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풍자쇼] 돈신

돈신

요즘은 프로축구, 야구에선 주작 신고 포상금이 있더라고. 야구에 이영하 선수는 자진신고해서 5천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지. 뭔가 통쾌하면서 잘 된 거 같아.

이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소위 정의롭고 올바른 사회를 위해선 그 어떤 도덕책보다 돈의 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 공자 가라사데, 부처님, 예수님, 알라신, 하나님이 뭐라 하건 돈신이 최고란 말이지. 돈신께서 말씀하시길 이리 하라하면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있어. 돈으로 정의를 살 수 없다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닌지 생각해 봐라.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돈이니라.

그래서 상상해봤지. 착한 일을 하면 포상금을 주는 거야. 모조리. 이젠 길가는 노약자만 봐도 서로 부축해드리려 경쟁할걸? 그런데 문제가 있더라고. 착한 일을 어디까지 정해야할지 모르겠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방귀도 뀌지 않는 것도 착한 일인가? 그걸 어떻게 알아내겠어? 게다가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나고. 이건 안 되겠다. 폐기처분.

그럼 범위를 좁혀보자고. 불법적인 일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주는 거지. 호우. 그래, 이거야 말로 일자리 창출의 시발점이라고. 길빵하는 새끼, 도로교통법 위반하는 말종, 게임에서 패드립하는 트롤, 사기치는 종자 신고하느라 전 국민이 나설 거야. 서로를 불신하면 어때. 미친 듯이 사회 정의를 위해, 돈신의 부름에 따라 행동하는 거지.

이제야 누명을 벗는 거야. 돈 때문에 살인, 사기, 협박, 강간 했다는 수모에서 인류는 한 단계 성장하는 거지. 돈 때문에 적법하게 삽니다. 돈 때문에 겸손하게 삽니다. 아담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드디어 현세에 강림하는 거라고. 신고하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탈세라도 했다간 니 항문에 주먹이 들어갈 거야.

그런데 염려되는 게 있어. 이놈의 법을 국회의원들이 만들거든. 지들 불리하게 만들까? 대국민 사기극을 제일 많이 하는 곳 중 하나가 국회잖아? 탈세, 사기, 부패, 별장파티 등 분명 이런 굵직한 것들은 제외시켜버릴 거라고.

게다가 말이야 설령 법이 통과되었더라도 돈 좀 되는 건 포상금 전문 사냥꾼들 독차지가 될 거야. 김영란법을 근거로 신고하면 포상금 받는 거 알아? 이걸 란파라치라고 하던데. 영란에서 란 파파라치. 정말 돈신은 가혹하군. 여기서도 능력을 따져요.

내가 만약 돈신이 강림한 사회에 산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야구 동영상은 다 불법으로 다운 받았으니 벌금이 꽤 나올 거야. 방구석에만 있으니 신고거리도 찾기 힘들 거라고. 인터넷으로 보이는 욕설이나 신고할까, 근데 이건 최초제보자한테만 보상을 줄 테니 하늘의 별따기겠지? 뭐야, 더 죽을 맛이잖아.

돈신은 뭔 돈신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안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