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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가난한 남자 백수를 위한 양복 #002 (양복)2019.06.30 PM 06:09
원단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왜 당신이 구입한 양복은 때깔이 나지 않을까요? 그것은 원단 때문입니다.
당장 옷장 문을 열고 기존의 양복을 꺼내봅시다. 상의는 안주머니, 바지는 뒷주머니를 샅샅이 살펴보면 글자가 적힌 하얀 천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옷에 대한 각종 정보가 있지요. 이 중 섬유 조성 부분을 눈여겨봅시다.
겉감 폴리에스터 70%, 모 30%. 안감 폴리에스터 100%. 어허, 폴리에스터 비중이 매우 높은 양복입니다. 가격만 고려해야 했던 당신의 아픔이 담겨 있습니다. 보통 저렴한 양복일수록 폴리에스터 비중이 높습니다.
물론 폴리에스터 양복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튼튼하고, 주름이 잘 가지 않으며, 가격이 싸지요. 당신이 양복을 매일 입는 직장인이라면 실용적인 폴리에스터 양복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직장인이 아닙니다. 실용성보다는 남의 눈을 속일 부티가 나야 하지요.
찰랑거리고 윤기가 나는 원단은 모의 비중이 높습니다. 98% 이상인 제품을 선택합시다.
여름양복 중엔 마, 비단을 혼용한 제품도 있습니다. 이들은 천연원단으로 구미가 당기지만 양복의 질감은 대중적이지 않으므로 논외로 합시다.
울, 모헤어, 캐시미어는 뭘까요? 울과 모는 같습니다. 모를 영어로 울이라 합니다.
모헤어는 여름철 양복에 자주 보입니다. 앙고라염소에서 채취한 고급모입니다. 모+헤어 라고 착각하지 말기! 영어로 MOHAIR입니다. 윤기가 흐르고 통기성이 있으니 우리가 원하는 원단입니다. 모와 모헤어 혼방 제품은 살만합니다.
캐시미어는 캐시미어 염소에서 채취된 울입니다. 보온성이 높고 부드럽습니다. 그러나 여름철 양복에 이 소재는 쓰이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모 100% 제품이라도 어느 회사의 어느 클래스인지에 따라 가격차이가 납니다. 비싼 제품 중에는 이탈리아나 영국산 원단을 썼다고 표기해놓죠. 제냐, 로로피아나, 스카발, 허드스필드 등 뭔가 아리송한 단어가 적혀있다면 원단이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안감은 대부분 폴리에스터 100%입니다. 제품에 따라 레이온, 나일론이 섞여 있지요. 천연원단을 사랑하시는 분들께는 레이온 비중이 높은 제품을 추천 드립니다. 대신 가격은 그만큼 올라가는 점 알고계시죠?
나에게 어울리는 핏은 무엇인가?
레귤러, 세미슬림, 슬림핏 정도로 구분이 됩니다. 슬림핏은 날씬한 사람만 입을 수 있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슬림핏은 레귤러에 비해 전체적으로 한 치수 작은 편입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가슴둘레와 허리둘레의 차이가 크죠. 우람한 가슴에 비해 홀쭉한 허리를 가진 분이라면 슬림핏이 어울리겠죠?
그러나 슬림핏은 피하는 걸 추천합니다.
백수에게 양복은 한번 사면 죽을 때까지 입을 옷입니다.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봅시다. 중후한 백수. 거기에 슬림핏은 가벼워 보입니다.
슬림핏은 여유가 없습니다. 맵시 있게 보일지는 몰라도 본인은 알고 있죠. 지금 상태로는 기지개도, 쭈그려 앉기도 못한다는 것을. 게다가 터지기라도 한다면! 순간의 쪽팔림과 함께 수선비 생각에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슬림핏이라고 적혀있지 않지만 주의해야 할 양복들이 있습니다. Palzileri의 LAB, 마에스트로의 밀라노 8드랍은 슬림핏입니다.
적합한 치수는 무엇인가?
인터넷으로만 대강의 치수를 알아내어 주문한다면 실패의 아픔과 왕복택배비의 부담을 맞이할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직접 입어보고 적합한 치수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양복회사마다 다르고, 핏에 따라 다르고, 심지어 제품마다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장에 가서 옷을 입어봅시다.
양복 치수는 일반적인 옷 사이즈 표기와 다릅니다. 048A, LAA, LBB 등과 같은 것이 보여도 당황하지 맙시다. 각종 매장을 들어가서 과감히 입어봅시다.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눈칫밥 백수 내공.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적합한 치수를 꼼꼼히 메모해두는 당신은 정말 보기 좋군요.
청바지 사이즈를 생각하고 양복바지를 입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탄력성이 제로에 가까운 양복바지는 면, 데님바지에 비해 여유 있게 입는 것을 추천합니다.
거울을 봅시다. 보기에는 자기 몸에 겨우 들어가는 치수를 택하는 것이 폼 날 것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위험을 느낄 것입니다. 숨 막히는 조임, 과식에 대한 공포. 그렇기에 우리는 유행을 잠시 접어두고 품이 있는 치수로 정하는 건 어떨까요?
소매길이, 바지길이는 맞지 않더라도 쉽게 수선할 수 있으므로 걱정하지 마세요.
접착, 비접착?
양복에 대해 조사해보셨다면 접착, 비접착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무엇을 접착했다는 것일까요?
양복의 겉감과 안감 사이에는 심지가 들어갑니다. 심지가 있기 때문에 양복의 모양이 유지되는 것이지요. 이 심지를 접착제로 붙인 것이 접착, 붙이지 않고 바느질 한 것이 비접착입니다.
접착은 바느질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만들기 쉽습니다. 그러나 비접착에 비해 자연스러움이 떨어지고 일부 불량 접착에서는 휴대폰 액정필름에 공기가 들어가듯 볼록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비접착은 풀캔버스라고도 합니다. 비접착 양복은 심지의 품질이 상급입니다. 손수 바느질한 양복은 튼튼하기까지 하지요. 그러나 비쌉니다. 단점이 너무 크군요.
반접착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둘을 섞어 놨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왕이면 비접착을 사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쇼핑몰 제품설명에는 이 부분을 쏙 빼놔서 알 수가 없습니다. 제품설명에 풀캔버스라고 적혀있는 경우가 간혹 있을 뿐이지요.
차선책을 찾아봅시다. 인터넷에는 어떤 브랜드가 비접착인지 정보가 있습니다. 100%는 아니지만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닥스, 마에스트로 알베로, 갤럭시 수젤로, 갤럭시 프레스티지 정도가 비접착 양복이라고 합니다. 로가디스는 반접착이라고 하는군요.
추천하는 양복 구매 방식은 무엇인가?
온라인몰, 백화점, 맞춤양복점, 아울렛, 재래시장. 이 중 밖을 나가기 어려운 우리는 온라인몰을 택할 것입니다. 그래도 비교를 위해 다른 곳이 어떤지는 잠깐 알아보도록 하지요.
백화점은 계절에 맞는 신제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높은 백화점 수수료가 붙어서 가격도 비쌉니다. 호객행위도 있는 곳이라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지요. 백수 본연의 수덕한 모습으로 가면 호객행위는 줄어드니 참고하세요.
제대로 된 맞춤양복점은 터가 오래되고 장인의 느낌이 나는 곳이어야 합니다. 외래어로 비스포크점이라고도 합니다. 맞춤양복의 로망이 있겠지만 아시잖습니까. 우리네 사정으론 살 수 없습니다.
일부 맞춤양복점에서는 50만 원 이하의 제품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품질의 원단과 디자인을 요구하면 가격은 치솟습니다. 꿈을 버립시다. 그래도 로망을 버리지 못한 일부 독자들을 위해 드리는 팁. 제일모직의 VIP원단을 기억하세요. 이름과는 다르게 저렴하면서도 품질을 갖춘 원단입니다.
대형 아울렛은 도심과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차비는 아깝지요. 주말보다는 평일에 가야합니다. 주말의 번잡함을 피할 수 있지요. 게다가 아울렛에 있는 식당들은 주말에 더 비싸게 팝니다. 정말 짓궂군요. 아울렛이라고 모두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최저가는 인터넷몰이라는 것을 명심합시다.
매장이 한데 모여 있으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직접 옷을 입어볼 기회입니다. 적합한 치수를 찾읍시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옷을 빼서 걸쳐보세요.
재래시장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소탈한 분위기, 저렴한 상품. 분위기는 맞습니다. 그러나 부담스런 호객행위와 바가지도 있으니, 실물경제에 어두운 우리로선 갈 곳이 못 됩니다.
시장을 구경하다보면 1만 원대의 저렴한 양복도 볼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잊어버리세요. 우리가 원하는 품질이 아닙니다.
온라인몰. 우리의 궁극적 쇼핑 장소입니다. 다양한 상품, 최저가 가격. 게다가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니. 이보다 백수에 최적화된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상품이 너무 많아 양질의 제품을 고르기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선택지를 줄여봅시다. 우리가 원하는 양질의 양복을 만드는 회사의 자사몰만 살펴보면 문제 해결입니다!
제일모직은 SSF샵, LG패션은 LF몰이 있습니다. 기타 세정몰, 코오롱몰도 참고하세요. 자사몰에선 다양한 할인 이벤트로 우리를 유혹하나 최저가는 아닙니다. 대신 치수와 색상별로 검색이 쉽습니다. 간단한 수선은 무료로 해주니 이해득실을 잘 굴려봐야겠지요. 자사몰 내에서도 아울렛 항목은 따로 있으니 주의합시다.
최저가를 찾는다면 포털사이트 검색을 이용합시다. 자사몰보다 크게는 20%가량 저렴합니다. 자사몰에서 제품명, 제품코드를 복사 붙여넣기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몰의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제품의 세세한 느낌, 질감, 만듦새, 색상을 파악하기 어렵지요. 사이즈는 매장에서 입고 기록해둔 것으로 극복합시다.
특히 색상은 사진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던 색깔이 아닐 때 오는 실망감을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은 다르게 보여도 글은 정확합니다. 제품 설명을 꼭 참고합시다. 사진으로는 짙은 남색으로 보이는데 설명에 쥐색이라 되어 있다면? 실제로 봤을 땐 쥐색일 확률이 높습니다.
- 쿠리타
- 2019/06/30 PM 06:36
정장 사보신거 맞아요?
- 풍신의길
- 2019/06/30 PM 07:50
- *하얀모자*
- 2019/06/30 PM 06:48
- 풍신의길
- 2019/06/30 PM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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