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냉동적혈 프로젝트2019.05.02 PM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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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적혈 프로젝트

 

 

 

헌혈의 집! 학교 앞에 하나가 있거든. 요즘은 안 그러던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헌혈하고 가세요! 라고 청순한 여고생들이 앞에 나와 있었어.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었지. 왠지 모를 미안함에 일부러 그 길은 피해 다니기까지 했고.

 

헌혈이 무서워서? 그건 아냐. B형간염 보균자거든. 사실 지나갈 때마다 말하고 싶어. 헌혈하고 가세요. 그럼요! 정말 하고 싶어요! 근데 의사쌤이 B형간염 보균자라고 헌혈하면 안 된다고 해요. 감염된 피라도 원하신다면 기꺼이.

 

일단 헌혈은 나가리야. 오히려 문제가 커져. 그 미묘한 시선 있잖아. 보균자. 에이즈 보균자? 짜증나게도 전파경로가 비슷해. 피로 전달되는 것. 에휴, 내 동정을 바칠 여성과도 콘돔을 써야 한다니. ! 어떻게 고추에 러브젤도 발라보지 못한 놈이 간염이 됐냐고? ....엄마가 보균자거든. 태어나자마자 찰싹 붙어버렸지 뭐야. 흑흑.

 

나도 모르게 쫄리게 된다니까. 통풍 때문에 병원에 갔을 때도 B형간염 보균잡니다라고 말할 때 의사쌤의 눈빛을 0.03초 스캔했어. 혹시 난잡한 놈으로 보지는 않을까 하고 말야. 묻지도 않았는데 엄마한테서 물려받았다고 굳이 터놓고.

 

아무튼, 오늘 주제는 이게 아닌데, 아잇. 내 하소연해서 미안해. . 난 헌혈을 할 수 없어. 그렇게 하고 싶은데도! 밥만 먹고 똥만 싸는 존재에서, 피라도 공급하는 게 어디야. 무너진 백수 자존심을 단번에 일으킬 만하지. 거기다 먹을 거며 문화생활비까지 받을 수 있다니. , 하고 싶다!

 

이 의지를 펼쳐야 해! 그래서 찾아봤지. B형간염자도 피를 뽑는 방법. 구글링에 기사를 뒤지고. 처음 찾은 건 성분헌혈이었어. 피 안에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등 많잖아. 여기서 특정 성분만 뽑는 게 성분헌혈이래. 이건 B형간염자도 할 수 있다는 인터넷 소문이 있더라고. 당장 헌혈의 집에 전화 했지. 따르릉. 성분헌혈은 B형간염자도 할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아뇨! 큰일 날 소릴! 못 해요! 절대 피 뽑을 생각하지 마세요! 도전 실패.

 

무슨 방법을 쓰든 간염 된 피를 남에게 줄 순 없어. 그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하긴 이 오염된 피가 돌고 돌아서 퍼지는 건 오히려 테러행위지. 근데 예전에 에이즈 걸린 사람 피가 돈 건 어떻게 된 걸까? 나처럼 그 분들도 헌혈에 대한 욕망을 참을 수 없어서 그랬나? 워워. 간염자들 얼굴에 똥칠할 소릴! 혹은 정말 몰랐을 수도 있겠지. 자기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걸. 그럼 못 걸러낸 혈액관리본부 잘못이네.

 

여기서 잠깐. 남에게 줄 수 없다면 나에겐 줄 수 있지 않을까? 바로 그거였어! 나를 위해 내 피를 뽑는다! B형간염이든 에이즈든 무슨 상관이야. 내 피, 내가 맞겠다는데. 방법이 있더라고!

 

바로 냉동적혈구은행. 와우. 자기 피를 뽑아서, 냉동해서, 최대 10년까지 보관하는 판타스틱한 방법이지. 드디어 나도 헌혈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만만치 않아.

 

우선 피를 영하 80도에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찾아본 바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딱 한군데야. 웟더. 난 부산사람인데, 안 되잖아? 왕복 KTX비만 해도 12만원! 피를 뽑을 때도, 찾을 때도 왔다 갔다 해야 한다니, 오우. 지방 사람은 웁니다.

 

보관비도 문젠데, 250씨씨 1팩을 5년 보관하는데 50만원이야. 보통 수술하는데 3팩 이상을 권장하니까 총 150만원. . 내가 직장인이면 눈 딱 깜고 맡겼지. 근데 난 백수잖아? 안 되잖아! 끄아앙.

 

돈 좀 있는 분이라면 권하고 싶어. 혈액형을 맞추고 RH +다 따져도 내 피만 한 게 없지. 실제로 요즘 의학 대세는 남의 피 수혈은 최대한 줄이는 거래. 수술은 성공하더라도 뒤에 회복 속도나 부작용에서 차이가 난다네. 이 때 남의 피가 아닌 내 피는 이런 걱정이 없지.

 

재용이 형이나 부진이 누나는 이미 다 맡겨 놨을 거야. 넉넉하게 10팩 이렇게 보관해 두는 거 아냐? 그럴지도. 회장님, 아니 부회장님이고 대표이사님인데 항상 대비해 둬야지. 그래도 이왕이면 삼성가들은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헌혈했으면 좋겠어. 누가 맞냐를 떠나서 자기 회사 직원이 병 걸렸으면 뭐라도 해 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

 

또 하나의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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