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기니피그의 눈물2019.04.30 PM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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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피그의 눈물

 

 

개도 좋아하고, 고양이도 좋아하지만 키우진 못해. 나 하나도 간수 못하는 녀석이 무슨 반려동물을. 그래도 가끔은 생명체란 걸 보고 싶거든. 가족은 빼고.

 

그래서 생각해봤어. 내가 책임질 수 있고, 실용적이고?, 키울만한 생명이 없나 하고. 의외의 영상에서 의외의 후보가 떠올랐어. 바로 기니피그. 쥐처럼 생겼지만 크기는 한 25센치로 꽤 듬직하지. 털북숭이에 똘망한 눈알이 귀여워.

 

외모만으로 고른 건 아냐. 더 중요한건 책임을 질 수 있냐 마냐 겠지. 일단 먹이. 얘가 쥐 아니랄까봐 다 잘 먹는데. 뒷산에서 풀 좀 베어다 주면 오케이. 물론 사랑으로 키우는 분들이야 따로 사료를 주겠지만, 난 뭐 자연식으로 하려고.

 

다음은 집. 작다는 건 행복한 거야! 쥐가 아무리 커봐야 양손바닥 안이지. 여러 마리도 괜찮아. 저기 현관 한편이면 한 가족이 충분히 살 수 있어. 햄스터처럼 자기 새끼 잡아먹거나 하지도 않으니 참 기특하지.

 

마지막은 개체조절인데, 기니피그는 여기에 엄청난 장점이 있어. 불어난다? 잡아먹으면 돼! 어오, 왜 그렇게 봐? ....해외 다큐 보면 한번 쯤 봤을 거야. 남미 요리 꾸이! 기니피그를 향신료와 함께 불에 구운 건데, 맛이 그렇게 좋다네. 닭고기 엉덩잇살처럼 보들보들한 것이.

 

에헴. 내가 반려동물이라고 한 적 있어? 없잖아. 그저 생명체를 보고 싶다고 했지. 까놓고 말해 길거리에 버리는 인간보단, 잡아먹는 사람이 낫지 않아? 소처럼, 돼지처럼. 일부 개처럼.

 

근데 이게 파고드니 따질 게 많더라고. 한 마리 잡아먹는데 6개월이 걸리거든. 임신기간이 2, 성장기간이 4. 생각보다 길지? 허허, 한번에 8마리까지도 낳는다고 하지만. 한 달에 기니 두 마리는 힘들겠다.

 

또 하나 걸리는 게 근친이야. 2마리로 시작한다면 완전히 노아의 방주 꼴이잖아. 하아. 여기엔 말이 갈려서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 근친하면 눈병 생기고 허약해진다는 말도 있고. 아니다! 우리 먹는 소, 돼지도 다 근친으로 선별된 종이라는 분도 있고.

 

난 인간적 잣대를 들이밀려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선비의 나라 아닙니까! 어디서 감히 친족끼리 붙어먹으려고! 그럼 새끼 밸 때마다 다른 데서 한 마리씩 사와야겠네? 아니! 발정난 새끼들을 다 잡아먹어 버리지. 으히히....왜 그런 눈으로 봐. 어디서 여자가 남자 코미디언 말하는데 눈을 치켜뜨고 있어! 저기...폰은 내려놓으시고요. 던지진 마세요.

 

그러다 부모 죽으면 한 싸이클이 종료되는 거야. 4년에서 8년 정도 산다니 딱 좋잖아. 정은 안 들면서 빼먹을 수 있는 건 충분한. 판타스틱. 애완동물 겸 가축. 기니피그!

 

이건 뇌피셜인데, 방에서 탈출하더라도 뉴트리아같이 난동은 못 칠거야. 딱 봐도 순둥순둥 한 것이 카피바라 쪽이잖아. 사방팔방 퍼져있는 고양이가 좋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냠냠하시겠지. 한해 8천 마리가 수입되는데 아직 아무 말 없는 거 보면, 맞을 거야.

 

적어도 1년에 20만원은 아낄 수 있어. 한 달에 한 번 치킨! 대신에 기니피그! 남으면 팔면 되고. 가정에서 자연식으로 키운 기니피그 팝니다! 케이지에서 항생제 마셔가며 커온 닭과는 비교불가. 지금 당장 주문하세요.

 

생명 갖고 장난처럼 말해서 미안해. 그래도 완전 농담은 아냐. 적어도 죽인 이유는 분명하잖아. 학대도, 안락사도, 중성화도 없는. 어쩌면 덜 억울한....

 

기니피그가 말합니다. 헛소리 하지마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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