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보시기에 좋았더라2019.06.06 PM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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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들을 쥐어박고 있는 둠가이와 그걸 지켜보는 세라핌. -둠-

 

 

 

 

보시기에 좋았더라

 

 

기독교 관련 설교를 꽤 들어. 아테나 여신 신도가 왜 지쟈스 크리스트 계열을 둘러보냐고? 재밌거든. 연사에 따라선 강렬한 소울과 속사포 같은 랩을 느낄 수 있어. 거기다 개독을 알아야 깔 수 있으니까. ? , 실수. 예수를 알아야 구원받을 수 있으니까.

 

워워. 기독교, 천주교 신자 여러분. 귀 막지 마세요. 오늘은 절대 깔려고 나온 게 아냐. 오늘 낮에 차가운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데, 머릿속에 오묘한 영감이 떠올랐어. 이게 소위 콜링, 은혜 받음이랄까.

 

하나님 가라사대, 천국의 열쇠는 오직 믿음으로 결정될 지어니,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어우. 늘 같은 패턴. 개소리도 적당히 하세요! 당신 존재도 몰랐지만 착하게 살아간 사람이 더 많잖아요. 지금 교황님도 선포하셨어요. 선하게 살아간 사람은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전지전능하신 분께서 왜 이렇게 옹졸하세요.

 

그러자 그 분께서 물으셨어. 착한 게 뭐지? 착하면 착한 거지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서로 돕고, 나쁜 짓 안 하고. 그럼 나쁜 건 뭐지? 누구 죽이고, 사기치고, 강간하고, 괴롭히고, 게으르고, 질투하고, 화내고, 계속 처먹고, 그런 것들이잖아요.......정말?

 

그 순간 오만 생각이 다 들었어.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드러누워 있는 나는 죄인인가? 게을러빠진 백수? 아무리 그래도 죄인은 아니지 않나? 누구한테 피해는 주지 않으니까. 크흠. 존재 자체가 부모님께 죄악이라구요? 에이, 너무 세상을 각박하게 보신다.

 

선악의 구분이 정말 애매한 일들이 우리 주변엔 널렸어. 전쟁 중 살인은 죄인가? 아니면 훈장을 받을 일인가? 왜놈 처단하신 이순신 장군님은? 호우. 대기업 회장님들은 돈에 미친놈인가, 경제 발전의 주역인가.

 

혼란하다, 혼란해. 이런 와중에 뜨끔했어. 만약 생명존중 사상을 동식물까지 넓히잖아? 살아가는 생명은 죽음을 맛보지 아니한 존재가 없더라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심지어 예수님조차 빵과 포도주는 드셨으니.

 

순간 성경 한 구절이 떠올랐지. 창세기 128. 물고기와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 휴우.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살짝 사람 중심인게 고마울 지경이야. 다스리다 보면 세금도 걷고, 명령도 내리고, 불가피할 땐 잡아먹을 수도 있지 않겠어? 괜히 말하신 게 아니구나! 할렐루야!

 

깨달은 거야. 하나님께서 보기에 좋으셨더라. 왜 그렇게 본인의 만족도로 모든 걸 평가했는지. 그것 말곤 방법이 없어. 99살 먹은 어르신 고추 굳이 포경시키고, 늦둥이 아들 제물로 바치라고 하는 이 황당함에도 이유가 있었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으면 선한 거야. 제일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기준!

 

우리가 그 분의 똥꼬를 어떻게 빠는지 터득했다 치고. 선악은 구별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어. 이제 심판을 할 때지. 착하게 살았는지, 나쁘게 살았는지. 문제는 이게 참 환장할 노릇이라는 거야. 100% 선한 인간, 100% 악한 인간은 없잖아. 우리 모두 세상의 질곡 속에서 위태위태 살아가니까. 그럼 이제 어느 쪽이 많은가 비교분석 해야 할 건데, 이게 가능하냐 말이야.

 

영화 신과 함께에 나온 것 처럼 요상한 저울에 올려놓으면 알아서 해주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지. 그러나 그런 장치는 있을 수 없어. 아무리 알파고 13대 자손이 온다 해도. 착한 일을 수치화 할 수 있어?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셨군요. 1점 드립니다. 상상으로만 강간하면 1, 실제로 하면 100. 이걸 어떻게 정해!

 

넌 살인을 저질렀으니 100년간 지옥불구덩이에서 고통 받아야 한다. 왜죠? 왜 살인은 100년이죠? 전 정당방위였다구요. 말대꾸했으니 1년 추가. 제가 불구덩이에서 뒹굴면 속죄가 되긴 하는 겁니까? 차라리 제가 죽인 사람 발밑에 엎드려 걷어차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걷어 차이면서 101.

 

끄아악. 머리가 빙빙 돌 때쯤 그분이 말씀하셨어. 왜 내가 믿음으로만 천국행 열차를 판단하는지 알겠지? ! 하루에 지구에서 16만 명이 죽어. 이 분들 선악을 어떻게 다 따지고 있겠어. 기준도 애매모호한데. 아무리 하나님이라도 귀찮아서 집어던지겠다. 월요일 공포증은 그 분도 피해갈 수 없었던 거야.

 

오로지 믿음. 이 병신 같지만 간단한 기준이 없어서야 하늘나라는 업무 마비에 빠지겠지. 후우. 이제 이해합니다. 당신의 고뇌, 곶통, 전지전능함. 하나님께서 미소로 말씀하셨어. 난 심판하지 않아. 심판은 살아있을 때 하는 거란다. 빵긋.

 

그렇군요! 사람은 하나님도 못하시는 걸 해내고 있지. 나쁜 놈들 잡고, 재판에 넘겨서 형량 때리고. 형량도 꽤 자세하게 있어. 이를테면 일반 강간은 26개월에서 5년 사이. 무단횡단 범칙금은 3만원. 전후사정 들어봐서 감경할지 가중처벌할지도 정하고. 키야, 대단한 걸!

 

인간뽕이 느껴지지 않아? 물론 이 좋은 시스템을 두고도 하나님스럽게 처리할 때도 있지만. 별장에서 광란의 성접대를 받아도 배째라. 버닝썬에서 마약접대 해도 와이지했다. 좆선일보는 아무리 거시길 세워도 누구 하나 터치하지 않고.

 

인간의 무서움을 보여줄 때야. 죽기 전에 강냉이는 털고 간다는 정신! 불알 뽑는다는 집념! 그래야 천국에 들어가더라도 고통 속에 살 거 아냐. 횅한 이빨 보며, 가벼운 아랫도리 보며. 적어도 머리채는 뜯지 않은 걸 고맙게 생각하라고. 자라나라 머리머리.

 

믿음의 죄인이 절뚝거리며 천국문을 두드리매, 하나님이 보시기에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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