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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모두의 채용2019.01.28 PM 07:56
모두의 채용
공시생이면 뜨끔할만한 소식이 있더라고. 정부가 2022년까지 9급 공무원 고졸채용 숫자를 2배로 늘리겠다는 거지. 약 400명이 늘어나. 찬성하는 사람! 없네? 반대하는 사람! 호오, 대졸자구나?
반발이 많으니까 해명은 했는데 이게 좀 거시기하단 말이야. 이번 정책은 학력 학벌 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입니다! 근데 능력중심이면 완전경쟁시험으로 해야 좋은 거 아닌가? 왜 고졸채용이라고 따로 뽑는데? 오히려 학벌중심문화가 심해질 거라고. 기껏 공무원 되어서 관청에 들어갔더니 상사가 하는 말이, 어허, 자네는 고졸채용으로 들어왔구먼. 쯧쯧. 저기 대졸자 밑에서 배우게. 이럴 거 아니야. 물론 이렇게 대놓고는 안하겠지만.
일반 행정직 준비생들과는 채용 직렬이 다르다! 정말 그런가? 내가 인터넷 뒤져보니 아니던데! 고졸채용에도 행정직이 있다고. 15년도 자료이긴 하지만 행정직으로 55명을 뽑았거든. 게다가 어차피 한정된 사람숫자 맞추긴데 딴 직렬에서 뽑는 들 결국 대졸자가 손해 보는 구조라는 거지.
그렇다고 고졸은 기술직이나 우정직으로만 뽑으면 되나? 아니잖아! 이거야 말로 고졸에 대한 차별이라고. 고졸들은 저기서 풀 깎고 우체국 대민업무만 보세요! 인사며 총무는 우리 대졸들이 할 테니까, 물론 승진도! 이게 뭔 개소리야.
게다가 기술직을 왜 이렇게 만만하게 보는 거야? 기술직은 못 배운 것들이나 해야 하는 직군인가? 아니! 야이 미친놈들아! 아무리 조선조 꼰대문화가 남아있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쟁쟁한 석박사들도 9급 기술직을 위해 노량진을 해매고 있다! 근데 기술직이라서 괜찮아요~ 기술직이라서 괜찮아요!? 에이 알파고님에게 인수분해 당할 소릴!
후, 어 정리하자면, 난 이 정책이 좋다 나쁘다 판단한 건 아냐. 그냥 교육부장관의 해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열 받은 것뿐이라고. 내가 절대 대졸자여서 이렇게 화내는 게 아냐. 공시는 포기한지 이미 오래라고.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없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채용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고. 어려운 사람 돕겠다는데 무슨 반발이 있겠어. 근데 고졸이 사회적 약자인가는 애매하거든. 나 같은 히키코모리 백수 대졸자하고, 이제 막 십대의 끝을 달리는 팔팔한 고졸자하고, 누가 더 약자야? 쉽게 말할 수 없잖아.
차라리 직업공무원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고졸채용을 늘린다 하면 이해하겠어. 직업공무원제란 게 젊은 아이들 뽑아서 죽을 때까지 일선에서 키운다는 마인드거든. 앞으로 25살 이상은 공무원 시험 응시도 못 합니다. 어디 나이 많은 대졸자가 감히 공시를 치려고 해! 에끼! 불합리한 거 같지만 내 꼴을 보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수도 있어. 100만 공시 폐인들은 없어질 거거든.
이상 대졸자가 자기는 객관적이라면서 씨불인 채용 정책 평가였어. 참 어렵네. 특별대접이라는 거, 이것 때문에 차별이네 마네 하지만, 정작 해 준다하면 누구라도 원하는 거잖아. 고졸채용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채용이고 다 비슷한 거 같아.
작년 연말에는 코레일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한다고 신입 채용 없을 거란 소문이 퍼졌지. 헛소문이라고는 하는데 그래도 신입지원자들은 찜찜하거든. 마치 고졸채용이 늘어도 대졸자들에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대답처럼.
나도 취준생이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억울했어. 겨우 면접까지 갔더니 내 옆에는 이 공사에서 5개월 인턴한 분이네? 인사담당자랑 즐겁게 인사하더라고. 슈발. 이럴 거면 KTX 왕복 12만원 주고 왜 부산 서울 왔다 갔다 했을까. 치킨이 몇 마린데 흑흑.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잊히지도 않아. 신입채용 0명. 다 재직자 채용. 더럽고 치사해서 그 이후론 거긴 응시도 안 했어. 해운대 지나갈 때면 쌍욕을 하지. 빨리 해체나 되지. 에잇!
근데 막상 내가 인턴이고, 재직자고, 고졸자라면....생각은 완전히 뒤집히지. 더 이상 특별대접이 아니야. 당연한 대접. 내가 이리 경험이 많은데, 어! 어디 실무경험도 없는 신입이. 고졸채용이 어때서. 내가 이리 파릇하고 젊은데! 학벌 사회에서 고졸이면 당연히 약자지! 약자면 도움을 받아야지! 왜 이거가지고 역차별이다 뭐다 그러는 거야! 이렇게 했을 거라고.
그래, 다들 먹고 살기 힘드니 이렇게 민감한 거 아니겠어. 포용을 하기엔 내가 견딜 수가 없어. 어디 우리 사회에 포용력 넘치는 분들 없나? 아! 있지! 또 하나의 가족! 삼성전자 18년 4분기 영업이익이 11조 정도던데. 키야, 그 무시무시한 4대강 사업 절반을 분기 하나에 뚝딱하셨잖아. 이렇게 돈이 넘치면 포용력 또한 좔좔 흐를 거라고. 어 그래 고졸채용 해, 어 대졸도 다 채용해, 어 너 백수니 돈 줄게. 결혼 못한다고? 소개팅 시켜줄게.
미래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 삼성!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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