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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운전의 자격2019.08.27 PM 10:20
운전의 자격
9월! 급식, 학식 할 것 없이 새 학기가 시작되는 사치의 계절! 참, 여름이 아무리 싫어도 헤어지긴 아쉬워. 이맘쯤 되면 분위기가 일요일 저녁 7시 느낌이야. 싸한 그 알지? 크흠.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가 있나요~. 진짜 슬프면 지는 거.
아무튼, 9월에 유독 기다리는 날이 있어. 추석? 아니! 이젠 공포의 시간이라고! 백수에겐 절망의 시간이지. 조카라도 와 봐. 이거 돈을 쥐어줘야 하나 고민될 나이가 돼버렸어. 크흑. 추석은 아니고, 바로 9월 16일!
이 날이 무슨 날이냐, 바로 영문 병기 운전면허증 발급일! 영문 병기? 그러니까...앞면에는 지금처럼 한글로 써 있고, 뒷면에는 세계인의 언어, 영어가 딱! 호메시! 단순히 폼 잡으려고 영어 쓴 건 아냐. 지금까진 외국에서 운전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이라고 따로 증을 받아야 했거든. 이제 그런 거 필요 없이 바로 운전면허증 하나로 퉁치는 거지.
물론 모든 국가에서 되는 건 아냐. 서로 합의한 30개국에서 쓸 수 있다는데, 문제는....대체 어떤 나라에서 된다는 겁니까!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없어. 아직까지 서로 합의 중인가? 이거 걱정 되는데....아니, 그렇잖아. 미쿡! 트럼프 된 후로 이민자며 테러종자며 다 검열하는 판국에 과연 이걸 합의해 줄까? 그리고 일본! 가지 않습니다! 해도 제일 많이 가는 나라잖아. 그런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크흠. 미국, 일본 빠지면 의미가 있을까? ...아니지. 우리에겐 독일 아우토반이 있습니다!
어쨌든. 발급받는데 준비물 하나도 필요 없대. 키야, 기술의 발전이란! 지문으로 다 식별 한다는 거야. 대신 발급비는 만원. 후우....플라스틱 조각 치곤 비싸네. 백수에겐 버거워. 그래도 9월 16일 당장 발급 받을 거야.
이유는...무너진 자존감 세울 허세력 챙기기 위해? 아잇, 별 거 아니지만 이런 거로라도 자아도취에 빠지는 게 인간 아니겠어. 여기서 질문. 면허증 아직 없으신 분? ...푸훗. 아이 운전면허는 기본이잖아요. 자 여길 보세요. 때깔 나죠? 이게 바로 운전면허증이란 겁니다. 부럽죠?......이런 식으로 재수 없는 짓을 할 수 있지.
사실 난 반강제로 면허를 땄어. 주변에서 하도 뭐라 해서. 다 큰 녀석이 운전면허 없는 게 말이 되니?..되는데요? 버스, 지하철이 얼마나 편하고 좋습니까. 지하철은 약속시간을 지켜드려요.... 친구야, 요즘 세상에 차는 몰 줄 알아야지. 그래? 빈털터리라 어차피 차 못사는데?...크흠. 이러던 와 중에 엄마가 선전포고를 했어. 때는 14년 12월. 다음 달부터 시험 어려워진다. 어쩌둥 이번 달 안으로 따라. 못 따면 집에서 나가라. 알겠나! .....아아, 너무합니다.
엄마 말대로 진짜 쉽긴 했지. 명박각하! 운전면허 따기 편해야 국민들이 현대 차 많이 몰지 않겠어요. 쉽게 하세요. 이명박! 이명박!... 필기는 인터넷에서 문제 한번 훑으면 합격. 이제 기능시험인데 와우, 시동 걸고 30미터 직진 한 후에 시동 끄고 내리면 끝! 내 눈을 믿을 수 없군! 운전을 게임으로 배웠다면 믿어져? 이 때는 가능했지. 운전대 한번 안 잡아본 인간이 기능시험은 어떻게 합격했나요?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했습니다! 화면에 펼쳐지는 유럽 풍경. ...지금은 오르막, 내리막, 코너, 다 보지? ....인생이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운빨기세!
기능은 이따위였지만 도로주행은 빡셌어. 이건 도저히 모니터 게임화면 갖곤 안 되겠더라고. 할 수 없이 엄마 돈 들고 학원에 갔지. 아아, 운전면허 따기 쉽다곤 하지만 돈이 적게 드는 건 아니었어. 그때나 지금이나 미치도록 비싼 학원비는 똑같았다고. 시간당 6만원 꼴. 시험 한번 떨어지면 재시험비 5만원. 아오! 명박각하! 면허 따기 쉽게 해 준다면서요! 크흑, 돈에는 가차 없는 분.
아무튼. 한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짜잔! 합격! 돈만 주면 패스하는 시험 합격! 응? 봐. 남자는 허세. 1종 보통! 기어 올리고 최대 속도로!...는 개뿔. 차가 뭔가요? 마시는 건가요? 전 BMW맨입니다. 버스! 메트로! 워크!.. 운전? 악셀을 어떻게 밟는지도 까먹었어. 장롱 속 나프탈렌 마냥 흩어졌다고.
....예? 호오, 눈썰미가 탁월한 분이시군요. 1종보통 아래 적힌 2종소형은 뭐냐고? 그...좀 우락부락한 오토바이도 몰 수 있는 면허증이야. 여긴 아픈 전설이 있어. 평소 지하철이나 타는 인간이 뭔 일로 오토바이를 타겠어. 그런데 필요하더라고. 어디? 우체국 집배원을 비롯 각종 택배 일에 지원하려면.
2종소형 시험 별 거 없어. 도는데 50초 걸릴까 하는 코스를 선 안 밟고 지나가면 합격이야. 그...선 안 밟는 게 살짝 빡세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별거 없어. 도로주행? 없어. 개꿀! 이러다 보니 합격해도 내 자신이 의심된다니까. 할 줄 아는 거라곤 2단 넣고 악셀 당기는 게 전부인 녀석이 증을 받았으니.
마치 토익 쳤을 때 느낌이랄까. 토익, 토플, 토익스피킹, 오픽! 취준생 부모님 등골 빼먹는 시험들 있잖아. 면접관님, 토익 900을 넘겼습니다. 말하기는 최고등급입니다. 제가 이렇게 영어를 잘 합니다! 그래요? 여기 뉴질랜드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 해보세요. ....엄.....하이...아이러브 뉴질랜드. 유어 뷰티풀. 쌩큐......워워. 찔리면 지는 거!
합격해서 룰루랄라 나서는데 포스 있는 아저씨가 명함을 주는 거야. 명함엔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헐. 면허 땄으니 오토바이 사라는 거지. 저 돈 없는데요...심지어 혼다는 면허시험 지원 프로그램도 있더라고. 혼다 오토바이를 사면 학원비가 공짜! 잠깐....일단 바이크 사고 나서 면허는 나중에 딴다고요? 그..그럴 수 있지....있나?
아무튼.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해서 바퀴 달린 물체를 모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내 수준을 아니까. 그저 신분증명할 때 괜히 들먹이는 용도지 뭐. 아! 나중에 75살 넘어서 무료로 고령운전자 검사 받을 때 쓸 수 있겠다. 공짜 치매 검사. 개이득!
그때까지 즐거운 상상이나 해야겠어. 시베리아벌판을 바이크로 횡단하는 꿈. ...얼어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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