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샤오강촌으로 간 마르크스2019.01.23 PM 06:24
샤오강촌으로 간 마르크스
작년이었지. 중국 공산당 정중앙에 마르크스가 떡하니 걸린 사진이 뉴스에 보이는 거야. 정말 이상했어. 평소에는 뭐였더라, 그 별 다섯 개 있고 이상한 기와집 아래에 있고. 있잖아. 뭐랄까, 그래 청와대 마크 위에 별 다섯 개 그려놓고 배경은 시뻘건 마크. 사람사진이 걸린다면 마오쩌뚱 외에는 본 일이 없는데 거기에 웬 양놈의 사진이 올라와 있으니 어색했지.
그렇게 큰 영정사진을 인민대회 중앙에 건 이유는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였다나. 자본론은 몰라도 마르크스 탄생년도는 이제 확실히 외우겠구먼. 1818년. 아무튼, 진핑이 형이 그 자리에서 1시간이나 연설을 했대. 맙소사. 1분 자기소개도 힘들어 죽겠구만 역시 한 나라의 지도자는 다르긴 달라, 그치.
연설 내용은 그야말로 찬양이지. 마르크스야 말로 우리 중국 국가 지도 사상을 이끌어 주셨고, 중국 이 낡은 동방 떨거지 국가를 인류 사상 최고로 발전하는 나라로 변화시켰다! 아울러 우리는 마르크스의 의지를 이어받아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 발전 시켜야 한다!
사진 걸고, 국가최고지도자가 연설한 것도 모자라서 별의 별게 다 나왔더라고. 마르크스 고향 투어, 마르크스주의 대사전 발간, 불굴의 마르크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까지. 게다가 마르크스 생가 앞에 4.4m 마르크스 동상을 지어 기증했지. 내가 지금 마르크스를 몇 번이나 말한 거야? 입까지 꼬이네. 진핑이 형이 이렇게나 마르크스 빠돌인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근데 이상하잖아. 중국이 저렇게 먹고 살만 해 진 게 마르크스 때문인가? 그렇게 위대하신 마르크스주의의 실상은 뭐였어. 굶주림과 공산당 일당 독재. 거기다 홍위병까지 가세해서 전통까지 리셋 시킨 거 아니었나?
시진핑도 이랬다 저랬다 하더라고. 마르크스를 그렇게 빨아놓고선 작년 말에는 개혁 개방 40주년이라고 온통 난리법석을 떨었잖아. 베이징 박물관에 자기 업적을 전시 해 놓고. 내가 이리 잘 났다. 개혁개방으로 중국은 계속 나아가야 한다! 단 트위터고 구글이고 유튜브는 안 된다.
개혁개방을 처음 시작한 곳 자체부터가 마르크스와는 정반대야. 40년 전이니까 78년이지, 샤오강촌이라는 곳에서부터 시작됐더군. 공산주의 집단 농장 체제에 신물이 난 샤오강촌 농민 18가구가 결의한 거지. 우리 자본주의의 맛을 곁들입시다! 가구마다 자기 구역 토지를 정해놓고 경작한 거지. 사유재산을 도입한 거잖아.
물론 당시에는 목숨 걸고 했대. 서로 배신 때리지 못하도록 지장까지 다 찍고. 그 살벌한 공산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모험을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대단하잖아. 그래, 굶어 죽으나 맞아 죽으나 똑같으니 차라리 후자를 택한 거겠지. 생산량은 5배가 늘었고, 덩샤오핑은 잘 했다고 전국으로 확산시켰다네? 참 타이밍도 절묘해. 그 쌍놈의 마오쩌둥이 죽고 나서. 캬.
아무튼 진핑이 형이 말하는 사회주의라는 게 뭔지 모르겠어. 공산당 일당 독재를 넘어 시진핑주의 국가 건설이 목표인가? 요새 하는 꼴을 보면 그런 거 같단 말이지. 정작 약자를 위해 화냈던 마르크스의 모습은 쏙 빼놓고.
개혁개방도 그렇잖아.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고, 양심에 따른 행동이고, 권력에 비판적인 언론이고는 다 거부하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거라곤 부동산 투기, 빈부격차, 돈신, 그리고 미세먼지. 어떻게 안 좋은 것만 배우는 거 같다니까.
모르겠어, 그래도 중국은 성장했다고 하니까. 국민들도 진핑이형을 믿는 거 같고. 그래도 좀 배웠다는 중국분들은 달랐으면 해. 상하이 빈민가를 지날 때면 마르크스보다 더 분노로 가득차면 좋겠어. 인민을 위해서 샤오강촌처럼 목숨을 걸고 사회를 바꿨으면 좋겠고.
천안문 때 다 죽었다고? 에이 중국 인구가 얼만데, 몇 분은 살아남으셨겠지.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