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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단어의 품격2019.10.29 PM 10:27
단어의 품격
100분 토론 20주년! 잘 봤습니다. 유튜브로 말이죠. 유시민, 홍준표 두 사람의 캐미가 끝내줬어. 살짝 위험한 구간도 있었지만 정치밥 인생으로 서로 잘 넘어가더군. 이러니 개그 프로그램이 망하지. 어떻게 토론회가 더 재밌냐!
아무튼. 토론회 막바지에 남심을 자극할, 아니 여심을 자극할 발언이 나왔어. 홍 대표가 언급한 각시! 내가 남자라면! 내가 대신 감옥 가겠다! 내 각시 영장 청구 하지 마라! ..여자한테 싹 미라뿌고,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어! 남자답지 않게. 남자가 그리 살면 안 돼! ...와우. 어....내가 성인지감수성이 모자라서 그런지 왜 이렇게 멋지게 들리지! 그럼! 남자라면! ...찰싹!
알아. 단지 연약한 여자라서, 힘 센 남자라서 대신 지켜줘야 한다, 이런 논리는 위험하다는 거. 결론은 같겠지만 의도를 살짝 바꿨으면 좋았을 걸. 가령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대신 감옥에 가겠습니다. 이렇게 말야. 인간 대 인간. 편견 없는 행복한 세상! ...그러나 검찰개혁은 더 미뤄지겠지. S대 판검사, 킴앤장 십 색깔들이 지배하는 세상!
그런데 각시란 낱말이 그렇게 편협한가? ...요즘이야 잘 안 쓰긴 해도 간간히 들었거든. 일장기 두 동강 낸 각시탈! 각시가 어디서 나온 말인지 찾아봤는데, 이게 애매해. 어디선 고구려 여자에서 유래했다하고, 한자어에서 왔다는 말도 있고. 한 가지 분명한 건 여자 비하하려고 만든 말은 아닌 거 같아. 그러니 각시, 마음껏 씁시다!
이번 기회에 흔히 사용하는 단어를 다시 보게 됐어. 혹시 이거 성인지감수성 떨어지는 단어, 차별적 단어 아닌가 하고 말야. 그럼 퀴즈! 다음 낱말 중 차별적이라 태클 받은 것은 무엇일까요? 1,붕가, 2.쌥쌥이, 3.치매. 너무 쉽나. ....정답은 3번! 치매! 치매가 왜? ...한자로 풀어보면 경악스러운 뜻이 나오죠.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 한마디로 어리석다, 바보다.
...갑자기 열 받네. 그 무시무시한 병 걸린 것도 억울한데 바보라고 놀려? 이런 싸가지 밥 말아 먹은 단어를 봤나! 근데....너무 굳어버렸어. 다른 단어는 생각나지 않아. 쓰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따지지 않지. 어려운 한자어가 이럴 땐 좋단 말야. 찾아보지 않는 이상 이딴 뜻인지 어떻게 알겠어. 치매가 치맨가 보다 하지.
아무튼. 이번에 인터넷 뒤져보면서 뜨끔했어. 여리고 순수할 아이들에게 무심코 썼던 말들이 차별적 단어였던 거야. 이를테면 다문화 가정! 오...맙소사. 좋은 말이라고 막 썼는데! ..실상은 정반대였지. 외쿡인 아빠, 엄마인 게 왜 다문화야? 한쿡인끼리 결혼하면 단문화야? 생각해보니 진짜 이상한 말이었잖아!
이민자 가정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낱말, 혼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딱 느낌 오지? 맞아. 이것도 차별적 말이래. 피가 섞였다. 피! 혈통! 여기가 무슨 우량견 콘테스트 장도 아니고! 아무리 좋은 의도로 쓴다 하더라도 피에 비유하긴 싫어. 이를테면 혼혈이라 정말 미인이시네요. 이런 말. 미인이면 미인이지 거기서 피 이야기가 왜 나와!
혈통 하니 조선족도 그래. 왜 중국에 사는 조선인만 조선족이라 할까? 미국, 일본에 사는 교포 보고 조선족이라 하진 않잖아. 독립운동가는 찬양하면서 그 당시 만주로 피신한 분들 후손은 조선족이라 욕하는...좆선 같은 현실. 뭐, 그 분들한테 쌓인 게 많은 인간이라면 조선족이라 부르라지. 난 그냥 중국동포라 부를래. 중국동포, 중국동포, 아잇! 이래놓고 내일 되면 조선족이라 할 것 같지만!
비하 의도는 없었는데 당사자 의견에 따라 차별적 말이 된 것도 있어. 바로 흑형! 이건...좀.... 이 낱말처럼 입에 촥 붙고, 경제적이며, 검은 살색을 표현할 말이 없는데. ...앗! 살색! 죄송합니다! ...,근데 흑인보다야 흑형이 낫지 않아? 으....알았어. 형이면 형이지 뭔 흑형이야! 칼라가리지 않는 위 아더 월드! ....아무리 그래도 형의 크고 굵고 거대한 거시기 보단 흑형꼬추가 더 임팩트 있는데. ...죄송합니다. 흑형을 제 머릿속에서 지우겠습니다. 더불어 에보니도 지우죠. ..에보니? 흑단 같은 누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장애인 관련 말도 조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알게 모르게 슬쩍슬쩍 비하하는 말을 할 때가 있거든. 이를테면 병신, 정신병자, 정신지체, 귀머거리, 벙어리, 눈먼, 이런 것들. ...크흑. 반성합니다. 문제만 생기면 장애에 비유한 내 자신을 돌이켜 봅니다. 이 병....찰싹! 앞으로 병신, 병자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깡그리 삭제시켜버리겠어!
그런데 말입니다....자학개그 할 때 쓰는 용어는 어떻게 할까? 백수, 방구석,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찐따, 모쏠, 아다, 기생충. 워호. 이것도 차별적 발언인가? 글쎄...나는 들어도 괜찮아. 그런데 전국 백만 백수 협회 회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 다들 아픈 분들이라고. 가슴에 생채기가 있는! 그러니 앞으론 다정하게 불러주자. 어떻게? ....어....소심이, 잠재태, 사자왕. ..,.혹은 뿡뿡이. 똥방귀만 만드는 기계닊....찰싹! 죄송합니다.
조금씩 고쳐나가다 보면 인류를 아우르는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겠지?. ...응? 고작 단어 그 까짓 거 뭐가 대수라고? 아니, 아니, 이 분 핵폭탄보다 신문사 사설이 더 무섭다는 말 못 들어보셨나! 언어는 우리 삶을 규정한다! 비트겐슈타인! 어! ....물론 전 읽어본 적 없습니다. 표지도 모르죠. 크흠.
아무튼, 나와 당신을 위해! 사랑, 평등,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해! 일단 해보자고. respect. 그나저나 정말 형의 우람한 거시기는 뭐라고 해야 하지? 진짜 고민이네!
....딥 다크 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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