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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단벌을 위한 변명2019.08.09 PM 10:07
스티브 잡스! 사랑하시나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 나? 존경까진 아니지만 좋아해. 사람느낌이 나거든. 독단적이고 고집불통이지만 한편으론 스마트폰을 탄생시킨 천재. 숨겨진 딸은 죽을 때까지 인정했는지 안했는지 미지수지만 그것도 인간적이지 않아? 불신과 부끄러움과 어리숙함이 짬뽕된 모습 같아.
뭐, 이것만 갖고 그를 좋아하는 건 아냐. 진짜 이유는 따로 있지. 무슨 이유? 옷! 잡스하면 딱 떠오르는 옷 있잖아.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 더 자세히 파고들면 검은 양말에 회색 운동화. 그는 이 모습 그대로였어. 정말 고맙습니다!
잡스는 나 같은 단벌인생에게 강력한 명분을 제공해 줬어. 왜 옷이 일주일 내내 똑같나요? 빨아 입기는 하나요? 허허. 이 분 스티븐 잡스도 모르는 소리 하시네. 잡스 보세요! 1년 365일 같은 옷 잘만 입는 걸. 잡스 뿐인가? 패북 창시자 마크 주크버그도 주구장창 똑같은 옷 입잖아요.
그럴싸하지? 물론 잡스랑 나랑 똑같진 않아. 잡스는 같은 옷을 여러 벌 갖고 있지만, 나는 그야말로 단벌! 하하.....줄무늬 셔츠에 청바지가 전부지. 아잇, 그래도 냄새나면 바로 세탁기 돌려요!
잡스는 왜 같은 옷을 입을까? 이미지 전략?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고민하기 싫어서래. 아침마다 어떤 옷 입을까 시간 낭비하기 싫다는 거지. 키야. 역시 천재적인 뚝심이야. 난....돈이 없어서 선택권이 없긴 하지만 효과는 똑같아. 뭐 입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이런 잡스의 영혼이 가장 깃든 옷은 교복 아닐까? 교복만큼 효율적인 옷도 없어. 옷은 잊고 오직 공부에 전념하십시오! 크핫. 그러면서도 이 세상 최고로 아름다운 옷! 싱그러움을 감싸는 옷! 같은 옷에서도 각자 개성이 드러나잖아. 정말 아름다워. 결혼한다면 마나님께 꼭 부탁할거야. 자기, 고등학교 교복 아직 있어? 그냥 궁금해서.....크흠. 아청아청. 농담입니다.
아무튼, 세계 최고 기업 애플 CEO치곤 소박한 복장이었지. 정말 단순하잖아. 이 정도면 우리네 서민도 도전해 볼만 할 거야....는 과연. 워호! 그냥 천조각 정도로 봤건만 생각보다 비싸. 잡스느님의 옷을 카피하기 위해선 최소 310달러가 필요해. 지금 환율로 치면 38만원! 그 시커먼 터틀넥이 175달러나 하는데, 코호호. 세인트 크로에? 여기 유명한덴가? 한국에선 팔지도 않더만.
옷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기 남성분들. 옷 사러 가기 부담스럽지 않아? 집구석에서 인터넷으로 사기엔 거시기하지. 색이 모니터에서 보는 거랑 다르면 어쩌지? 막상 받아봤더니 싸구려 재질 인거 아냐? 이런 걱정들. 특히 나처럼 복부비만 어좁이는 사이즈부터가 도전과제라고. 게다가 왜 그렇게 가격은 들락날락 해. 어제까지 8만원 하던 티가 오늘은 80% 세일해서 1만 6천원! 호우! 평소 가격이 1만 6천원 같은데!
그래서 할 수 없이 옷은 직접 가서 사는 편인데, 이게 참 어렵단 말야. 어디부터 시작해 볼까. 일단 재래시장. 정겨운 네고시에이션이 오고가는 곳. 그래서 나 같은 찐따는 갈 수가 없어. 4만 원짜릴 1만 8천원까지 후릴 자신이 없거든. 아주머니 입담은 얼마나 센지. 어후. 싸게 해줄게. 싸게...? 크흠.
백화점은 입구부터가 쫄려. 어이쿠, 서민이 어찌 감히 이런 곳에. 크학. 구경하는 것도 눈치 보여. 조심스레 태그를 뒤집어 가격을 보면 웟더. 셔츠 하나에 21만원! 금으로 만들었나? 이 미친가격에 눈팅만 하다 아랫동네 싼 곳으로 가. 그....유니클로! 는 사지 않습니다. 에잇세컨즈. 뱅뱅! 잠뱅이. 이곳마저 비싸서 돌아서기 일쑤지만. 아울렛? 글쎄...양복 사러 간다면 모를까 그냥 일상복은 근처 매장이랑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 오히려 차비에, 주말만 되면 음식값 올려 받는 식당에 고통 받은 기억이 많아.
이것도 싫어, 저것도 싫으면 대체 어디서 옷 사냐고? 난 이마트에서 사! 잠깐. 이마트 협찬 아닙니다. 왜 이마트냐고? 싸거든! 대님바지 1만 2천원. 청바지 두벌에 3만원. 셔츠는 비싸봤자 2만원 안짝. 티 떨이하면 5천원에 득템!
결정적으로 부담이 없어! 가격 부담뿐만 아니라 그런 거 있잖아. 괜히 옆에서 응대하고 있으면 불편한 거. 안 사면 죄 지은 거 같고. 이마트엔 없어. 아무도 없지. 그냥 에어컨 쐬면서 하루 종일 구경해도 찔리지 않아. 또 하나. 마음대로 입을 수 있어. 잡히는 대로 턱턱! 찢어지면 어쩌지? 고민 고민 하지마. 까짓것 물어주지! ...사실 중간에 걸어놓으면 아무도 몰라. 어헛!
그나저나 마트 만두는 시음용이 있고, 하이마트 TV도 전시품이 있는데, 왜 옷은 시착용이 없을까? 사람 마음 불편하게! 손님, 마음껏 입어보세요. 예.....는 개뿔! 먼지 묻을 까봐 바지는 끌지도 못해. 땀이라도 나면 다시 살펴보지. 킁킁. 이거 골라 가는 분에게 미안한데! 뿌지직 찢어지면. 오, 맙소사. 하필 비싼 양복 입어 볼 때 이런 일이 터져요. 신축성 1도 없는 녀석. 아휴.
어....여하튼. 내일도 모레도 내 옷은 똑같을 거야. 내가 바로 스탠딩계의 잡스다!.....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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