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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무자본 양육2019.10.27 PM 10:32
무자본 양육
요즘 애니멀튜버들이 빵빵 뜨더군. 여기도 물론 대기업들이 다 해먹는 장르지만 걔 중에는 천운(?)으로 떡상하는 경우도 있더라고. 길 지나가다 버려진 고양이를 주었습니다. 다친 강아지를 발견했어요! 핫, 그래서 그 길바닥에 내팽개쳐진 강아지 품종이 뭡니까? 혈통 깊은 이집션 파라오 하운드. 오!
귀여운 녀석들 매력에 빠져서, 나도 한번 길러봐 하지만 대부분은 포기할 거야. 자기 통제도 안 되는 마당에 생명 하나가 덩그러니 집안에 들어오면 어떻게 될지 뻔하니까. 그런데 사람이란 것이 가끔 자신감 가득 찰 때가 있잖아. 나 정도면 개 한 마리 정도는 길러도 돼지! 앙?
이런 분들에게 찬물을 끼얹을 영상 하날 봤어.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무작정 입양하지 마세요! 예쁜 누님이 설명해 주시는데 아유, 돈 얘기가 나오니까 귀에 팍팍 꽂히더라. 소형견 1달 평균 12만원! 사료며 배변 패드 값이야. 그 외에 장난감, 간식, 샴푸, 산책 용품까지 더하면 좀 더 나올 수 있어....아무튼. 한 달에 12만원? 할 만한데!
그러나 병원비가 등장하니 상황이 달라져. 수술 한방에 150! 와우. 동물이라 건강보험도 안 돼요. 미국판 의료체계를 간접체험 할 수 있지. 코호호. 역시 집에 함부로 생명 들이는 거 아니구나. ....잠깐, 여기서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온다면? 그...나약한 녀석은 필요 없다! 찜통에 물 올려라. ...찰싹! 죄송합니다.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은 업그레이드 해야겠어. 주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개팔자도 결정된다. 억울하면 다음 생에는 부잣집에 입양돼라. 흐익. 어디 돈 없는 서민이 개를 기르려고 해! ...아니꼬운데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어. 퓨우....
그래도 개, 고양이 정도야 괜찮아. 이게 사람 영역까지 확대되면 더 비참해진다니까. ..돈도 없으면서 애 낳는 분들 머리상태가 궁금해요. 거지처럼 살면서 지 맘대로 낳아놓고, 애랑 부모랑 다 같이 고생하는 가정이요. ...워워.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 글 그대로 읽은 거야. 내 생각 아닙니다. 오해 금물요.
끄응. 갑자기 현타오네. 돈 없어서 결혼도, 아니, 애인도 없는 인간이 듣기엔 상당히 까칠한 말이지. 그러나 반박할 수가 없다! ....아무리 사랑의 위대함을 말해보려 해도 돈 앞에선 어쩔 수가 없어. 한국인이라면 이 교훈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지. 흥부놀부전! 이 이야기의 교훈이 뭡니까? 가난해도 애를 마음껏 가질 수 있다! 단, 밥 퍼주시는 형수님이 있을 것. 아니면 제비표 로또 대박이 터질 것. 호메시!
그럼 얼마나 벌어야 애 낳을 자격이 있을까? 개처럼 구체적으로. 그래서 한걸음 더 들어가 봤습니다. 당당한 우리 아이를 위한 당신의 최소 벌이는! ....어....이게 애매해. 말 하는 사람마다 달라. 어디선 1억이면 충분하다. 저기선 대학까지 4억은 든다. 웟더.
일단 그래도 이름 그럴싸한 곳에서 발표한 자료를 믿어보자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약 4억 정도 든대. 와우... 엄마, 아빠가 나 어떻게 길렀지? 이렇게 돈 드는데. 부모님들 존경합니다! 아직 놀라기엔 일러. 이건 양육비만 쳤으니까. 여기에 먹고 사는 비용이 추가되면. 맙소사.
그럼 계산 들어갑니다. 어...전체 소득 중에 양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구글에서 뒤지고 뒤져서 찾아온 바로는 대략 인당 25%! 애 둘 낳으면 50%, 월급 반이 양육비로 날아갑니다. 무시무시하군요. 아무튼. 하나만 낳았다고 치고, 4억 곱하기 4는 16억. 25살까지 키운다 하면 연간 얼마야? 16 나누기 25는....약 6천! 연봉 6천! 미친!
그렇습니다. 연 6천은 벌어야 그래도 애를 풍요롭게 키운다 할 수 있죠. 하하...여기 연 6천 이상 버는 분? ... 썰렁하네. 이래서 돈 좀 버는 분들도 애를 안 가지는구나! 세상에, 이 정도 급이면 적어도 대기업, 고위공직자, 건물주는 돼야 하지 않아? 에휴.
끄응. 에잇! 돈이 문제냐! 사랑만 있으면 돼지! 엿 같은 선행학습, 과외 안 시켜! 정 하고 싶으면 지가 벌어서 하라 하세요. 일해라 어서! ..뭐? 대학등록금? 민증 받은 놈이 무슨 용돈을 바래! 학자금 땡겨서 니가 갚아! ...돈 없어도 애 낳을 수 있다!
찔리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거저거 따지면 애 못 낳을 거야. 안 그래도 출산율 0.9명 미만 돌파 찍으려는 이 시국에. 일단 낳고 보자! 입사 때 항상 강요하잖아. 긍정적 마인드! 비관적인 놈들은 이미 다 죽었어. 임신도 다르지 않습니다. 알아서 잘 크겠죠! 크흠.
그래도 말야, 빵빵한 자금지원은 못하더라도 다른 건 해 주고 싶어. 이 세상 혼자 살아가기에 충분한 능력! 이를테면 갈굼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력! 어디서든 동화되는 인싸력! 야근에도 끄떡없는 체력, 장학금은 탈 지능! 탈모, 치매, 암, 당뇨, 지병 없는 유전력! 거기다 잘 생긴 외모, 188cm 8등신 물려주면 다 한 거지.
그런데 말입니다...내가 이런 축복받은 유전자 물려줄 수 있었으면 이 따위 걱정 안 하고 있어. 현실은 대인기피증, 방전된 체력! 다행히 탈모는 아니지만 통풍! 얼큰 어좁이! 얼굴은 성형 견적조차 내기 힘들지. ...응? 웃지 마! 너님들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오크, 타우렌, 드워프, 호빗 들아! 에헴.
그러니 어쩌겠어. 못 낳거나, 안 낳거나, 열심히 일해서 연봉 6천 이상 벌거나. ....앗! 맞벌이하면 한 사람당 3천씩 벌면 돼지! 갑자기 희망이 샘솟아! 좋습니다. 우리 애 낳읍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죠!
참고로 제 소득은 0. 연 6천 이상 버는 누님, 동생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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