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사라진 럭키박스를 찾아서2018.12.17 PM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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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럭키박스를 찾아서

 

 

요즘 게임엔 랜덤박스가 없으면 섭섭하지. 갓겜이라 불리는 대작에서부터 양산형 모바일게임까지, 모조리 돌리고 돌린단 말이야. 정선에 갈 필요가 있어? 폰만 켜면 자기 운을 시험해 볼 수 있다고.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지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선 랜덤박스를 막았더라고. 우리나라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몇 년 전에 있었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그런데 폐기된 걸 봐서 게임사들이 제법 돈을 찔렀나봐.

 

게임사들이 들고 나온 건 자율규제였지. 과거에는 대놓고 등 쳐먹던걸 이젠 적어도 확률은 알려 줘. 그런데 말야, 자율규제란 단어 자체부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건 공자님, 부처님, 예수님 같은 분들에게나 어울리는 단어라고. 끝없는 자기반성과 인내가 필요하지. 그런데 돈이 걸린 기업들이 자율규제를 언급하다니. 차라리 앞으론 적절히 해먹겠다고 해. 주주작!

 

그런데 비단 게임만 문제가 아니야. 쇼핑몰에서도 심심찮게 랜덤박스를 볼 수 있다고. 유튜브에서 한번쯤은 봤을 거야. 그 있잖아, 시계사진 걸려 있고 우주로 간 마켓인가. 얘들은 확률도 알려주지 않아.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의 제품을 뻥튀기 가격으로 올렸다며? 기사까지 나고 영업정지에 과태료도 물었다는데, 얼마나 광고에 돈을 썼으면 아직도 배너가 나오더라고.

 

왜 이렇게 랜덤박스에 우리는 현혹될까? 0.00005%면 어때. 그래도 0%는 아니잖아. 내가 안 되라는 법이 있어. 그러니 지르고 보는 거지. 돌리는 순간만큼은 내가 흙수저든 다이아수저든 똑같은 선상에 선 느낌이 들잖아. 물론 조금만 하다보면 게임사와 현질러를 이길 수 없는 현실을 깨닫지. 꿈은 산산이 깨져버려.

 

아니면 말야, 순전히 재미 때문일 수도 있지. 난 여기서 재미를 어떻게 정의해야 될지 모르겠어. 아무튼 도박이 결국 카지노 배만 불려준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때려 박잖아. 마치, 불나방처럼. 너무 지루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싶은 걸지도.

그런데 이건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나 할 말이고, 무과금 서민들에겐 한 번 한 번이 희망과 절망의 소용돌이지. 강제된 줄타기.

 

그런데 이렇게 한가롭게 게임이나 경품, 도박 랜덤박스를 생각할 때가 아니더라고. 가장 중대한 랜덤박스가 우리에겐 있어. 인생 대모험, 당신이 태어날 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휘리릭.

 

난 어떨까.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그래도 행운아지? 대한민국 정도면 그래도 상타치지. 사지 멀쩡하고 아픈데 없네. 여기까지만 해도 슈퍼레어는 될 거야. 근데 금수저가 아니네? 슈퍼슈퍼레어는 아니야. 그 순간 평범한 인간의 삶도 꿈꾸기 힘들어지지. 여기 SSR인 분? VIP 황금박스라도 지른 거야?

 

랜덤박스 뭐 좋다 이거야. 그런데 사람답게 해 달라 이거지.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박스가 아닌. 슈퍼슈퍼레어가 아니면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이 주작같은 현실이 아니라. 무엇을 뽑든 소중한 것.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만들어 가는 것. 내가 선택한 것!

 

그건 랜덤박스가 아니야. 운명의 여신을 뿅 가게 해서 쟁취한 것.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

 

럭키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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