다! 라고 당당히 말해버린 것이었다. 말을 주워담을 수만 있다면, 아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하, 실수했네요. 정정하겠습니다. 3게임 여자축구 입니다." 라고 가볍게 얼버무리겠지만 이미 나의 팀장은 나를 죽일듯이 쳐다보며 '평소에 여자친구 유투브만 찾더라니!! 사장님 앞에서 어떻게 저런 실수를 하냐!?'며 나를 채근하듯 쳐다보았다. 모든 상황이 멈춘 것처럼 나는 건물 밖 너머 녹음이 넘실거리는 먼 나무들과 회의실을 비춰주는 햇살, 이름모를 새의 지저귐을 한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속으로 'JOT됐네.. JOT됐어..'를 한 수만번 외칠 때쯤 나의 사수가 나를 구원하는 듯이 휴대폰을 흔들며 나에게 신호를 보내왔다. 멀리 서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여.자.친.구의 유튭 뮤직비디오!! 사수의 큐사인과 함께 여자친구의 노래가 적막한 사무실에 울려퍼졌고 나는 그 소리에 내 혼을 담아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널 향한! 설레임을! 오늘부터 우리는! 꿈꾸며 기도하는! 오늘부터 우리는!"

눈물이 나는 것인지, 땀이 나는 것인지 깨닫지도 못한채 나는 혼신의 춤을 추었고 노래의 끝과 동시에 다시 회의실은 암막의 침묵처럼 고요해졌다. 하지만! 나의 팬심에 후회는 없었다. 만일 내가 팀장에게 불려가 1시간 내내 설교를 듣는대도, 30여명 직원 앞에서 여자친구 진성팬임을 커밍아웃을 했대도 나의 영혼을 걸고 이 시간에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사장님이 조용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거 잘하네!~ 체육대회에도 한 번 춰봐 효대리~" 그리고 이어지는 박수 갈채. 아까까지 나를 죽일 듯 쳐다보면 팀장도 훈훈해진 분위기 속에 박수를 이어나갔다.. 진땀뺐던 시간이었지만 내일 이불킥하면 되겠지.. 이불이 남아나진 않겠지만.. 다행이 나는 이불업계 종사자다. 지금은 체육대회 날 장기자랑으로 '시간을 달려서'를 준비중에 있다.

- 픽션입니다. 일하러 가야겠네요. -
엄청난 필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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