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백수지론2019.07.12 PM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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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소.jpg

-부산 동구 부산진역. 무료급식소- 

 

 

 

 

백수지론

 

 

150 백수. 400 직장인. 당신의 선택은! 오늘 유머게시판에서 본 글인데. 호오. 난 제목만 보고 당연히 150 백수지! 근데 생각보다 직장인이 많더라고. 지켜야 할 가족이 있는 분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 했어. 아유, 세상을 방구석에서만 보니 이렇지! 나란 인간!

 

아무튼. 아무리 백수라도 월 150은 빠듯하다는 분들이 많았어. 여기에 대해선 이 몸께서 제대로 말할 수 있지! 백수가 월 150을 벌면 이미 백수가 아냐. 건물주! 는 너무 했고, 적어도 옥탑방 철학자, 예술가, 뮤지션,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는 되지.

 

150! 상상만 해도 입가가 실룩해. 보여? 72만원 받았을 때도 생활이 달랐어. 완전히.... 달동네 집까지 걸어가야 할까? 댓츠 노노. 버스 타고 가자. 오뚜기 교자만두 살까? 아냐, 육즙 있는 개성 왕만두 사자. 문화생활도 가능하지. 하고 싶었던 게임이 75% 할인 중이네. 문화상품권 먹여서 질러야지! 그야말로 여유로운 삶. 72도 이런데 150이면! 하악하악. 중소기업 50인치 TV, 샤오미 홍미노트에! 행복하다!

 

? 월세는 어떻게 하냐고? 백수는 월세에 사는 거 아니야. 에헴. 제일 좋은 건 엄마 아빠 집에 얹혀사는 거지. 150이면 부모님도 뭐라 안 하셔. 이게 좀 갑갑하다. 그럼 싸고 좋은 집 많아. 전기, 수도, 인터넷만 연결 되면 오케이! 도시가스 들어오면 금상첨화고. 달동네 꼭대기라도 택배만 온다면야.

 

식비는 약약강의 패턴으로 처리할 수 있어. 계란프라이 질릴 때쯤 만두, 만두 질릴 때쯤 돈까스, 돈까스 질릴만하면 3분 카레, 참치, 스팸, 피카츄! 그러다 가끔 배달의 민족, 요기요 할인 할 땐 브랜드 치킨 시키고. 쌀은 20킬로 주문하면 한 달은 먹지. 김치? 김치는 글쎄. 김치보다 2KG5천 원 하는 단무질 추천해. 그 있잖아. 3KG라 하지만 노란물 버리면 2KG되는. 아항.

 

백수가 돈이 생기면 마음가짐이 달라져. 불안과 자기비하에 시달리던 기억은 안녕. 진지한 공상을 펼칠 수 있지. 나만 해도 그래. 더 당당하게 여러분과 만날 수 있을 거야.....사실 여기 나오는 거, 가족들은 몰라.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녀석이 히히덕 대본이나 쓰고 있으면 뭐라 생각하겠어. 불효자는 웁니다!

 

가장 결정적인 점. 사랑을 꿈꿀 수 있어. 돈 없어서 고백 못하는 잣같은 상황은 막을 수 있지. 돈 없어도 사랑엔 아무 문제없다고? 허허, 내가 좀 책임감이 강해서 말야. 그렇다고 원빈처럼 얼굴로 들이밀 수 있는 생명체도 아냐.....그렇다고.

 

어쨌든. 너무 백수생활 긍정론으로 갔네? 절대 오해 노노요! 어디까지 월 150 받는다면 할 만하다는 거야. 현실은 눈칫밥 100단 기생충일 뿐. 가족한테 밟힐 바에 직장 상사한테 욕 먹는 게 낫지 않겠어? 거기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면 더 좋고. 일하면 뿌듯하잖아. 내가 뭔가 보탬이 되고 있다. 인간관계를 하고 있다. 성장하고 있다! 물론 그래봤자 월급은 세후 150이 될까 모르겠지만. 크흠.

 

지금까지 마치 내가 백수의 왕처럼 말했는데, 아냐. 난 아직 멀었어. 아직 자기비하와 혐오에서 해탈하지 못 했거든. 겉으론 즐기는 척 하지만 속으론 언제나 직장인을 꿈 꿔. 월급 준다면 영혼도 팔 걸? 나경원 할머니, 똥꼬 빨아줄 사람 필요 없나요? 1초에 12비트. 할할짝.

 

진정한 백수는 차원이 달랐어. 청소년센터에서 무료급식 먹고 올 용기를 지녔지. 와우. 동사무소에서 긴급구호 받고, 봉사지원으로 생활비 벌고. 겨울엔 비닐봉투 모자와 냉장고 박스로 버티고. 거기다 부족한 채소는 솔잎으로 보충하기까지! 지쟈스 슈퍼스타!

 

남의 이야기가 아냐. 아빠, 엄마 돌아가시면 우리네 현실이 되지. ? 설마 이 자리에 백수는 나 뿐 인거야? 100만 백수 군단 다 어디 갔어! .....아무튼. 그래 우리 미래가 아니라 내 미래. 지금부터라도 주민센터에 얼굴 도장 찍어야겠네.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집 근처 무료급식소 여론이 안 좋더라고. 부산역 말고 부산진역이라고 있거든. 거기서 어르신들 무료 식사하는데 참. 시뻘건 현수막에 이렇게 쓰여 있더라. 부산의 입구에 부랑자들이 웬 말이냐......!

 

백수도 좀 삽시다! 재개발 아파트랑은 8차선 도로 맞은편이잖아요! 폐역에서 밥 좀 먹겠다는데 그것도 안 됩니까? 꼬우면 먹으러 오던가!

 

미안해. 너무 막무가내지? 그러나 어쩔 수 없어. 사랑스런 아내와, 자식과, 아득한 직장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면, 내 미래는 무료급식소니까. 좀 불편해도 사람 하나 살린다 치고 희망을 밟지 말아 줘.

 

난 언제 무료급식소 갈 용기가 생길까.

댓글 : 4 개
아재... 기운내요.
그리고 혼밥은 죄가 아니듯 급식소 가는 것도 눈치 볼 거 아닙니다.
목숨이 붙어있어야 일자리를 구하든 예술가를 하든 스트리머를 하든 할거 아니겠으요?!
나중에 취직했다고 구직자들 깔보지 말고 라떼 찾는 꼰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에서 뭔가가 느껴지네요. 조만간 좋은일이 생길겁니다. 좋은 기운이 글에서도 느껴져요. 전 백수에 월30만원 벌고 있어요.
이전엔 풍족하게 살았지만 어리석었고 지금은 행복하고 이전에 제가 어리석었단걸 아는정도로 사람구실은 하고 있어요. 예전엔 돈을 벌어도 부모님께 신세지고 살았지만 지금은 돈은 거의 벌지 못하지만 신세지고 살아가진 않아서 좋네요. 스스로의 어리석은 부분을 깨닫지 못하고 쌓은것들은 언제 무너질지 몰라 불안한데문제는 그게 무너지고 나서야 그간 공허함이나 왠지모를 방황같은것들이 그걸 암시하고 있었단걸 알수있어서.....
근데 지금은 확실히 내 삶을 내가 살아가는 느낌이 있어서 이제 인간 기본은 하는거 같아 좋네요.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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