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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저기요2019.10.21 PM 10:22
저기요
오늘은 운 좋은 날이야. 기다리던 치킨 먹는 날이니까! 요기요 티바두마리 치킨 50% 할인! 코호호. 좋아. 말은 50%지만 최대 9천원 밖에 안 돼. 그래도 뭐 원래 2만 4천 원짜리를 마트 치킨 가격으로 먹었으니 괜찮아.
치킨을 시킬 때면 항상 선택해야 하지. 뼈냐, 순살이냐? 일단 난 순살파야. 왜냐고? 쓰레기 내 놓을 일이 없어서! 닭뼈 쓰레기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특히 평소 일반 쓰레기 내놓지 않는 방구석 백수에게는요. 여기서 잠깐, 닭뼈는 음식물쓰레기가 아니라 일반쓰레기야. 뼈, 털, 껍데기, 껍질, 생선가시도 일반쓰레기지. 모르셨던 분은 요 체크!
집에 일반쓰레기 봉투 자체가 없어. 뭐 버릴 일이 있어야지. 사 먹는 거라곤 전부 비닐, 플라스틱에 담겨있으니 원. 그럼 지금까지 닭뼈는 어떻게 처리했냐? 푹푹 찌는 여름엔 비닐봉지에 하루 놔두면 뼈가 녹아. 누렇게 삭지. 초파리도 꼬이고. 그럼 망치로 부셔서 변기에 버렸어. ...응? 왜? ...변기에 버리면 안 돼는 거야? 똥이랑 그거랑 무슨 차이야! 달걀껍질도 바스러뜨려서 잘만 버렸구만! 크흠. .....아무튼 죄송합니다.
이제 박테리아 활동 멈추는 겨울이 문젠데, 방법이 없어. 닭뼈 한 줌 버리자고 일반쓰레기봉투 쓰는 건 아깝잖아. 그 큰 봉투에 덜렁 뼈만 담아서 버리는 건 실례지. 할 수 없이 주인아줌마에게 SOS를 요청해. 일요일 날 일반 버리실 때 이것도 같이 버려도 될까요? 굽신굽신. 크흑....이미 주인아줌마는 내 찐따력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러려니 해.
이런 민폐 안 끼치려면 순살로 시켜야지. 그런데 말입니다...요새 순살을 시키기 두려워. 배달대행에서 빼먹는다는 소리 듣고 나서! ...누구인가? 누가 치킨을 빼먹느냐 말이야! 뼈 치킨은 해부학 증명이라도 할 수 있지, 순살은 반경 500미터부터 CCTV 돌리지 않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어. 오직 심리적 의심 뿐.
예전엔 어떻게 배달음식 믿고 받았을까? ..내가 국제시장 한복판에서 커왔걸랑. 할머니가 거기서 장사하셔서. 그러다 보니 점심은 그냥 98% 배달이야. 짜장면, 밀면, 국밥, 라면 등등. 그런데 요즘처럼 배달원이 빼먹을까 걱정한 적 한 번도 없었어. ....아! 그땐 직영이었지! 사장님과, 조리사와, 배달원은 하나다! 그에 반해 요즘엔 다 외주! ..외주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듣고 있니, 이 아웃소싱 만능주의자들아!
그건 그렇고, 왜 빼먹는데? 배달이 너무 빡센 나머지 중간에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거야? 그래서 할 수 없이 손님 음식 슬쩍? 그렇다면야 한 두 조각 기부한다 치고 드리지 뭐. 아니, 그냥 당당히 말하세요. 제가 6시간 동안 오토바이만 타느라 굶어 죽을 거 같은데 치킨 한 조각만 먹어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대신 다음 시킬 때 총알배송 콜? 콜!
그런데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아하니 아닌 거 같아. 살기 위해 먹는다는 절박함이 없어. 전용 수거 박스까지 들고 다니는 님까지 있다니 이게 뭐야. 매일 먹으면 안 질려? 아무리 치느님이라도 그렇지, 기름기 좔좔 흐르는 그 칼로리 폭탄이 목구멍에 계속 들어가니? 언버빌러블.
이 치킨절도 사건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밀봉씰? 괜찮네. 근데 걱정돼. 포장 명목으로 배달비 추가로 받을까 봐. 일반 배달은 천원, 안심배달은 천 오백 원입니다, 호갱님. 맙소사. ..아니면 페레로 로쉐처럼 치킨 조각마다 한칸 한칸 나눠놓는 국산 과자 포장? ...이건 아냐!
오토바이 배달이라면 할 말이 많아. 예전에 알바 뛰어봤걸랑. 자갈치에서! 크하하. 괜히 2종소형 소지자가 아닙니다. 배달만 하면 되니까 나 같은 대인기피증 아싸도 괜찮을 거 같지? 천만에! 완전 정치판이야. 얼마나 똥꼬를 잘 빠냐에 따라 일거리 받는 게 다르다니까. 일반 회사보다 더 할걸? 뒷풀이 자리 가면 국회 뺨 쳐. 실세 편에 서서 빠는 아저씨, 일 더럽게 준다고 소주병 깨는 아저씨까지. 추억은 방울방울~
거기 있으면 없던 편견도 생겨. 이분들 혹시 소싯적 한 폭주 하셨나? 밤에 음악 틀어놓고 오토바이 땡기는 관종들 있잖아. ...워호. 찰싹! 방금 한 말은 잊어주세요. 크흠. 나? 선생님만 사랑하던 모범생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구석에 박혀 아무 소리도 못 했죠. 일도 돈 안 되고, 장거리고, 듬성듬성 떨어진 것들만 받았어.
그런데! 추석 전이었나? 임시 알바 노예에겐 평소 주지도 않는 고급품 배달이 떨어졌지. 내용물을 보니 전복이야. 보통의 전복? 아니. 무슨 손바닥만 한 것들이 우글거리는데 처음 보는 광경이었어. 지금까지 본 전복과는 비교가 안 돼. 거기서 쐐기를 박는 사장님 한 마디. 자연산이다. 실수하면 니 일주일치 일당 날아간다. ..이런 걸 왜 저한테 맡기세요? 가보면 안다.
배달지역은 자갈치에서 2시간 떨어진 기장이라는 동네였어. 키햐. 왜 아저씨들이 기피했는지 입구부터 필이 오더라. 도베르만 2마리가 미친 듯이 노려보고 있더군. 물건 받으러 나온 분은 더 무서웠고....목덜미에 슬쩍 보이는 용문신.. 스티로폼 열어보더니 ..살아있네! 중간에 안 빼먹었지요? ...예! 형님! 쿠우....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저울로 무게를 또 재요. 눈금 왔다 갔다 하는데 심장이 벌렁벌렁하더라. 부족하면 도베르만 사료가 될 테니까. 핫.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어. 말로만 듣던 조폭형님 집도 구경하고 좋았지. 아무튼,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도베르만과 전자저울! 배달 올 때마다 눈금확인하고, 부족하네? 물어! ..도베르만이 버거우면 치와와라도. 크흠... 농담입니다.
하긴 불신이 피어나면 비단 배달원만 문제겠어? 프랜차이즈 본점, 점주 다 의심해야 돼. 중간에 빼먹기엔 그 쪽이 훨씬 쉬우니까. 어디 정량 확실히 표시하는 치킨집 없나? 정량보다 부족할시 100% 환불해드립니다! 내가 치킨집하면 이걸로 광고하겠다. 저흰 다른 집과 다릅니다! 정량 590그램! 안심하고 순살 시키세요! ..부족하면 배달원이 빼먹은 겁니다. 우린 아무 잘못 없습니다. .호메시!
순살을 위한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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