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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홍콩산 따꺼2019.06.16 PM 10:19
홍콩산 따꺼
홍콩이 핫하지? 2000킬로미터 떨어진 부산 방구석에서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80년 광주를 바라본 홍콩인들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아무튼, 상대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지. 내가 오늘 하루 시진핑이 돼서 생각해 봤어. 하압. 난 시진핑이다!
호오, 홍콩. 꽤 세게 나오는 군. 그까짓 거 풀어주지. 범죄자인도법안? 보류해. 괜찮아. 괜찮아. 놔 줘. 내 커리어에 천안문 사태 같은 건 있어선 안 돼. 암. 천년만년 기리기리 남길 석자 시진핑! 세계인이 칭송해야 할 시진핑! 우매한 일부 백성들이 날 독재자라 오해하지만 천만에. 이 썩어빠진 공산당을 청산하기 위해, 일류 경제발전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고 있는 걸 몰라보다니. 안타깝다, 안타까워. 저기 헛소리하는 애들 당장 공안 해!
손에 똥 안 묻히면서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아, 그러고 보니 한국역사에 배울 만한 분이 있었지. 리승만. 반공! 이 아니라 반미! 그래, 이 모든 게 미국 탓이다. 홍콩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노예가 노예처럼 사는 것도 다 미제 종간나 애미나이들의 공작! 하나 된 중국을 위협하는 분쟁종자들!
거기다 범죄자 인도라는 아주 그럴듯한 명분도 있군. 반동 놈의 새끼 잡는데 방해를 해? 이 사회 불온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족쳐야 하는데 이걸 막다니. 허허. 살인자, 강도, 강간범이 홍콩시내를 활보할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하고 끔찍하다. 이 사태를 두고 위대한 영도자가 어찌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오늘밤은 판빙빙이 보고 싶구나.
이렇게 살짝 감정선 잡아주면서 연설 한번 해 주면 멋모르는 인민들은 눈물을 흘릴 거야. 언론에선 여기에 기름을 붙겠지. 이상한 패널들 나와서 역시 우리 주석님은 너무 마음이 넓으십니다. 흑흑, 홍콩시민을 헤아리는 저 마음씨!
또 옆에선 이번 일의 원흉은 미국입니다. 무역분쟁을 넘어 위대한 중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주석은 이런 음모와 역경에서도 고통을 이겨내며 우릴 위해 불철주야 힘쓰고 계십니다. 중국 인민들이여. 한 마음 한 뜻으로 시주석을 따릅시다. 힘을 보탭시다. 시진핑! 시진핑!....좋았어. 이대로 언론에 쫙 뿌려. 중국뽕 거하게 차오르겠구먼 그래.
자, 중국 본토는 됐고, 홍콩 백성들에겐 뭐라 할까? 구라를 쳐도 진정성 있는 구라를 쳐야 하는데. 흠. 그래! 2천 년 전 이 땅에 조조란 분이 있었지. 그 분 참 한 성깔 하셨단 말야. 내가 천하를 배신할지언정, 천하가 날 배신할 수 없다. 키야. 멋지다. 당신의 길, 시진핑이가 이어가겠습니다.
군량이 없어서 반란까지 일어날 지경에 조조센세가 한 짓은? 군량담당관 모가지! 죄가 없더라도 모가지. 불만 없애는 덴 누구하나 숙청하는 것처럼 효과적인 게 없지. 걱정 마. 네 가족은 책임지마. 그런데 마누라는 예쁘냐? 밤일까지 확실히 보장하지. 크하하하.
그럼 어디 홍콩 보스 목을 쳐 보실까. 어라? 벌써 자폭했네? 어머니론. 아이들은 패면서 키워야 제 맛입니다.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어머니의 역할입니다. 야, 누가 미리 지시했냐? 아니라고? 지 혼자 벌인 짓이라고? 허허. 브라보. 캐리 람. 이름답게 캐리하는군.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니가 홍콩의 국모다! 인정! 저 우산팔이들을 향해 모유를 날려라! 삐좆삐좆.
이왕 덤탱이 씌울 거 더 깽판 치라 그래. 폭도들! 미친놈들! 다 죽여 버리겠다! 이렇게 어그로란 어그로는 다 끈 상태에서 내가 등장해야지. 위대하신 시주석 행차요! 친애하는 홍콩시민 여러분. 여러분을 위해 이 국썅년을 처형하겠습니다. 까딱까딱, 처리해. 이제 악마는 사라졌습니다. 이제 안심하고 우산을 접으세요.
다 끝났네.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 트럼프 저 미친놈이 대통령에서 물러날 때까지. 중국부자가 홍콩 부동산 싹쓸이 할 때까지. 돈만 쥐어주면 학생들도 차이나 넘버원 외칠 때까지. 자라는 노예들에게 시진핑 사상 주입할 때까지. 지금은 참는 거야. 흐흐흐. 곧 오리라. 파랭이새끼는 입도 벙끗 못 할 세상이. 감히 영어를 써? 홍위병 출동!
....워호. 너무 몰입했나. 독재자 역할 잘하지? 전생에 독재자였나 봐. 아무튼.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상상이니 오해하지 말기. 세계와 소통하는 홍콩시민들은 어떤 농간에도 놀아나지 않을 거라 믿어.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니까.
정 안 되면 주윤발 형님이 찾아갈 거야. 쌍권총 들고. 따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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