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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지름병2019.10.28 PM 09:24
지름병
가을! 단풍이 질 때면 방구석 외톨이마저 외출하고 싶을 때지. 맞아. 혼자 떠나고 싶어. 어디로? 차비 안 드는 뒷산으로. 코호호. ..좀 그래... 딱 이맘때쯤 일본 교토에 갔었거든. 정말 죽였는데...빨주노초 색색이 아름다운 풍경 사이로 긴자의 술집 누나까지. 앗! 이 시국에! 크흠.
여행하면 뭡니까? 가는 것도 좋지만 잔뜩 남기고픈 욕구가 일어나잖아. 이건 인스타, 패북, 트위터, 유튜브 하지 않는 아싸라도 마찬가지라고. 그럼 여기서 중대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바로 카메라! 인생 몇 번 밖에 없는 여행일기를 그 비실비실한 폰카로 찍는다니 말도 안 돼! 사진은 무식하게 큰 대포로 찍어야 제 맛!
고백합니다. 요새 뽐뿌 지름신이 강림하사 온통 카메라 생각뿐이야. 사고 싶다! 일본산 카메라를 사고 싶다! 핫! ...사진하면 역시 원조 전범 기업 니콘이지! 전범 대빵 미츠비시 아래서 열심히 렌즈 닦은 분들! ....아니지, 요새 누가 사진만 찍어? 지금은 동영상 시대. 동영상의 제왕은 어디? 바로 파나소닉! 과거 조선인 강제동원하고, 제국주의 선동하는 학교 만든 마츠시타 전기의 새로운 이름! ...절대 일본 기업 까는 거 아닙니다. 기업은 제품으로 말해야죠. 암.
그래서 전 소니가 사고 싶습니다. 아르파 세븐 마크 쓰리! 매일 밤 눈앞에서 아른거려. ..,..응? 결국 이 시국에 일본산 사려는 매국놈이라고? 전에도 말했지만 난 친일파입니다. 일본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죠. 매일 보는 일본산 야동! 어! 너희 중에 재팬 AV 보지 않는 자만 내게 펩시를 던져라! ....봐. 없어. ...카메라도 야동과 마찬가지야. 아니, 야동은 미국, 유럽, 러시아 대안이라도 있지 카메라는 아예 없다고. 다 일제야! ...뭐? 방금 라이카 말한 사람 누구야! 그래, 그 독일산 사려면 돈이 얼마나 들죠? ..본체만 천만 원! 렌즈 합쳐 2천! 아오! 그놈의 빨간딱지를 콱!.....워워. 진정.
아무튼. 손휘가 날 부르고 있어. 애타게! 질러라, 그럼 편안할 것이다! ...못 지르는데요! 지갑 두께를 보세요. 지를 수 있나. 크흑. 이놈의 카메라는 나온 지 1년 6개월이 지났건만 몸값 떨어질 생각을 안 해. 하긴 경쟁자가 없으니 배짱플레이 해도 뭐라 따질 수가 없어. 사진 좋아, 영상 좋아, 초점 잘 맞아, 지가 알아서 다 해... 끄아악!
그럼 소니 카메라 중에 저렴이로 사면되겠네? ...그게 말이죠. 남자라면 지상 최강의 카메라를 꿈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카메라는 자고로 크고 굵고 거대해야 하죠. 양손으로 잡았을 때 딱 벌어진 찰진 손 맛. 그리고 가운데 우뚝 솟아난 렌즈! 어! 남자의 자존심!...이거 성인지감수성 부족한 말 아니죠? .....죄송합니다.
사실 예전에 알바 뛰고 돈 좀 생겼을 때 질렀어. 묵직한 카메라를. 헤헷! 이제 나도 프로 사진 작가 뺨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현실은 시궁창. 어째 폰카로 찍은 것 보다 느낌이 적어. 딴에는 조리개 우선 모드, 셔터 속도 우선 모드 별의별 수동기능 써가며 찍어봤지만 오토로 찍은 것 보다 못해. 역시 오토가 짱이시다.
더 큰 문제는 무게였어. 그래, 묵직함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그거 들고 부산 승학산에 오르는데. 와우. 미치는 줄 알았어. 집어 던지고 싶어서! 손 하나는 꼼짝없이 묶여 있어야 하는데 좀 무거워야지. 처음엔 2kg 아령 수준일지라도 나중엔 20kg 쌀 한포대가 된다고!
극도의 현자타임. 억새밭에 왔는데 아무 감흥이 없어. 이놈의 카메라 때문에! 이럴 거면 왜 찍냐? 결국 팔아버렸습니다. 제 의지로.... 대신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똑딱이를 질렀죠! 아주 좋아~ 길가다 큰 카메라 들고 다니는 사람 보면 속으로 약 올렸어. 고생이 많으십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아차, 그러지 못하시겠구나. 손에 든 거 좀 봐. 팔 떨어지겠다. 앙!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이 간사한 것이, 이렇게 경험을 해 놓고도 지름신이 다시 강림한단 말야! 여기서 빅 카메라를 썼으면 스타킹 주름이 더 섹시하게 나왔을 건데! ..무게는 자기합리화로 극복해. 무거울수록 좋습니다. 운동부족이었는데 잘 됐네. 팔 근육도 기를 겸 대포 들고 다니죠 뭐. 오!
여기까지 병세가 진행되면 고칠 방도가 없어. 아무리 주위에서 말려보지만 당사자는 오직 밝고 선명한 미래만 상상해. 이보다 긍정적일 수가 없다니까. 이미 정신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모습을 그려. 올해의 퓰리쳐상! ...이걸 고칠 방법은 지르고 나서 또다시 현자타임 맛보는 것 뿐. 중고값 떨어지는 거 보고 피눈물 흘려봐야 정신을 차리지. .딱 지금 내 상태야!
아테나님. 이 정신 나간 녀석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요? 쩨발! 하나님! 부처님! 하루의 시작과 끝이 중고장터 검색이 됐어요! 후우, 잠도 못 자. 혹시 좋은 매물 뜰까봐. 안 돼. 이럴 순 없어! 정신 차려! 찰싹!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일단 큰 카메라는 아웃!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같은 실수를 다시 할 순 없어! 분명 이번에도 사 놓고 무거워서 장롱행 시킬 거야. 자, 후보군 좁아졌지. 컴팩트 똑딱이로. 그런데...요새 똑딱이 가격이 부모님 출타하셨네? 예? 100만원이 넘어? 이런 죠스바 스러운! ...여기서 두 번째 제약. 중고로 사되 철저한 기준을 정한다. 신품에 60%! 그 이상이면 아웃!
마지막으로 판매 게시판 기웃거리지 않기. 우리에겐 삽니다 게시판이 있잖아! 신품에 60% 때려서 희망가격 올려놓고, 상태는 풀박스 a+만 삽니다. 그리고 신경 끄는 거야. 언젠가 연락 오겠지 뭐. ....근데 연락이 없더라? 2년 전에 글 하나 올려놨는데, 없어! 가끔 연락이 오긴 하는데 죄다 사기꾼! 이런 쌍쌍바 베이비들. 사진 주작질 하면 내가 속을 줄 알았냐! ...여하튼, 결국 시간은 흘러 카메란 사지도 못하고 지름병을 완치할 수 있었죠.
이번에도 그럴까? 한번 해 보는 수밖에.
손휘 아르엑스 텐 마-크 뽀 삽니다. 상태 a+ 풀박스만요. 희망가 103만원! 안전거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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