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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지방사람들2019.05.16 PM 11:05
지방사람들
살면서 지역차별은 해 본 적이 없어. 전통적인 경상도, 전라도 구분법 말야. 맹세해. 학력, 얼굴, 돈, 몸매, 거시기 크기. 차별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고작 지역가지고 하겠어.
어릴 땐 못마땅했어. 할머니를 비롯해서 가족 전체가 왜 그렇게 전라도를 싫어하는지. 송대관 형님 노래들 좋잖아. 네 박자! 쿵짝 쿵짜 네 박자 속에~. 반강제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할 때면 할머닌 말하셨지. 저건 노래도 못 부르면서 왜 계속 나오노....잘 부르는데요! 물론 마음속으로만 외쳤어. 내가 한 효자 하잖아. 차마 현철형님보다 잘 부른다고 어떻게 말하겠어.
요새야 대놓고 지역차별 하는 말은 듣지 못 했어. 선거 때는 좀 그렇지만 이것도 깨지는 중이지? 내심 노무현이 출마한 동네인 게 자랑스러워. 부산! 다들 점점 구라에서 벗어나는 중일거야. 정치인들 수작에서.
근데 새로운 지역차별이 언제부터인가 내 몸을 파고들었어. 전라도? 아니. 서울! 서울 이 잘난 깍쟁이 님들! 아, 차이점이라면 사람에 대한 원망은 아냐. 뭐랄까, 서울 그 자체에 대한 헛구역질?
이 증오는 이유가 확실해. 왕복 KTX비! 니들이 시험 하나 치려고 12만원을 날리는 기분을 알아! 미쳐버리겠어. 돈만 깨지나? 생활패턴도 다 깨진다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부산역으로 나가지. 머리는 무겁고, 대장에는 똥이 가득 찬 체로.
서울구경하는 샘 치고 긍정적으로 보려 했어. 안 돼! 올 때 조금이라도 돈 아끼려면 무궁화 타야 하거든. 더 아끼려면 1호선 급행 타고 천안에서 갈아타. 다섯 시간 반! 옆에 여성분이라도 앉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환장할 시간이야. 자, 계산 나오지. 최소 오후 4시 이전에는 내려와야 부산 와서 막차를 안 놓쳐. 시험 치고, 점심 먹고, 바로 내려 와야 돼.
이 짓거리를 2번만 해도 서울에 대한 증오가 끓어오르지. 이게 나라냐! 내래 지방의 울분으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갓어!
몇몇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내려 온 게 다행이랄까. 이거 하나 때문이라도 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해. 그나마 희망이 생겼거든. 부산엔 바다, 금융, 게임, 영화 관련 쪽 공공기관이 와 있지. 부러우면 지는 거.
단지 내 꿈이 지방 정책에 맞춰야 하는 건 불만이야. 부산 살지만 사실 바다에 대해 잘 몰라. 금융? 숫자만 봐도 기절해. 영화관 안 간지가 몇 년 됐더라. 그나마 게임이 관심 있는 분야인데, 흐음. 하필 게이머들이 극혐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네? 이 썩어빠진 조직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해. 내가 여기에 2번이나 떨어져서 하는 이야기가 아냐. 진짜 썩은 조직이야. 여기에 대해 썰을 풀고 싶지만 오늘은 주제에 벗어나니 크흠.
웃긴 건 콘텐츠진흥원은 반대편 전라남도 나주에 있다는 거지. 영화, 게임, 콘텐츠는 한 군데로 묶는 게 낫지 않았을까? 높으신 분들의 의도를 모르겠어. 여하튼.
이 공공기관 이전이 노무현 대통령 때 다 끝난 게 아니었나 봐. 민주당에서 122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총선공략으로 할까 말까 고민 중 이라네? 호오. 장담하는데 총선공략으론 못 써. 여러분 표정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매일 잠 못 이룰 서울 사람들~ 미소 잃어버린 친구들~. 이런 불쾌한 공략을 한다고? 민주당 망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야 고맙지만.
꼬우신가요? 어쩌라고요! 이 쪽에선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이 있거든. 서울, 많이 묻다 아이가. 는 농담이고. 이 좁은 한반도에 살면서 서울이다 지방이다 전라도다 경상도다 싸우는 건 좀 그렇잖아. 해결책이 없을까?
일단 취직에 성공한 억세게 운 좋은 분들! 이미 승리잔데 거기서 더 바라는 건 욕심쟁이! 지방도 살만하잖아요. 아닌가? 그럼 사퇴해서 일용할 일자리를 저에게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할짝할짝. 여기 태백, 삼척, 제주도라고 취직 포기할 사람 있어? 없지? 백수 탈출 할 기횐데! 에헤헤헤헤.
다음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험 보러 와야 하는 서울 취준생도 생각해 볼까? 흐음. 이 화딱질나는 채용방식을 뜯어 고쳤으면 좋겠어. 5G? 오지는 속도를 즐겨라 하는 국가에서 사람 뽑는 건 조선시대랑 똑같아. 온라인 시험 하면 될 걸 부산 어느 중학교로 오라 하고. 면접도 화상으로 하면 될 걸 굳이 정장에 면상을 들이밀어야 하고. 요즘은 블라인드 면접이라며? 얼굴 직접 볼 필요 없잖아. 신원확인이야 지문까지 채취하는 위대한 주민등록시스템이 있는데 뭐.
아무튼. 서울 사람들, 지방 사람들. 잘 해 봅시다!
- 반변천여우언니
- 2019/05/16 PM 11:37
- 풍신의길
- 2019/05/16 PM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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